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4권 6장-2)

아이들의 날갯짓이 가져온 변화(3)

by 또 래 호태


어른들의 저항 ┃ “왜 이렇게까지 멈춰야 합니까”


회의는 끝났는데, 사람들은 자리에 남아 있었다.

문서가 정리되고, 결재선이 닫힌 뒤에 비로소 진짜 말이 나왔다.


“정세린 책임관.”


한 위원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렇게까지 멈출 필요가 있습니까?”


정세린은 놀라지 않았다.
이 질문은 시간문제였다.


“사고도 없었고, 현장도 잘 대응했고, 지자체도 조치했습니다.”

그는 말을 골랐다.

“솔직히 말해서… 조금 과한 것 아닙니까.”


정세린은 바로 반박하지 않았다.
대신 한 문장을 되물었다.


“과하다는 기준은 뭡니까?”


위원은 잠깐 말을 멈췄다.


“지금까지는 이 정도면 넘어가 왔다는 기준입니다.”


회의실에 작은 숨소리가 흘렀다.

정세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그 기준이 지금까지 사고를 만들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끼어들었다.

“책임관님 말씀은 이해합니다.
그런데 멈춤이 누적되면 속도는 어떻게 합니까?”


“그리고..... 경제는요?”

“책임은 결국 국민이 지는 거 아닙니까?”


이건 공격이 아니었다.
현실의 언어였다.


정세린은 그걸 알고 있었다.

정세린은 칠판 앞으로 걸어가 네 단어를 다시 적었다.

기준 - 확인 - 멈춤 - 책임


그리고 물었다.


“여기서 가장 불편한 단어가 뭡니까?”


누군가 답했다.


“멈춤이죠.”


정세린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리고 분명히 말했다.

“책임입니다.”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우리가 멈춤을 싫어하는 이유는 속도가 느려져서가 아닙니다.”

“책임이 어디로 가는지 불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정세린은 말을 이었다.

“지금까지는 계속 가면 책임이 흐려졌고,
멈추면 책임이 선명해졌습니다.”

“그래서 모두가 계속 갔습니다.”


위원 중 한 명이 물었다.


“그럼 책임관님 말은, 책임을 일부러 끌어안겠다는 겁니까?”


정세린은 고개를 들었다.


“아닙니다.”

“책임의 위치를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되돌리겠다는 겁니다.”


정세린은 마지막으로 보고서 첫 장을 다시 펼쳤다.


“여기 나온 사례들은 하나같이 공통점이 있습니다.”

“멈췄기 때문에 사고가 없었습니다.”

“사고가 없어서 ‘과해 보일’ 뿐입니다.”


그녀는 말을 낮췄다.


“성공한 안전은 항상 과해 보입니다.”


회의실 뒤쪽에서 누군가 작게 말했다.


“그럼… 언제까지 이렇게 갑니까?”


정세린은 잠깐 생각하다가 답했다.


“질문이 바뀔 때까지입니다.”

“‘왜 멈췄느냐’가 아니라, ‘어디서 확인이 빠졌느냐’를 묻는 날까지.”


잠깐의 침묵.


이건 반대가 아니었다.
전환을 거부하는 관성이었다.

정세린은 그걸 밀어붙이지 않았다.
대신 문장을 하나 남겼다.


“오늘은 저항이 생겼다는 사실이 진전입니다.”

“이제 우리는 속도가 아니라 기준을 놓고 논쟁하고 있으니까요.”


회의가 끝나고 문이 닫혔다.

누군가는 고개를 저었고, 누군가는 말이 없었다.


정세린은 혼잣말처럼 말했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네.”


저항의 첫날 느낌은 이것이다.


사람들은 안전을 싫어하지 않는다.
책임을 싫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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