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색스, 2015)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깨어남』 등으로 잘 알려진 신경의 이자 작가인 올리버 색스의 자서전이다. ‘On the move’라는 제목 자체가 그의 생을 정말 찰떡처럼 표현한다는 생각이다.
특정 주제로 생의 단편 단편을 엮어 놓은 memoir와는 다르게 누군가의 전 생애를 들여다본다는 게 불편하단 생각을 할 때도 있었는데, 이 분의 전 생애를 들여다보던 며칠은 꽤 재미있고, 조금 놀랍고, 감사한 시간이었다.
의사 부모님, 의사 형들, 자신도 옥스퍼드 출신의 의사라는 배경을 읽을 땐... 음... 그들만의 세상에서 살던 사람? 이란 약간 삐딱한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읽다 보니 그런 생각은 바로 자취를 감추고 그저 몰입하게 됐다.
그는 성인이 된 후에는 어느 한 곳에서도 정착하지 않고 계속 움직(on the move)여 다녔다. 영국에서 미국으로, 미국 서부에서 동부 뉴욕으로, 이 병원에서 저 병원으로, 그러다 다시 영국으로 가서 이런저런 글을 출판하고, 다시 뉴욕에서 이런저런 알록달록한 환자들과 함께하고... 거의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옮겨 다녔던 그의 생을 읽는 것만으로도 나 같은 집순이는 숨이 차단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디 옮겨다닌 것뿐인가...
동성애 고백, 보수적인 영국 사회에서 스스로 사랑에 대해 철저하게 통제하며 살아야 했던 젊은 시절. 60년대 미국에선 주중엔 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고 주말엔 다량의 암페타민을 복용하며 가상 세계에 빠지는 이중생활을 했고, 그런 와중에도 전 미국을 모터사이클로 돌아다닐 정도로 충만한? 바이크족으로 살았던 시간. 언제나 고자극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는지 데드리프트, 스쿼트 캘리포니아 챔피언이 되도록 자신을 몰아붙였던 시간의 기록. 그 모든 순간을 기록한 천 권이 넘는 일기. 임상의로 자신이 만났던 환자들 (뇌염 후 오랜 시간 파킨슨을 앓았던 환자들과 투렛 증후군 환자들 등)의 병례사(『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깨어남』 『환각』 『편두통』등) 집필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과정. 액티브한 인생만큼 갖가지 큰 사고를 겪으며 절망했던 순간. 암으로 한쪽 시력을 잃은 노년의 시간.
음... 누군가의 생을 글로 정리할 때 이 정도로 다채로운 모습이 나오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은, 숨차게 움직인 그의 생이, 이 책을 통해 생생하게 살아있는 느낌이었다.
그는 책의 마지막에 임상의로 미국에서 오랜 시간을 살았지만, 자신에게 미국은 “연장된 비자 기간”일뿐, 언제나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 썼다.
‘평생을 이방인으로 떠돌았다고 느꼈나 보다.’
‘한평생 흔들리며 신명 나게 살다가 나중엔 집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구나.’
가슴이 묵직하게 눌리는 느낌이 들었다.
안타깝게도 색스박사는 뉴욕의 자기 집에서 글을 쓰다가 생을 마감했다고 전해진다. 그의 바빴던 영혼이 육체를 떠났던 순간 자신의 영국 집으로 훌훌 길을 떠나지 않았을까?
그의 친구인 시인 톰건이 이십 대에 쓴 시 <On the move>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아무리 나빠도 우리는 움직인다. 아무리 좋아도
절대 가닿지 못하는, 안식할 곳 없는 우리,
언제나 멈춰 있지 않아, 더 가까워진다.
환자를 연민의 눈으로 끝까지 지켜보았던 의사이자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글을 썼던 훌륭한 작가인 그의 생을 표현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적확한 표현 ‘on the move’
눈을 감았을 땐 부디 그 피곤한 몸을 잘 누이고 편히 안식할 곳을 찾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