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자 합류(2)
정세린은 휴대전화 진동으로 잠에서 깼다.
정세린은 화면에 뜬 번호를 보고 바로 전화를 받았다.
“네, 말씀하세요.”
상대는 병원 원무과 직원이었다.
“보호자 맞으시죠? 지금 병원 출입 절차가 변경됐습니다.”
정세린이 물었다.
“변경 기준이 뭡니까?”
직원이 대답했다.
“기준은… 그때그때 달라집니다.”
정세린은 그 문장을 그대로 받아 적었다.
그녀는 메모장에 ‘그때그때’라고 적었다.
정세린의 어머니는 심장 쪽 시술을 앞두고 있었다.
어머니의 검사 결과와 시술 날짜를 이미 잡아둔 상태였다.
그래서 예정된 의료 절차를 믿고 있었다.
정세린은 병원 로비에 도착했다.
규칙대로 열화상 카메라 앞에서 멈췄다.
그리고 안내 요원에게 신분증을 보여줬다.
안내 요원이 말했다.
“보호자는 오늘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정세린이 물었다.
“어제는 가능하다고 들었습니다.”
안내 요원이 대답했다.
“어제는 가능했는데, 오늘은 안 됩니다.”
정세린이 다시 물었다.
“결정 주체가 누구입니까?”
안내 요원이 말했다.
“감염관리 쪽에서 바꾸라고 했습니다.”
정세린이 말했다.
“감염관리팀의 문서 기준을 보여주세요. 출입 금지의 조건을 확인해야 합니다.”
안내 요원이 말끝을 흐렸다.
“문서… 지금은 없습니다. 구두로 내려왔습니다.”
정세린의 뒤에서 고성이 터졌다.
누군가가 “왜 나는 되고, 저 사람은 안 되느냐”라고 소리쳤다.
또 다른 누군가가 “유명인이라서 봐주는 거 아니냐”라고 소리쳤다.
정세린은 그 소리를 듣고, 자신의 숨이 얕아지는 걸 느꼈다.
그녀는 바로 깨달았다.
* 사람들의 불만은 ‘통제’ 때문이 아니었다.
* 사람들의 불만은 *통제가 누구에게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모르기 때문이었다.
* 절차는 있었다.
* 그러나 *절차의 기준이 없었다.*
정세린은 원무과 직원에게 다시 물었다.
“어머니 시술은 예정대로 진행합니까?”
직원이 대답했다.
“그건… 담당 교수님 판단입니다.”
정세린이 물었다.
“담당 교수님 판단 기준은 뭡니까?”
직원은 답하지 못했다.
정세린은 로비 한쪽 의자에 앉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정세린이 말했다.
“엄마, 나는 지금 들어갈 수가 없어.”
어머니가 말했다.
“괜찮아. 나 혼자 할게.”
정세린은 그 대답을 듣고 더 불안해졌다.
불안한 딸은 어머니를 혼자 두는 상태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정세린은 그때 결론을 내렸다.
“이건 방역의 문제가 아니다.
*기준이 없는 운영의 문제다.*
밖에서 비판하면, 말은 남는다.
안에서 고정하지 않으면, 사람만 남는다.”
휴대전화를 꺼냈다.
예전 메시지 목록에서 ‘선지훈’을 찾았다.
그러나 아직 전화를 걸지 않았다.
정세린은 먼저 문장을 만들었다.
“나는 성과를 만들러 가지 않는다.
나는 *기준을 고정하러* 간다.”
선지훈은 조용한 공간을 골랐다.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테이블을 골랐다.
정세린이 도착했다.
정세린은 앉자마자 노트 한 권을 테이블 위에 놓았다.
“정 검증관.”
정세린이 말했다.
“검증관 아닙니다. 저는 지금 민간입니다.”
선지훈이 말했다.
“나는 오늘 설득하러 온 게 아닙니다.”
정세린이 바로 물었다.
