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5권 2장-2)

처음 있는 사례

by 또 래 호태

커지는 논란


속보는 낮이 아니라 밤에 터졌다.

〈선지훈 위원장, 해촉 건의〉


자막이 나간 뒤, 앵커는 한 박자 늦게 말을 이었다.


“본인이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이 아니라,
대통령에게 해촉을 건의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 한 문장이 판을 뒤집었다.


다음 날 아침, 신문 1면의 단어가 갈라졌다.

책임 회피

정권 말기 도피

전례 없는 해촉 요청


정치부 기자가 말했다.

“사퇴도 아니고, 자진 사퇴도 아니고,

해촉을 요청했다는 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패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해촉은 원래 윗사람이 하는 겁니다.”
“그걸 스스로 요청했다?”
“정치적으로 가장 시끄러운 선택이죠.”


논쟁은 곧 의도로 옮겨갔다.


“왜 굳이 해촉이냐.”
“정권 말기 아닌가.”
“다음 정부와 선을 긋는 행보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남아 있어도 되는 자립니다.”
“법과 시행령으로 보호받는 자리입니다.”
“그걸 굳이 내려놓는 이유가 단순할 리가 없죠.”


다른 쪽에서는 더 노골적이었다.


“도피다.”
“이제부터 벌어질 일에서 이름을 빼려는 거다.”
“더 큰 걸 준비하는 신호다.”


자막이 더 세졌다.

〈광개토 연구소… 차기 행보 신호탄?〉


정권 말기라는 단어가 뉴스마다 붙었다.


“정권 말기엔 모든 행동이 정치가 됩니다.”
“특히 권한 있는 자리가 비면, 그건 선택이 아니라 메시지죠.”


평론가가 말했다.


“이건 시스템의 완성이라기보다, 개인의 서사로 읽힐 수 있습니다.”


그 말이 온라인에서 퍼졌다.


“결국 자기 서사 챙기는 거네.”
“이미지 관리.”
“다음 스텝 밟는 중.”


그러나 문제는 당사자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해촉 건의가 맞습니까.”
“왜 사퇴가 아니라 해촉입니까.”
“정권 말기라 부담을 피한 겁니까.”
“광개토 연구소는 정치 준비 아닙니까.”


마이크가 따라붙었다.
카메라가 문 앞에 섰다.


선지훈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가장 큰 논란이 됐다.

침묵은 해석을 낳았다.


“답을 피한다.”
“정리 중이다.”
“프레임을 계산하고 있다.”


정치부 데스크가 말했다.


“이건 말 안 하면 더 커지는 사안입니다.”


실제로 그랬다.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여당 내부

야당 논평

시민단체 성명


공통된 요구는 하나였다.


“입장을 밝혀라.”


그날 밤, 유튜브 정치 채널들이 동시에 폭발했다.


썸네일은 과장됐고, 제목은 더 과격했다.

〈해촉 건의? 정권 말기 탈출이다〉
〈국공위 장악 플랜? 다음 수 읽힌다〉


라이브 채팅이 폭주했다.


좌(진보 채널) 세 마디

“정권 말기마다 나오는 전형적 도피입니다.”

“책임질 일은 남겨두고 빠지겠다는 신호죠.”

“해촉을 ‘요청’했다는 건, 뒤에서 뭔가 더 큰 판을 짜고 있다는 뜻입니다.”


우(보수 채널) 세 마디

“오히려 권력에서 빠지는 게 정상입니다. 이게 제도입니다.”

“정권이 바뀌기 전에 독립성을 확보하려는 겁니다.”

“해촉을 건의한 건 ‘나를 쓰지 마라’가 아니라 ‘자리를 정치에서 떼라’는 메시지입니다.”


말은 갈렸고, 공기는 더 달아올랐다.
결론은 하나로 모였다.


“당사자가 말해야 한다.”


그날 저녁, 짧은 공지가 나갔다.


〈선지훈 위원장, 조만간 공식 입장 발표 예정〉


형식은 적혀 있었다.

** 서면 발표.**


시간은 없었다.
질의응답도 없었다.


그 공지 하나로 논란은 더 커졌다.


“왜 기자회견이 아니냐.”
“왜 질문을 피하느냐.”


그러나 정권 말기의 공기 속에서,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기자회견을 하면
그 순간부터 이 사람은 정책 인사가 아니라 정치인이 됩니다.”


그 말이 맞는지 아닌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확실한 건 하나였다.


이 해촉 건의는 조용히 끝날 수 없는 사건이 되었고,
처음 있는 사례로 역사에 남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모두가 알고 있었다.


다음에 나올 문장은
해명일 수도 있고, 완전히 다른 선언일 수도 있다는 걸.


곧,
입장이 나온다.


후임 위원장 임명을 위한

국민 공모제(3인 추천)건은

완전히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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