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3권 11장 "부록")

우크라이나를 대신한 기도

by 또 래 호태

두 분께 드리는 편지


이 글은 요청도, 설득도 아닙니다.

그저 제가 왜 이 초록을 남기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과 당부입니다.


저는 오랫동안 전쟁을 연구해 왔습니다.

그러나 그 연구의 목적은 한 번도 승리에 있지 않았습니다.

제가 붙잡아 온 것은 언제나 *확전이 자동으로 넘어가는 지점*,

그리고 그 지점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멈출 수 있는가*였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 저는 한 가지를 분명히 보았습니다.

전쟁은 포탄으로 시작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전쟁은 그 이전에,

같은 나라 사람들이 서로를 더 이상 같은 공동체로 인정하지 않을 때 시작됩니다.

그 분열이 정치로 굳어지고,

정치가 합의를 포기하는 순간,

군사는 선택지가 아니라 관성으로 작동합니다.


그 결과를 저는 현장에서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대가를 국민들이 대신 치렀습니다.


한국에서 두 분을 만났을 때,

저는 처음으로 다른 질문을 들었습니다.

이길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어디서 멈출 수 있느냐*를 묻는 질문이었습니다.


그 질문을 끝까지 놓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로,

저는 “당신들이라면”이라는 가능성을 떠올렸습니다.


그래서 이 초록을 남깁니다.


이 초록은 제 연구의 일부가 아닙니다.

이 초록은 제 인생의 전부입니다.

수많은 계산과 검증, 실패와 중단 끝에

마침내 남길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경계선*입니다.


저는 이 초록을 완성하지 않았습니다.

완성되는 순간, 이 문서는 사용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용이 아니라 '보전'이며,

성과가 아니라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부위원장님 그리고 보전관님.


저는 감히 부탁드립니다.


대한민국이

우크라이나 국민이 대신 치른 대가를 헛되이 하지 않도록,

*새로운 문명의 표준*을 만들어 주십시오.


그 표준은 강요가 아니어야 합니다.

선의에 기대서도 안 됩니다.

누군가를 이기기 위한 기준이 아니라,

서로를 끝내지 않기 위해 지켜야 할 기준이어야 합니다.


저는 이 초록을 남기며

한 가지를 믿기로 했습니다.


당신들이라면,

이 초록을 도구로 삼지 않고,

먼저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그리고 그 선택이

제 평생의 연구를,

제 인생을

충분히 보상해 줄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초록을 남깁니다.

소유가 아니라, 책임으로 받아들일 분들에게.


이 초록이

당신들을 불편하게 만든다면,

그 불편함을 끝까지 놓지 말아 주십시오.


그 불편함이야말로

이 문서가 남겨진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에게 희망을 걸어보며

닥터 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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