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4권 4장-1)

4일 동안 그들이 한 일

by 또 래 호태

네 번째 날에야 비어 있던 문장이 채워졌다



4일 동안 한 일


1. 정세린(기준 확인 책임관)

정세린은 초대교실을 3일 동안 관찰했다.
원래 계획은 7일이었지만,
결론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다.


관찰이 끝난 뒤,
그녀는 먼저 비워져 있던 보고서 한 줄을 채웠다.


설명도, 수식도 아닌
결정을 요구하는 문장이었다.

그리고 관찰 결과를 정리했다.


첫째, 시스템화 가능성


교실은 시스템으로 만들 수 없다는 결론이었다.
교사의 눈빛,
아이의 미묘한 거리,
“지금은 넘었다”는 감각은
어떤 매뉴얼로도 대체되지 않는다.


하지만 반대로,
교실이 망가지지 않도록 지켜주는 시스템은 설계 가능하다는 판단에 이르렀다.


개입 기준,
관찰 언어,
실패 시 대응 경로,
그리고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지 않는 구조.


이걸 구분하지 못하면
교실은 즉시 ‘관리 교실’로 붕괴한다는 점도 명확해졌다.


둘째, 공교육 회복 가능성


정세린의 결론은 단순했다.


공교육은 무너진 게 아니라
작동 조건을 잃었을 뿐이라는 판단이었다.


아이들은 여전히 되돌아올 수 있었고,
교사는 여전히 아이 앞에 설 수 있었으며,
교실은 통제 없이도 유지될 수 있었다.


다만 그것은
확대 모델이 아니라
복원 모델일 때만 가능했다.


성과를 묻는 순간,
초대교실은 스스로 증명한 것을 잃는다.


그래서 그녀는
전면 시행이 아니라
시범 교실 운용이 먼저라고 결론지었다.


그리고 그 시범을 뒷받침할
시스템 도구 개발 공모 구상까지 정리했다.



2. 호태와 선지훈


같은 시간,
선지훈과 호태는 다른 질문을 붙잡고 있었다.


왜 유보되었는가.


그 배경을 추적한 결과,
기술도, 제도도 아닌
정치적 계산의 위험성이라는 결론에 가까워졌다.


이들은 K-방역을 다시 해부했다.


성과는 분명했다.
그러나 그것은 사후조치의 성공이었다.


자화자찬은 있었고,
그 이면에는 다음 재난에 대한
불편한 공백이 숨어 있었다.


그래서 국공위 내부 차원의
K-방역 자체 평가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3. 호태(공공기준 보전관)


호태는 한 걸음 더 들어갔다.


K-방역 성공의 진실을
‘예방’이 아닌
붕괴 방지 모델로 정리했다.


그리고 K-컬처와 K-방역이
우연히 겹친 것이 아니라,
시민 참여와 신뢰라는
공통 토대 위에 서 있었음을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K-철학,
‘함께 이바지’ 개념을 정리했다.


이건 구호가 아니라
정세린에게 설명할 논리적 준비였다.



4. 선지훈(국공위 상임부위원장)


선지훈은 비서실장과 통화했다.
비대면 보고를 반영했고,
자화자찬에 대한 경고를 분명히 남겼다.


그리고 별도의 서신을 작성했다.
비서실장을 거쳐
대통령에게 상신될 문서였다.


그 안에는
확인권 제정 조건부 상임직 수용이 무산될 경우
사퇴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 담겼다.


정치권에 대한 발언은 더 직설적이었다.


확인권을 유보함으로써
지금은 얻는 게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언젠가
“확인권이 있었다면…”이라는
자책의 순간이 오면,
그 대가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국가는 언제까지
운에 기대어 갈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래서 그는 최소한의 보험을 요구했다.

시범학교 운영,
시스템 개발 예산.


정치인에게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한
면피용 보험이라도 가입하라는 표현이었다.



남은 것


국가 공공기능 정상화 위원회는
K-방역 내부 평가 회의를 열었고,
확인권 제정 재개에 대비한 추가 조치를 준비했다.


그러나 제정은 아직이다.


확인권은 여전히 문서 속에 있고,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


다만 이 4일 동안 분명해진 게 있다.


** 이제는 몰라서 못 했다는 말은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다. **


남은 건 하나다.
판단이거나,
판단 이전에 벌어질 사건이다.


그리고 교실은
이미 답을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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