아침, 엄마를 따라 시내에 가려고 새 옷을 입고
(이게 제일 신난다)
발이 닿지 않는 깊숙한 의자에 걸터앉는다.
달리는 버스 창가 너머로 풍경을 본다.
이상하다.
휙휙 사라졌다 나타나는 것이.
나무숲 옆으로 보였다 안보였다-하는 '해'가
셀 수 없이 많기만 하다.
헤아리기를 그만 포기한다.
이런.. 시내에 갔더니 저 놈의 해가 또 나타났다.
나만 따라다니나?
도대체 몇 개 일까?
100개? 200개?
어릴수록 단위의 세계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그저 매우 많은 건 일단 100개는 넘는 거다.
해는 '한 개'라고 한다.
약간의 충격!
동쪽에서 뜨고 서쪽으로 진다고 알려준다.
나는 나 따라서 자고 일어나는 줄 알았지.
대자연은 그렇게 내 위주로 돌아가지는 않았다.
비가 오면 숨어버리는 어슴푸레한 느낌이 그렇게 설명해 주었다.
자고 일어나면 해는 또 생겨났다.
엄마는 숙제 먼저 하고 놀되, 해가 지면
노는 것을 멈추고 집으로 돌아오라고 했다.
해가 지면 무서웠다.
집으로 가는 길엔 꼭 통과해야만 하는 시험이 있었기 때문에.
정자보다 더 정교하고 끝이 뾰족한 창살,
칠이 벗겨진 나무집의 이름은
어른들 말로 '열녀각'이라고 불리고 있었다.
어른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귀신 나오는 집'이라고 불렀다.
열녀각 옆을 지나가는 것은 어린 내게 크나 큰 공포였다. 걸어가든 자전거를 타든 그 구간은 미친 듯이 속도를 내야만 했다.
어느 날 그곳은 동네 손버릇 나쁜 주동자 외 어린놈의 생키들이 서울에서 장만한 내 장난감을 훔쳐 증거를 없애려 은닉한 장소로 변질됐다.
나는 내 것을 빼앗긴 분노로 눈을 가리고 겁대가리도 상실한 채 그곳에 가 증거를 확보했다.
그리고 죄 많은 아이들의 머리통을 쥐어박았다.
열녀각은 더 이상 무섭지 않았다. 뭐 별거 없더만.
귀신은 살고 있지 않았고 이사 후 그곳은 자연스레 멀어졌다.
해는 동/서양 가리지 않고 귀신이며 뱀파이어의 출몰을 막았다.
좀비는 좀 케바케인 것 같았으나..
우울증을 태워버리는 힘도 있는 것 같다.
담당의는 자꾸 나가라고 움직이라고 해를 보라고 했다.
나왔다.
해는 보이지 않으나 밝다.
온 지구의 반을 밝히느라 수고한다.
낮 활동에 전념하느라 제목도 없는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역시 수고했다.
그대들은 나아가 라이킷을 눌러주시오.
난 제목을 지으러 가 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