“그럼 왜 부르셨습니까?”
선지훈이 말했다.
“나는 *자리를 보여주러* 왔습니다.”
선지훈은 서류봉투를 열었다.
선지훈은 한 장 짜리 문서를 꺼내 정세린 앞에 놓았다.
문서에는 ‘국공위 비상임 자문’이라는 항목이 있었다.
그 칸은 비어 있었다.
선지훈이 말했다.
“2018년 11월 말부터 이 칸은 비어 있었습니다.”
정세린이 물었다.
“왜 비워뒀습니까?”
선지훈이 답했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사람은, 성과를 내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정세린이 물었다.
“국공위가 필요로 하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선지훈이 대답했다.
“기준을 먼저 묻는 사람입니다.
승인을 먼저 세우는 사람입니다.”
정세린은 잠깐 웃지 않았다.
정세린은 문서의 빈칸을 오래 봤다.
정세린이 말했다.
“그 자리는 비상임입니다. 저는 상임이 아니면 들어갈 이유가 없습니다.”
선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그래서 내가 오늘 말하려는 건, *자리의 격*이 아닙니다.”
정세린이 곧장 말했다.
“제가 들어가면, 국공위는 저에게 성과를 요구할 겁니다.”
선지훈이 즉시 부정했다.
“나는 성과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정세린이 물었다.
“부위원장님은 요구하지 않아도, 위원장실과 언론이 요구할 겁니다.
그리고 국공위는 결국 저를 방패로 쓸 겁니다.”
선지훈이 정면으로 말했다.
“그래서 내가 조건을 먼저 받아들이겠습니다.”
정세린이 눈을 들었다.
선지훈이 말했다.
“정세린 당신이 들어오면, 국공위는 당신을 성과 평가 대상에서 뺍니다.
국공위는 당신에게 숫자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정세린이 바로 받았다.
“조건 하나 더 필요합니다.”
선지훈이 말했다.
“말하세요.”
정세린이 말했다.
“저는 자문을 하지 않습니다.
저는 *승인 게이트를 설계하고*, 그 게이트를 검증할 권한이 있어야 합니다.”
선지훈이 즉답했다.
“가능합니다.
나는 내가 상임 부위원장으로 있는 이유가 그 권한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정세린이 마지막으로 확인했다.
“부위원장님이 물러나면, 그 권한도 사라집니까?”
선지훈이 고개를 저었다.
“사라지지 않게 문서로 못 박겠습니다.
내 이름이 아니라 국공위 규정으로 명시하겠습니다.”
정세린은 노트를 펼쳤다.
그리고 한 줄을 썼다.
* 성과 금지
* 기준 우선
* 승인 게이트
* 검증 권한
* 문서 고정
정세린이 선지훈을 바라봤다.
“저는 마지막으로 하나를 묻겠습니다.”
선지훈이 말했다.
“말씀하세요.”
정세린이 말했다.
“부위원장님은 왜 2018년에 그 자리를 비워뒀습니까?
그때는 아직 이런 사태가 오지 않았습니다.”
선지훈이 아주 짧게 대답했다.
“그때도 사고는 있었습니다.
나는 그때도 똑같이 생각했습니다.”
선지훈이 말을 이어갔다.
“사람은 실수합니다. 그래서 국가는 사람을 믿으면 안 됩니다.
국가는 기준을 믿어야 합니다.”
정세린은 그 문장을 받아 적었다.
정세린은 노트를 덮었다.
정세린이 말했다.
“좋습니다. 제가 들어가겠습니다.”
정세린은 말을 덧붙였다.
“단, 저는 누군가를 살리러 들어가는 게 아닙니다.
저는 *반복을 끊으러* 들어갑니다.”
선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면 충분합니다.”
정세린이 잠시 머뭇거렸다.
"저~~
한가지 더 요청드립니다.
며칠 말미가 필요합니다."
순간 선지훈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부위원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세린이 고개를 숙였다가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