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테판 츠바이크)
“때때로 사소하고 어리석은 돈 걱정이 들 때면, 나는 하루에 필요한 것 이상을 원하지 않아 늘 여유롭고 태평하게 살 수 있는 이 남자를 떠올린다.”(22)
“그날 아침 우리의 말 한마디, 다정한 몸짓 하나가 그에게 불행과 고통을 이겨낼 힘을 어쩌면 줄 수 있으리라.”(32)
“우리는 비록 돈에 실패했지만, 삶의 용기와 기쁨을 잃지는 않았다. 오히려 돈의 가치가 떨어질수록 삶의 오랜 가치가 더욱 풍요해졌다.”(42)
“우리의 심장은 너무 작아서 일정량 이상의 불행을 감당하지 못한다.”(57)
“... 해석하기도 힘든 정치적 사건에 무의미하게 몰두하기보다 차라리 자기 일에, 조용하고 사적이며 눈에 띄지 않는 일상생활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을 터다. 그리고 이는 더 강한 자연의 의지에 순종하는 것이다. 자연의 의지는 연속성이기 때문이다.... 자연은 사람들 일부가 무참히 파괴되더라도, 나머지 사람들은 끈기 있게 인내하며 일상생활을 이어 나가길 요구한다.”(60)
“침묵, 뚫을 수 없는 침묵, 끝없는 침묵, 끔찍한 침묵, 나는 그 침묵을 밤에도 낮에도 듣는다. 그것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공포로 내 귀와 영혼을 가득 채운다. 그것은 어떤 소음보다 견디기 힘들고, 천둥보다, 사이렌의 울부짖음보다, 폭발음보다 더 끔찍하다.”(101)
“우리는 밝은 대낮에 별을 보지 못하듯, 삶의 신성한 가치가 살아 있을 때는 그것을 망각하고, 삶이 평온할 때는 삶의 가치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영원한 별들이 얼마나 찬란하게 하늘에 떠 있는지 알려면, 먼저 어두워져야 합니다.”(116)
츠바이크의 사후에 남겨진 편지와 기록을 모아 출판한 에세이다. 짧고 쉽게 읽히는데 자꾸 읽게 되고, 순간순간 아!!! 하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든다. 소박하고 자유롭게 사는 마을 청년의 얘기, 느끼는 순간 공감을 표현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는 걸 가르쳐준 어린 시절의 경험,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때문에 돈이 얼마나 급격하게 종잇장이 돼 갔는지 등... 거기에 망명 중이던 작가가 당시 작은 잡지에 실었던 글 몇 편도 실려있다. 「거대한 침묵」 「이 어두운 시절에」 편에서는 어두워도 좌절하지 않으려 했던 작가의 노력도 읽힌다. 하지만 그는 더 버티기가 너무 힘들었던 것 같다.
“가장 무의미한 파괴가 벌어지고 있고,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끌려가는 것을 알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숨을 쉬고 자고 먹을 수 있겠습니까? 창작은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가장 악의적인 파괴가 현재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 어떻게 뭔가를 만들 수 있겠어요!”
자살 직전 브라질에 망명해 있던 작가를 찾아간 한 지인에게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