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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병화 Jun 30. 2024

관계를 따뜻하게하는 감사

요즈음 파크골프 치는 재미가 솔솔하다. 남편이 지인으로부터 파크골프가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와서 골프채도 사고, 관련 용품도 샀다, 그리고 직접 쳐 보니 너무 재미있다면서 “당신도 함께 쳐보자”라고 강권하여서 함께 파크골프를 치게 되었다. 남편이 가르쳐준 대로 쳐다보니 잘 치지는 못하지만 다른 부부와 동반 라운딩할 정도도 되고 재미도 있다..     

 파크골프는 무엇보다 자연과 함께할 수 있어서 좋다. 요즈음 낮에 너무 더워서 아침 일찍 파크골프장에 가면 덥지 않아서 좋고, 밤사이에 내린 이슬이 다소 불편하기도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아침일찍 이슬을 밟는 것도 새로운 느낌이어서 좋다. 잊고 살았던 어린 시절 시골에서 경험한 자연이 주는 정서를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아침 일찍 파크골프장에 가면 지렁이가 여기저기서 꿈틀거린다. 지렁이가 밖으로 나오는 이유는 토양 속에 물이 차서 숨쉬기가 힘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미쳐 땅속으로 들어가지 못하여 햇볕에 말라서 죽고, 사람들한테 밟혀서 죽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다. 참새가 짹짹거리면서 여기저기 자유롭게 날아다니면서 분위기를 띄운다. 나비도 나풀나풀 날갯짓하면서 응원해주는 것 같아 좋다. 가끔 살랑살랑 부는 바람을 맞으면 ‘너무 시원하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면서 감동한다.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이슬과 지렁이와 참새와 나비와 바람과 나무들이 인간과 조화를 이루는 것을 보면서 자연과 미생물을 인간과 함께 공존하게 만드신 하나님의 창조가 오묘하게 느껴져서 감사하다.    

 

 늦은 나이에 상담 공부하느라 자연이 주는 기쁨을 누리지 못했을 때가 있었다. 한창 공부에 빠져있을 때는 쉬어야 할 주말에도 무슨 교육이다 수련이다. 쫓아다니느라 봄에 피는 벚꽃 망울을 제대로 봐 주지 못했는데 어느 날 활짝 피어 있었고, 어느 날 잎이 돋아나고 어느 날은 꽃들이 시들어져서 떨어지는가 하면 어느새 낙엽 되어 가을을 알리고, 이후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는 것을 보고 겨울이 되어 있음을 알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인생 후반전은 열심히 달리지 않아도 되니 새싹이 날 때와 꽃이 필 때와 낙엽 질 때를 놓치지 않고, 즐긴다. 어쩌다 부는 바람에 감사하고, 날씨가 흐리면 흐려서 감사하고. 날씨가 더우면 더워서 감사하다. 저녁 노을을 아름답게 느껴보는 여유가 있어서 감사하다. 아침에 일어나면 베란다에 있는 다육식물에 저절로 눈길이 간다. 밤사이 더 자라고 하지도 않고 덜 자라고 하지도 않고 그대로의 모습인 것 같지만 조금씩 자라고 있는 그들과 눈 맞춤이라면서 상호작용하는 시간이 감사하다. 감사는 감사할 조건을 찾을 때 더 느껴지는 것 같다.   

  

나태주 시인의 ‘오래 보아야 예쁘다 너도 그렇다.’ 시가 생각난다. 내가 예쁘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중년 이후다. 사실 나는 내가 생각해도 얼굴이 예쁘지는 않다. 그렇다고 못난 것은 아니지만 “인상이 좋다. 편안함을 준다”라는 말은 많이 들었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는 예쁘다는 의미는 성격이 좋다. 편안하다. 마음이 예쁘다 에 더 가중치를 주고 싶다. 그래서 ‘너도 그렇다‘에 동의한다.     

     

성장 과정 나는 여자라는 이유로 오빠들과 차별 대우를 받아서인지 나도 모르게 바꿀 수 없는 상황이라면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내 주장을 하지 않았다. 그냥 수용하면서 부모님 속 썩이지 않는 착한 아이로 자랐다. 딸이라고 지지받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 그런데 상담 공부를 하면서 느낀 것은 부모님이 남아선호사상 때문에 차별했을 뿐 내가 소중한 사람이란 것을 알았다. 이후 부모님의 비합리적인 생각 영향으로 정체성이 불분명했던 내가 소중한 나를 사랑하게 되면서 자존감이 회복되고, 삶이 감사하였다. 지금은 부모님이 나의 욕구를 채워주지 못한 것을 원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때 채워지지 않은 결핍이 늦은 나이에 나를 위해 노력하게 되었고 그 결과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을 주게 되면서 나의 존재 자체가 감사하게 느껴진다.     


 내가 나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만큼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다른 사람의 기대에 맞추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욕구를 알아차리고 수용하여 마음의 소리에 반응하게 되면 인간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완전한 인간관계란 없지만 구태여 잘 보이거나 맞추어주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경상도가 고향인 나는 요즈음 사투리를 나도 모르게 즐겨 쓴다. 내가 쓰는 사투리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관계를 더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았다. 사투리를 눈치 보지 않고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즐겨 사용하는 나에게 감사하다.     


 마더 테레사는 남이나를 원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나를 불행하게 한다고 했다. 그런 불행을 피하고자 사람들은 너나없이 안간힘을 다하고 남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기 위해 고군분투한다고 했다. 나도 물론 남의 평가에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러나 평가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대로의 나를 수용하며 감사하며 산다. 무엇보다 감사하려고 노력한다. 때로는 ’뭐가 감사하지‘ 라고 한참 생각을 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러나 감사는 생각하면 할수록 감사할 것이 생각난다. 불평하는 사람과 대화를 하게 되면 불평하는 대화로 이어진다. 그러나 감사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덧 주제가 감사로 이어지면서 따뜻한 분위기가 된다. 특히 부부 가 서로를 불평하다 보면 비난으로까지 가며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러나 배우자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다 보면 어느덧 사랑하는 마음이 오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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