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쇠를 원했는데 햄릿이 왔다

첫 출근 날의 단상

by 또 래 호태

채석장 입구 — 첫 등장

먼지바람이 천천히 일어나는 아침.

크럇샤는 이미 굉음을 토해내고 있었고.

컨베이어벨트가 돌아가는 소음은 정신을 쏙 뺄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그날, 채석장 사람들은 “새 사람 온다 카더라”는 말에 모두 궁금해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머리는 좀 모자라도 기운이 장사인 돌쇠 같은 놈이 왔으면 좋겠다고 기대하던 터였다.

그런데—


그가 걸어 들어왔다.

마른 몸. 말 그대로 피골이 상접했다.
기계적으로 팔뚝에 시선이 갔다.

하얀 피부. 나무젓가락만큼 마른 팔뚝. 새파란 힘줄이 가여워 보일 정도였다.

사람들의 첫 반응

열주임(열혈남 주임)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저 사람이오? 진짜?”

천평 형이 옆구리를 슬쩍 찌르며 말했다.

“저거… 한 삽 뜨다가 날아가는 거 아니여…?”

늘보 형이 담배를 입에 문 채 말했다.

“아이고… 오늘도 조퇴 각이네.”

그들의 시선엔 기대가 아니라 실망이 담겨 있었다.


아니, 실망보단 ‘계산’이었다.

저 체구로 이 일을 버틸 수 있을까?
그러다 다치기라도 하면, 오히려 우리가 신경을 더 써야 하는데.
차라리 소처럼 생긴 애 한 명이 오는 게 백 번 낫지.


그런데 대표가 말했다.

“이 양반, 보기에는 저래도 군대에서 한자리했던 사람이래.”

순간 공기가 아주 미세하게 바뀌었다.

열주임의 눈이 가늘어졌다. “군대에서… 뭐 했는데?”

대표는 짧게 말했다. “연대장 했었대. 예비역 대령 출신이고”


정적.
짧지만 무겁게 내려앉는 정적.

천평형이 툭 말했다. “대령이… 여기 왜 온겨…?”

아무도 대답할 수 없었다. 하지만 모두가 같은 생각을 했다. '피치 못할… 사연이 있구나.'

그리고 그 생각은 이 마른 사내를 향한 첫 번째 존중이었다.

첫 출근 날이 장날이었다


호태의 첫 출근 날은 하필 장날이었다.
채석장 청소부의 임무는 단순하다.
'골재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석분과 잔해물을 제때 치워 사고를 막는 일'


하지만 단순하다고 해서 쉬운 일은 아니었다.
기계가 돌아가는 동안엔 손도 못 대는 자리.
모든 기계와 설비가 멈춰야만 삽을 들 수 있었다.

오후 2시 — 크럇샤 멈춤

첫날 오후 두 시, 콘 크럇샤가 요란한 경고음을 내더니 멈춰 섰다.

파쇄되지 못한 골재가 안쪽에 꽉 막혀 라이너 밖으로 오버잇, 말 그대로 토해낸 상태.

콘 주변은 크고 작은 자갈이 쏟아져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기술팀이 총출동했다.
콘 내부 작업은 기술팀이 교대로 들어가 막힌 골재를 끄집어내는 일,

바깥에서 넘쳐 떨어진 잔해물을 치우는 일은 신참의 몫이었다.

세 시간. 한여름. 한 사람. 한 삽.

7월 19일. 초복이 막 지난 더위.
아스팔트조차 숨을 헐떡이는 날씨였다.

기술팀은 교대로 물을 마시고, 그늘로 숨고, 다시 콘 내부로 들어갔다.


하지만 외부 잔재를 치우는 사람은 단 한 명. '호태'

끊임없이 삽이 들리고 끊임없이 손수레로 날랐다.

땀은 눈으로 흘러들어 가고 팔은 근육이 아니라 의지로 움직이는 단계를 넘어서
기계적으로, 단순하게, 반복적으로.


세 시간.
그는 호흡을 가다듬는 시간 외에는 한 번도 삽을 내려놓지 않았다.

선입견을 깨트리다

열주임은 담배를 한 번 털어 물고는 멀찌감치 호태를 지켜보다가 슬쩍 내뱉었다.

“야. 재 봐라. 저걸 버티네.”

천평 형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거, 겉만 말랐지… 속은 단단한 놈인가 봐요.”

로또광 형이 맞장구쳤다.

“군 출신이라더니 책임감 하나는 끝내주네.”


콘(크럇샤) 대기실에 들어서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말들이 건네졌다.

“수고했어.”, “고생… 많았어.”

“야, 근데 기계가 사람 알아보는 거 같지 않았냐? 완전 첫날 신고식 풀코스로 받았네.”

장난 섞인 말이었지만 그 안에는 완연한 인정이 깃들어 있었다.

호태는 그 말의 진의를 알아챘고, 쑥스러운 미소가 입가에 번졌다.

귀가 — 꿀잠과 전화위복

작업이 끝났을 땐 말 그대로 사람 전체가 녹아내린 상태였다.
몸과 마음이 동시에 탈진한 상태.

그런데 그날 밤,
호태는 실로 오랜만에 누가 업어가도 모를 꿀잠을 잤다.


잡념이 끼어들 틈도 없었다.
과거의 잔상도, 불안도, 외로움도 그날의 삽질 아래 묻혀 있었다.

“기계가 호되게 신고시켰구먼… 그래도 나, 오늘은… 잘 버텼다.”

그 악착같은 버팀이 첫날부터 자신을 의심하던 시선들을
우려에서 기대로 바꾸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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