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악마&푸른 악마_파란 천사&빨간 천사
회의실 문이 닫히자 누군가 한숨처럼 웃음을 흘렸다.
“이거… 생각보다 일이 커졌네요.”
선지훈이 말했다.
놀라움보다는 묘한 설렘이 섞인 말투였다.
정세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영상부터 시작될 줄 알았는데, 사람들이 먼저 ‘입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강한국이 화면에 떠 있는 시안을 넘겼다.
“그 순간부터는 선택지가 하나죠.”
“이걸 굿즈로 갈 건지, 아니면 표식으로 갈 건지.”
호태가 망설임 없이 말했다.
“표식이죠.” “입는 순간 ‘나는 여기에 있다’고 말해주는.”
회의실에 고개 끄덕임이 번졌다.
선지훈이 현실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럼 돈 얘기부터 정리합시다.”
“무상 제공은 어디까지 갑니까.”
정세린이 준비해 온 답을 꺼냈다.
“학생, 군인, 고령자.”
“이분들한테 참여 비용을 묻는 순간 이 프로젝트는 말이 안 됩니다.”
“동의합니다.”
강한국이 바로 받았다.
“그건 기획이 아니라 배제죠.”
“기업이나 기관 단위는?”
선지훈이 물었다.
“제작비 부담.”
정세린이 말했다.
“대신 PCC(공공기여 인정, Public Contribution Credit)로 기록.”
“기부가 아니라, 함께 이바지의 방식으로요.”
호태가 덧붙였다.
“돈이 앞에 나오면 안 됩니다.” “기여가 먼저 보여야죠.”
강한국이 화면을 멈췄다.
“이제 제일 예민한 얘기.” “색입니다.”
정세린이 먼저 선을 그었다.
“디자인은 공모.” “색은 고정.”
“왜냐면,”
그녀가 말을 이었다.
“파랑은 진보, 빨강은 보수로 읽히는 나라니까요.”
호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쪽만 쓰는 순간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해석이 붙습니다.”
선지훈이 정리했다.
“그래서 태극 상징색 두 가지, 빨강과 파랑.”
“그리고 정확히 반반.”
잠시 정적.
모두 같은 그림을 떠올리고 있었다.
윤필순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누구도 ‘내 색이다’라고 못 하겠네요.”
“그게 목적이죠.”
호태가 말했다.
“해석을 막는 게 아니라, 해석할 틈을 없애는 것.”
선지훈이 이어갔다.
“그럼 디자이너들한테는 뭘 맡깁니까.”
“색 말고 전부.”
정세린이 답했다.
“배치, 비율, 표현.”
“전문가만 대상 아닙니다.”
호태가 덧붙였다.
“손그림도, AI도 가능.”
강한국이 웃었다.
“AI가 더 잘 표현할 수도 있죠.”
“요즘은 사람이 상상 못 하는 걸 툭 던질 때가 있으니까.”
정세린이 화면에 문장을 띄웠다.
The “善(Sun)” Republic of Great Korea
(선한 영향력의 나라, 위대한 대한민국)
선지훈이 물었다.
“설명 붙일까요?”
정세린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여기선 보여주기만 합니다.”
호태가 정리했다.
“지금은 몸에 먼저 올려보는 단계.”
“해석은 다음 단계, 국민 비전 헌장 공모에서 같이 풀죠.”
회의실에 동의가 흘렀다.
강한국이 질문했다.
“캐릭터는요?”
“허용.”
정세린이 답했다.
“다만 귀엽거나 과한 건 제외.”
“성별·연령 특정 안 되게.”
호태가 덧붙였다.
“함께 움직이는 표정과 동작.”
윤필순이 말했다.
“깃발 이미지 좋겠어요.”
“국기 말고, 비전 문장이 들어간 천이 바람에 휘날리는 느낌.”
분위기가 한결 풀렸다.
강한국이 웃으며 말했다.
“근데 생각해 보니,” “2002년엔 붉은 악마였잖아요.”
호태가 받았다.
“그땐 하나면 충분했죠.”
정세린이 말을 이었다.
“이번엔 업그레이드입니다.” “붉은 악마만이 아니라, 푸른 악마도.”
윤필순이 웃었다.
“그럼 천사는요?”
정세린이 바로 말했다.
“당연히 있죠.” “빨간 천사, 파란 천사.”
“악마만 있으면 분위기 무거워져요.”
회의실에 웃음이 돌았다.
강한국이 허공에 물결을 그렸다.
“그럼 거리에는 천사랑 악마가 섞여 다니겠네요.”
“네.”
호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어느 편인지 묻기 애매하게.”
선지훈이 웃으며 정리했다.
“싸우라고 만든 색이 아니라,”
“헷갈리게 만들어서 싸울 틈을 없애는 색.”
정세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천 가기 전부터 플래시몹 촬영 장소뿐 아니라
일상 전체가 무대가 되겠네요.”
윤필순이 말했다.
“그럼 진짜 신드롬이겠어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다들 천사인지 악마인지 알아볼 틈도 없이 같이 움직이는.”
선지훈이 마지막으로 말했다.
“좋습니다.” “이 티셔츠는 붉은 편도, 파란 편도 아니고,”
“그냥 같이 나온 사람들 편.”
선지훈이 다시 정리했다.
무상 제공 대상 명확
재원은 PCC
색은 태극, 빨강·파랑, 수량은 정확히 반반
문구는 고정, 설명 없음
디자인은 자유, 의미 중심
잠시 침묵.
누군가 중얼거렸다.
“이 정도면…” “입고 나오기만 해도 말이 되겠네요.”
정세린이 미소 지었다.
“네.” “왜 입었는지 설명 안 해도 되게요.”
호태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이 티셔츠는 주장을 하지 않습니다.”
“다만 같은 기준 위에 서 있다는 걸 보여줄 뿐입니다.”
선지훈이 고개를 들었다.
“좋습니다.” “그럼 공모로 갑시다.”
회의는 웃음과 함께 끝났다.
옷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모두 알고 있었다.
이건 디자인 회의가 아니라,
김천과 광주로 이어질 태극의 물결을 처음 그려본 자리였다는 걸.
그리고 그 물결은
이미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대한민국 하나 되기 프로젝트,
"대한민국 하나 됨의 신명 대축제" 기획회의는
이제 마지막 논제 하나 만을 남겨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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