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하는 리더십
채석장 5일 차
스크린 동에는 거대한 깔때기 모양의 저장 빈, 호퍼가 있었다.
그날, 호퍼가 토해내듯 넘쳐흘렀다.
잔해물은 산처럼 쌓였고, 조 크럇샤 팀부터 ‘로또광’ 형까지 모두 불려 올라왔다.
네 명이 구역을 나눠 삽질을 시작했다.
하지만 망의 촘촘한 틈 사이에 끼어 붙은 잔자갈과 석분은 삽으로도, 호미로도 잘 떨어지지 않았다.
도구가 오히려 일을 방해했다.
결국 맨손까지 동원하여 파헤치기 시작했다.
숨은 무겁고, 땀은 눈으로 흘러 들어왔다.
속도는 나지 않았다. 무더웠다. 숨이 답답했다.
말을 할 기운조차 없었다.
그때였다.
“에이, 열여덟! 이거밖에 못 했어? 비켜봐.”
열혈남 주임이 나타났다.
그의 얼굴에는 짜증도, 계산도 없었다. 오직 막힌 걸 보면 뚫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의 표정.
그는 근처에 있던 대형 스패너를 잡았다.
그리고 말없이 망을 향해 내리쳤다.
쾅!
망이 울리고, 바닥이 울리고, 스크린 동 전체가 한 번에 떨렸다.
흙가루가 폭, 하고 아래로 쏟아졌다.
막혀 있던 통로가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열혈남은 잠시 멈추는가 싶더니 스패너를 거칠게 내려놓았다.
그리고 발길질을 시작했다.
“이놈의 망! 뚫려라, 이 자식아!”
거친 욕설이 섞인 한 발 한 발.
그 발끝마다 잔자갈과 흙이, 돌가루가 쏟아져 내려갔다.
누구랄 것도 없이 모두가 멈춰서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누구랄 것도 없이 모두가 다시 움직였다.
호미질이 날카로워지고, 손이 더 빨라지고, 숨소리가 커졌고, 눈빛이 살아났다.
현장은 갑자기 하나의 몸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었다.
그냥 그의 몸이 먼저 갔고, 그 몸이 다른 몸들을 끌어냈다.
나는 그 장면을 이렇게 불렀다.
'자발적인 분투를 부르는 거친 솔선'
책으로 배운 리더십이 아니라 몸으로 끌어내는 리더십.
열혈남 주임.
그는 그날, 흙과 망과 막힌 틈만 뚫은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의기(義氣)를 함께 뚫어버렸다.
그 장면을 보고 나는 확실히 알았다.
이 현장은 거칠지만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 힘이 있는 곳이라는 것을.
리더십이란 매끄럽고 세련된 언어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때로는 거친 말투와 허투루 보이는 행동 속에서도
사람을 움직이는 힘은 분명 존재했다.
욕이 조금 섞이면 어떠한가.
예절에 맞지 않는다고 누가 흉보면 어떠한가.
현장은 살아있는 생물이고, 사람은 분위기에 움직인다.
열혈남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그는 그날, 막힌 호퍼만 뚫은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기세까지 단숨에 끌어올렸다.
그것이야말로 통하는 리더십이었다.
호태는 평소 '리더십의 본질'은
'군더더기 없는 직관'과 '순간을 읽는 통찰'
그리고 스스로 먼저 몸을 던지는 용기'를 바탕으로
조직원을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힘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날 호태가 스크린 동에서 본 것은
거친 현장에서 '통하는 리더십'의 전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