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동안 그들이 한 일
정세린은 초대교실을 3일 동안 관찰했다.
원래 계획은 7일이었지만,
결론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다.
관찰이 끝난 뒤,
그녀는 먼저 비워져 있던 보고서 한 줄을 채웠다.
설명도, 수식도 아닌
결정을 요구하는 문장이었다.
그리고 관찰 결과를 정리했다.
교실은 시스템으로 만들 수 없다는 결론이었다.
교사의 눈빛,
아이의 미묘한 거리,
“지금은 넘었다”는 감각은
어떤 매뉴얼로도 대체되지 않는다.
하지만 반대로,
교실이 망가지지 않도록 지켜주는 시스템은 설계 가능하다는 판단에 이르렀다.
개입 기준,
관찰 언어,
실패 시 대응 경로,
그리고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지 않는 구조.
이걸 구분하지 못하면
교실은 즉시 ‘관리 교실’로 붕괴한다는 점도 명확해졌다.
정세린의 결론은 단순했다.
공교육은 무너진 게 아니라
작동 조건을 잃었을 뿐이라는 판단이었다.
아이들은 여전히 되돌아올 수 있었고,
교사는 여전히 아이 앞에 설 수 있었으며,
교실은 통제 없이도 유지될 수 있었다.
다만 그것은
확대 모델이 아니라
복원 모델일 때만 가능했다.
성과를 묻는 순간,
초대교실은 스스로 증명한 것을 잃는다.
그래서 그녀는
전면 시행이 아니라
시범 교실 운용이 먼저라고 결론지었다.
그리고 그 시범을 뒷받침할
시스템 도구 개발 공모 구상까지 정리했다.
같은 시간,
선지훈과 호태는 다른 질문을 붙잡고 있었다.
왜 유보되었는가.
그 배경을 추적한 결과,
기술도, 제도도 아닌
정치적 계산의 위험성이라는 결론에 가까워졌다.
이들은 K-방역을 다시 해부했다.
성과는 분명했다.
그러나 그것은 사후조치의 성공이었다.
자화자찬은 있었고,
그 이면에는 다음 재난에 대한
불편한 공백이 숨어 있었다.
그래서 국공위 내부 차원의
K-방역 자체 평가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호태는 한 걸음 더 들어갔다.
K-방역 성공의 진실을
‘예방’이 아닌
붕괴 방지 모델로 정리했다.
그리고 K-컬처와 K-방역이
우연히 겹친 것이 아니라,
시민 참여와 신뢰라는
공통 토대 위에 서 있었음을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K-철학,
‘함께 이바지’ 개념을 정리했다.
이건 구호가 아니라
정세린에게 설명할 논리적 준비였다.
선지훈은 비서실장과 통화했다.
비대면 보고를 반영했고,
자화자찬에 대한 경고를 분명히 남겼다.
그리고 별도의 서신을 작성했다.
비서실장을 거쳐
대통령에게 상신될 문서였다.
그 안에는
확인권 제정 조건부 상임직 수용이 무산될 경우
사퇴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 담겼다.
정치권에 대한 발언은 더 직설적이었다.
확인권을 유보함으로써
지금은 얻는 게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언젠가
“확인권이 있었다면…”이라는
자책의 순간이 오면,
그 대가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국가는 언제까지
운에 기대어 갈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래서 그는 최소한의 보험을 요구했다.
시범학교 운영,
시스템 개발 예산.
정치인에게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한
면피용 보험이라도 가입하라는 표현이었다.
국가 공공기능 정상화 위원회는
K-방역 내부 평가 회의를 열었고,
확인권 제정 재개에 대비한 추가 조치를 준비했다.
그러나 제정은 아직이다.
확인권은 여전히 문서 속에 있고,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
다만 이 4일 동안 분명해진 게 있다.
** 이제는 몰라서 못 했다는 말은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다. **
남은 건 하나다.
판단이거나,
판단 이전에 벌어질 사건이다.
그리고 교실은
이미 답을 보여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