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3권 4장-2)

끼고 싶으나 끼지 못한 사람

by 또 래 호태

이 PPT를 가장 싫어한 사람


모두가 침묵했다고 해서
모두가 동의한 것은 아니었다.


회의가 끝난 뒤,
가장 불편해진 사람도 분명히 있었다.


그는 회의 중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질문도 없었고,
반대도 없었다.


IT 업계 쪽 인사였다.
공식 직함은 ‘플랫폼 전략 자문’.
비공식 역할은
구조가 커질 때마다 들어가던 사람이었다.


그는 이 PPT가
왜 불편한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에게 이 PPT는
두려움의 문제가 아니었다.
출입 금지 표지판에 가까웠다.

개인 데이터 ❌

랭킹 ❌

사진 ❌

홍보 ❌


이 네 줄은
그가 지난 10년간 먹고살던 길을 전부 막고 있었다.


회의가 끝난 뒤, 그는 조심스럽게 전화를 걸었다.


“이 구조,
조금만 완화할 수 없을까요.”


상대방은 짧게 물었다.


“어디를요?”


그는 대답하지 못했다.
어디를 건드려도, 시스템이 바로 꺼지게 설계돼 있다는 걸
이미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며칠 뒤,
익명 기고 하나가 언론에 실렸다.


‘과도한 통제 시스템의 위험성’


논지는 익숙했다.

창의성 위축

민간 자율 침해

국가 개입 과도


호태는 그 기사를 읽지 않았다.
정세린도 마찬가지였다.
박철우는 제목만 보고 넘겼다.


선지훈이 말했다.


“반대가 나왔습니다.”


정세린이 답했다.


“예상보다 늦네요.”


그게 전부였다.


그 사람은 결국 다시 연락을 시도했다.


“그럼, 파일럿 정도로라도—”


이번엔 호태가 받았다.


“파일럿 없습니다.” “켜지거나, 꺼져 있습니다.”


통화는 거기서 끝났다.


그는 그제야 깨달았다.


이 구조는
자기를 설득하려고 만든 게 아니라는 걸.
이 구조는
자기 같은 사람이 끼어들 수 없게 만들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걸.


그날 이후,
그는 이 프로젝트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업계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런 말이 돌기 시작했다.


“이번 건은,
들어갈 수 있는 판이 아니다.”


그리고 그 말은 사실이었다.


G.E.D는
모두를 초대하지 않았다.


다만
필요 없는 사람을 소리 없이 배제했을 뿐이었다.


그래서 이 구조는

생각보다 빠르게
현장으로 내려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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