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고 싶으나 끼지 못한 사람
모두가 침묵했다고 해서
모두가 동의한 것은 아니었다.
회의가 끝난 뒤,
가장 불편해진 사람도 분명히 있었다.
그는 회의 중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질문도 없었고,
반대도 없었다.
IT 업계 쪽 인사였다.
공식 직함은 ‘플랫폼 전략 자문’.
비공식 역할은
구조가 커질 때마다 들어가던 사람이었다.
그는 이 PPT가
왜 불편한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에게 이 PPT는
두려움의 문제가 아니었다.
출입 금지 표지판에 가까웠다.
개인 데이터 ❌
랭킹 ❌
사진 ❌
홍보 ❌
이 네 줄은
그가 지난 10년간 먹고살던 길을 전부 막고 있었다.
회의가 끝난 뒤, 그는 조심스럽게 전화를 걸었다.
“이 구조,
조금만 완화할 수 없을까요.”
상대방은 짧게 물었다.
“어디를요?”
그는 대답하지 못했다.
어디를 건드려도, 시스템이 바로 꺼지게 설계돼 있다는 걸
이미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며칠 뒤,
익명 기고 하나가 언론에 실렸다.
‘과도한 통제 시스템의 위험성’
논지는 익숙했다.
창의성 위축
민간 자율 침해
국가 개입 과도
호태는 그 기사를 읽지 않았다.
정세린도 마찬가지였다.
박철우는 제목만 보고 넘겼다.
선지훈이 말했다.
“반대가 나왔습니다.”
정세린이 답했다.
“예상보다 늦네요.”
그게 전부였다.
그 사람은 결국 다시 연락을 시도했다.
“그럼, 파일럿 정도로라도—”
이번엔 호태가 받았다.
“파일럿 없습니다.” “켜지거나, 꺼져 있습니다.”
통화는 거기서 끝났다.
그는 그제야 깨달았다.
이 구조는
자기를 설득하려고 만든 게 아니라는 걸.
이 구조는
자기 같은 사람이 끼어들 수 없게 만들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걸.
그날 이후,
그는 이 프로젝트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업계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런 말이 돌기 시작했다.
“이번 건은,
들어갈 수 있는 판이 아니다.”
그리고 그 말은 사실이었다.
G.E.D는
모두를 초대하지 않았다.
다만
필요 없는 사람을 소리 없이 배제했을 뿐이었다.
그래서 이 구조는
생각보다 빠르게
현장으로 내려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