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데이비드 소로우 글, 은행나무, 2015)
우와... 드디어 읽었다.
숙제 같았는데, 그럼에도 선뜻 손에 잡히지 않던 글이었다.
다들 20대에 읽었니라고들 하는데, 누군가 그런 소리를 할 때마다 뒷머리가 조금씩 당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더랬다. 이 책을 ‘얼마나 즐겼노라’, 혹은 ‘내 인생 책이다’... 뭐 그런 얘긴 못하더라도, 이젠 적어도 ‘읽기는 했다.’가 됐으니.
음... 이것으로 되었다...
172년 전에 출간된 책이다.
2026년의 우리에게도 아주 적절한 메시지를 투척한다는 게 놀라웠다. 물론 고전이란 책들은 거의 다 그렇다. 뒤집어 말하면 인간이 참 변하지 않는다는 얘기기도 하겠지만. (슬프다!!!) 어쨌든 월든 호숫가에서 2년 남짓한 시간 동안 자연인처럼 산 소로우가 전한 얘기는 지금도 뭐 아주 적절한 얘기처럼 들렸다.
간소하고 소박하게 살아라.
집도, 옷도, 음식도... 딱 살만큼만 가지고 사는 게 최선이다.
혼자 사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라. 혼자 충만한 삶을 사는 게 잘 사는 길이다.
많이 먹지 않으면 하루 종일 일만 하느라 좋은 세월 다 보낼 필요 1도 없다.
고전을 많이 읽어라. 고전을 낡았다고 여기는 것은 자연이 오래됐다고 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자연에서 살아라. 자연을 관찰하고 이해하면 인간사에 대한 모든 지혜를 얻을 수 있다.
구구절절 다 옳은 소리 아닌가. 뭐... 그게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책으로 남아 있는 이유일 것이다. 나야 뭐... 그의 원론적인 메시지에는 대체로 다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2026년의 세상은 다르니, 시간, 공간적, 콘텍스트적인 차이로 인해 다분히 많은 디테일의 차이가 있을 거란 걸 고려한다면 말이다.
좀 불편한 점도 물론 있었다. 아니, 좀 궁금했다. 딱 2년 ‘자연인’으로 살았던 경험이 진리인 양 어쩜 저렇게 확신에 찬 단언을 할 수 있을까? 그가 30대 이후의 인생을 전부 그곳에서 보냈다면 그의 말에 좀 더 설득력이 있었을까? 그가 보낸 2년의 경험은 누군가의 말처럼 ‘캠핑의 경험’이라고 들리기도 했다. 없이 살고, 마음을 비우고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거친 음식만 먹으며 평생 살아야 했던 사람들이 과연 그의 주장에 얼마나 동의할까? 하는 정도의 의구심이 들긴 하더라.
어쨌든,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심심하지도 지루하지도 않게 술술 읽혔다.
내가 읽은 소로우는 무언가 구도자 느낌이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고, 꿰뚫어 보는 눈을 가진 개구진 남자아이 같은 느낌이었다.
번아웃을 경험하고 있는 K-직장인, 미니멀리즘, 슬로 라이프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