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4권 4장-3)

2030 광개토로드맵

by 또 래 호태

다음 단계를 위한 호태의 준비


호태는 무엇을 만들기 전에, 언제나 같은 질문부터 확인했다.
우리는 무엇을 새로 발명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이미 무엇을 해낼 수 있었는가.


코로나를 이겨낸 힘은 기술에만 있지 않았다.
의료 체계와 방역 기술은 분명 필요했다.
그러나 그것들은 필요조건이었지, 충분조건은 아니었다.
마지막 한 걸음을 넘게 만든 힘은, 사람들이 서로를 대하는 방식이었다.


누군가는 마스크를 썼고,
누군가는 거리를 두었고,
누군가는 불편을 감수했다.
그 선택들은 눈에 띄지 않았지만,
겹치고 쌓이며 같은 방향을 만들었다.
호태는 그 축적을 국민의 저력이라고 불렀다.
타고난 성향이 아니라, 위기 앞에서 반복된 선택의 총합이라는 뜻으로.


이 선택의 구조는 처음이 아니었다.
역사는 이미 같은 질문을 여러 번 던져왔다.
국가는 언제 혼자 버티지 않았는가.


IMF의 시간, 국가는 구조조정을 시작했고 기업은 몸을 줄였다.
그러나 위기를 실제로 넘긴 힘은 회의실 밖에 있었다.
국민 다수는 금 모으기 운동에 참여했다.
결혼반지와 돌반지, 목걸이를 내놓는 선택은 상징이 아니었다.
그 물건들은 실제로 외환이라는 실체로 전환되었다.
국민 다수의 참여가 위기 극복의 결정적 요인이었다.
국가는 혼자 나라를 구하지 않았다.
국민이 국가의 부담을 공동의 책임으로 받아들였을 때, 국가는 다시 일어섰다.


2002년의 여름은 다른 얼굴이었다.
설명하기 어려운 환희가 있었고,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서로의 어깨를 두드렸다.
호태는 그 열광을 결과의 기쁨으로 보지 않았다.
그날의 감정은 함께 해냈다는 기억의 확인이었다.
IMF를 함께 건너온 경험이,
다시 한번 공동의 선택을 가능하게 했다.


그리고 코로나였다.
이번에는 모일 수 없었다.
환희도 없었다.
대신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멈췄다.
마스크를 쓴 얼굴은 명령의 결과가 아니었다.
확인되지 않은 위험을 타인에게 넘기지 않겠다는
조용한 합의였다.


외신은 그것을 ‘K-방역’이라고 불렀다.
그 명명은 틀리지 않았다.
다만 충분하지 않았다.
기술과 통제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장면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핵심은 정보의 양이 아니라, 미확인 상태를 그대로 진행하지 않으려는 태도였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K-컬처는 확산되고 있었다.
세계는 한국의 노래와 드라마를 소비했다.
그러나 소비는 참여와 다르다.
컬처는 사람을 움직이게 하지만,
그 움직임이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성공은 언제나 왜곡을 동반한다.
감정은 남고, 원리는 빠질 수 있다.
그래서 위험한 것은 컬처 자체가 아니라,
컬처를 방치하는 구조였다.
호태는 여기서 분명한 경고를 느꼈다.
다음 위기는 감동이 아니라, 기준의 부재에서 시작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K-철학이라는 말을 꺼냈다.
새로운 사상이어서가 아니었다.
IMF에서 이미 사용했고,
2002년에 경험했고,
코로나에서 다시 확인한 선택의 방식을
잃지 않기 위한 이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컬처가 사라질 수 있기에,
그 컬처를 지탱할 원리의 언어가 필요했다.


이제 설명의 대상은 대중이 아니었다.
기준 확인 책임관, 정세린이었다.
그녀는 감정을 전달하려 하지 않았다.
정세린의 역할은 감동을 확산하는 사람이 아니라,
경험을 제도의 언어로 번역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가장 안전한 나라란 무엇인가.
사고가 적은 나라가 아니었다.
통제가 강한 나라도 아니었다.
IMF에서, 그리고 코로나에서 반복해 확인한 정의는 분명했다.


가장 안전한 나라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가 앞으로 갈 수 없게 만든 나라였다.


이 정의는 자연스럽게 시간표를 요구했다.
단기 대응이 아니라, 다음 위기를 건너기 위한 설계.
호태는 목표 연도를 2030으로 놓았다.
그리고 그 이름을 광개토로드맵이라고 적었다.

넓히되 정복하지 않고,

확장하되 기준을 잃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호태가 생각하는

가장 안전한 대한민국은

K철학의 공감대가 지구촌 공동체로 확산된 상태.

태극루트기 작동 조건을 가장 먼저 표준화한 나라.

그래서 강대국이 위협의 의도를 스스로 철회하는 나라.

2028년에 우리에게 닥칠 입장 표명은

가상의 시나리오가 아니라 6년 뒤면 닥칠 현실이었다.


철학은 구현되어야 했다.
그래서 G.E.D 에코 시스템이 필요했다.
그것은 앱이 아니라 구조였다.


명령 대신 기록으로,
통제 대신 게이트로,
침묵 대신 확인으로 작동하는 구조.
사람의 용기를 요구하지 않고,
시스템이 먼저 멈추게 하는 방식.


마지막으로 남는 것은 장치였다.
싸우지 않아도 확산을 막는 길.
코로나 시기에 이미 경험한 방식—
모두가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었을 때,
위험은 더 멀리 가지 못했다.


호태는 그 장치를 부전승의 루트키라고 불렀다.
조건이 성숙했을 때만 작동하는 열쇠라는 뜻으로.


모든 요소는 하나로 묶였다.
국민의 저력,
확인권,
K-컬처와 K-철학,
G.E.D 에코 시스템,
2030 광개토로드맵.


이것은 새로 만드는 길이 아니었다.
이미 와 있던 길을
다시 잃지 않기 위한 지도였다.


호태는 마지막 문장을 적고 펜을 놓았다.


** 어게인 2002. 비긴 2028. **


2002는 함께였다는 기억이고,
2028은 다시 시험대에 오를 시간이다.
승부는 그때 가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국민 다수가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미리 만들어 두는 것이다.


그는 문서를 접었다.


이 준비는 이제 그의 것이 아니었다.


실행자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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