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 토카르추크 글, 요안나 콘세이요 그림)
읽는 순간 소름이 쫙 끼치는 경험을 했다.
그림책인데.
두 작가가 『잃어버린 영혼』이 후 5년 만에 또 만났다.
또렷하고 잘생긴 얼굴이 자랑스러웠던 남자는 어디서든 찰칵거리며 자신의 얼굴을 렌즈에 담았다. 그러면서 그의 얼굴은 인터넷에서 널리 퍼져 나갔다.
어느 날 얼굴이 흐릿해진 것을 발견한 남자. 그때부터 불특정 다수가 그에게 보내던 호감은 갑자기 사라졌고, 자신도 그저 많은 사람들 중 하나로 취급받게 됐다는 걸 느낀다. 도저히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던 남자는 인터넷에서 불법으로 얼굴을 파는 사람으로부터 얼굴을 구매한다. 부모님께 받은 집을 포함 그가 가진 모든 것과 맞바꿔서.
“최고의 물건이오.”
“사진에도 잘 견디죠.”
다시 자랑스러워진 남자는 평소 가던 카페에서 모든 이들이 자신과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실수로 부딪힌 여자가 남자에게 하는 말.
“곧 익숙해질 거야.”
음...
흑백 그림이 많아서이기도 하겠지만, 중간중간 나오는 색도 밝은 느낌은 주지 못한다. 전체적으로 암울한 느낌이 마치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속 세상 같은 느낌이다. 해는 나지 않고 계속 비만 내릴 것만 같은 느낌. 게다 그림 중간중간 까만 스티커를 붙여 놓은 것 같은 구멍이 등장한다.
당연히... 저 구멍의 의미는 무얼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잃어버린 얼굴에 관한 이야기이니, 구멍은 잃어버린 정체성을 의미하겠다 싶지만, 올가 토카르추크의 작품이니 매우 다층적으로 해석되지 않을까. 덧붙인 스티커 같아 보이니, 떼 보면 그 밑에 남아 있는 흔적 같은 것, 무언가 잊힌 것을 의미할까 싶기도 하다. 불안, 상실, 공허... 같은 현대인이 만성 질환처럼 시달리고 있는 감정을 의미할 수도 있겠다 싶고...
어쨌든 그림 곳곳에 수수께끼를 품고 있다. 결코 한번 휘리릭 보고 덮을 수만은 없는, 뒷골을 당기는 느낌의 그림책?
SNS를 예쁜 얼굴과 멋진 옷차림 그리고 먹음직스러운 음식 사진으로 도배하는 사람들도 이런 경험을 해 본 적이 있을까? 자신감을 치솟게 해 주던 자신의 얼굴이 갑자기 흐릿해지고 있다는 느낌. ‘좋아요’ ‘구독’ ‘조회수’ 수가 빠지면서 패닉처럼 여겨지는 순간이 그럴까? 그땐, 어떻게 대처하나? ‘또렷한 사람’처럼 불법적이라도, 막대한 지출을 감내하고라도 자존감을 되찾을 무언가를 찾으려 할까?
잘 생기고, 잘 맞게 느껴지는 얼굴을 다시 얻은 ‘또렷한 사람’이 똑같은 얼굴을 한 사람들 속에서 듣는 마지막의 그 충격적인 말 “곧 익숙해질 거야.”는 무슨 의미일까?
작가는 문제를 폭탄처럼 투하해 버리며 미련 없이 이야기를 끝내버린다.
그래서 그는 똑같은 얼굴에 익숙해져 또 자랑스럽게 살아갈까?
그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같은 얼굴을 한 그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