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히 내가 원하는대로 보내는 31살 생일
일 년에 한 번뿐인 그날.
네, 오늘은 제 생일입니다.
2월 3일에 태어난 전 세계의 많은 분들께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한 2월 3일생 인간이 생일 축하한다는 말을 전합니다.
저는 생일을 꽤 좋아합니다.
세상에 2월 3일에 태어난 사람이 수억 명일텐데, 그래도 왠지 주인공이 된 기분이 듭니다.
초등학생 때는 생일이 되면 친구들과 함께 피자 집에서 생일 파티를 했습니다.
그리고 매년 부모님께 선물을 받았죠.
성인이 된 이후 제 생일 파티는 더욱 화려해졌습니다. 알코올과 함께 말이죠.
대학생 때는 친구들과 파티를 즐겼습니다. TV에나 나오는 그런 핫한 파티는 아닙니다.
친구들과 함께 집에서 맥주 파티를 열었죠.
직장인이 된 이후에는 생일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더 이상 파티는 없지만 저만의 방식으로 특별한 하루를 보내게 됐죠.
회사를 쉬고 있는 지금. 백수로 맞는 첫 번째 생일입니다.
생일은 더욱 조용해졌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고요하지만 괜찮습니다.
조혈모세포기증 등록을 하기로 했습니다.
30살이 된 작년부터 생일이면 특별한 걸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작년 생일에는 월드비전에서 해외아동 결연을 했고, 올해는 조혈모세포기증 등록입니다.
조혈모세포기증이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에서 확인해 보세요:)
강아지 산책을 마치고 옷을 갈아입고 헌혈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조혈모세포기증 등록 전 검사를 위한 채혈을 했습니다. 겸사 헌혈도 했어요.
제 생년월일을 확인한 채혈 담당 선생님께서 "생일 축하한다"고 인사도 해주셨어요.
피를 한 팩 뽑고, 포카리스웨트를 마시고, 초코파이 하나를 먹었습니다.
오후 5시, 피를 뽑은 오른쪽 팔오금이 저릿저릿하지만 몇 글자 써봅니다.
창밖으로 겨울 해가 기울어갑니다.
따뜻한 페퍼민트 차 한 잔을 마시며 생각합니다.
어린 시절의 화려했던 생일 파티도, 대학생 때의 시끌벅적했던 술자리도, 모두 지나간 시간이 됐습니다.
하지만 이 고요한 시간도 나쁘지 않습니다.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글을 쓰는 이 시간이 좋습니다.
몇 주 전부터 제 인스타그램 릴스에는 앤 마리의 'Birthday' 노래가 흘러나왔습니다.
가족들과 생일 이야기를 몇 번 했는데, 아마 그걸 아이폰이 도청(?)한 모양입니다.
앤 마리의 'Brithday' 노래처럼, 오늘만큼은 온전히 내가 원하는 대로.
이 조용한 공간에서 나만의 작은 생일 축하를 합니다.
오후 5시의 따스한 햇살이 나만의 생일 케이크가 되어줍니다.
It's my birthday
I'ma do what I like
I'ma eat what I like
I'ma kiss who I like
It's my birthday
Birthday - Anne Mar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