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프롤로그)

다시 원점에서

by 또 래 호태

글을 쓰다 보면
중간에 조금 어긋났다는 걸
뒤늦게 깨닫는 순간이 있다.


처음부터 틀린 건 아니었다.
다만 내가 서 있다고 믿었던 자리가
조금 앞서 있었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돌아왔다.
실패해서가 아니라,
더 정확한 출발점을 알아봤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작업은 헛되지 않았다.
그 문장들 덕분에
내가 무엇을 지나왔는지 알게 되었고,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도 보게 되었다.


나는 이제 다시 시작한다.
더 멀리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처음 한 걸음을 제대로 딛기 위해서.


이번에는 서두르지 않으려 한다.
설명하려 들지 않고,
그저 필요한 이야기만 쓰려한다.


나는 다시 쓴다.
출발점으로 돌아온 자리에서,
묵묵히.



교실에서 배우는 것들


이야기의 시작은 늘 단순하다.
나는 이 이야기를 이렇게 시작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실수는 특별한 사람이 저지르는 일이 아니다.
어제의 사고도, 오늘의 사고도
대부분은 아주 평범한 하루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더 무섭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늘 말한다.
“조심해.”
그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이 자꾸 걸린다.
조심해도 지켜지지 않는 순간이 있다는 걸
어른들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 나는 생각한다.
개인이 아무리 조심해도
목숨이 혼자서만 지켜지지 않는 사회라면,
우리는 아이들을 무엇으로 보호할 수 있을까.


내 생각은 멀리 가지 않는다.
오히려 아주 익숙한 장소에 닿는다.
교실이다.


교실은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다.
아이들이 자기 이야기를 꺼내고,
조금 자랑해 보고,
어른의 눈을 마주치는 곳이다.


그리고 그 눈빛 속에서
아이들은 처음으로 배운다.
“아, 내가 한 행동이 괜찮았구나.”


아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해 줄 수 있는 사람은
교실에서 오직 선생님뿐이다.
이건 생각보다 큰 권한이다.


그런데 그 권한은 참 소박하다.
애정 어린 눈빛 하나,
따뜻한 말 한마디.
그게 전부다.


그 한마디가 있으면
아이는 실수를 숨기지 않는다.
틀린 걸 고쳐보려 한다.
다시 해본다.
그러다 보면
어디서 멈춰야 하는지도 알게 된다.


칭찬은 아이를 들뜨게 하는 말이 아니다.
칭찬은 아이에게
“그 방향이 맞아”라고 알려주는 신호다.
그 신호를 받은 아이는
다음에도 같은 선택을 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요즘 교실은 조금 지쳐 보인다.
아이와 선생님 사이의 거리가 멀어졌다.
확인은 관심이 아니라 감시처럼 느껴지고,
멈춤은 보호가 아니라 벌처럼 다가온다.


그렇게 교실은
조금씩 제 역할을 잃어갔다.

나는 교실을 다시 믿어보고 싶다.
교실은 여전히
확인하고,
멈추고,
책임을 배우는
가장 처음의 장소라고.


사고가 난 뒤에야 움직이는 사회가 아니라,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누군가 한 번 더 바라보고
한 번 더 멈춰주는 사회.


그 연습을
우리는 교실에서 시작할 수 있다.


한 아이가
“선생님, 이거 제가 한 거예요”라고 말할 수 있고,
선생님이
“잘했어”라고 웃으며 말해주는 곳.


나는 그런 교실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써 내려가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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