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어느 날 매니저와의 전화 통화는 그런 기대를 산산조각 냈다. 학점이 부족해 졸업과 자격증 취득이 불가능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마치 머리에 망치를 맞은 듯 멍해졌다.
매니저의 차분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학생분께서 필수 전공 학점을 다 채우지 않으셨습니다. 선택 과목을 먼저 이수한 탓에 필수 학점이 모자랍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한동안 할 말을 잃었다. 처음에는 그저 황당했다. 어떻게 이렇게 중요한 정보를 미리 확인하지 않았을까? 정신을 차리고 나서 나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왜 처음부터 이런 부분을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으셨나요? 시간표만 맞추는 데 집중하느라 학점 계산을 놓쳤는데, 그걸 경고하지 않은 이유가 뭐죠?”
매니저는 침착하게 답했다.
“수업 구성과 선택은 학생분 스스로 하신 것입니다. 우리는 조언을 제공해 드린 것일 뿐입니다.”
상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마음속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마치 나의 잘못인 듯 들리는 말들이 억울하게 느껴졌다.
결국 남은 필수 학점을 이수하기 위해 다시 수업을 시작해야 했다. 하지만 과목들은 예상보다 훨씬 어렵고 복잡했다. 내가 빠르게 활용할 수 있는 과목들은 이미 이수한 상태였고, 남은 것은 심화된 이론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과목들이었다. 마치 음식에서 맛있는 것만 먼저 먹고 남은 것은 먹기 힘든 음식들만 남겨둔 기분이었다.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매일 밤늦게까지 레포트를 작성하고 과제를 제출하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과목별 평가와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준비하는 것은 끊임없는 도전이었고,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가 겹쳐졌다. 이 모든 과정은 1년 반 동안 지속되었고, 마침내 교원 자격증 2급을 취득하게 되었다.
2급 자격증 취득 후 나는 1급 자격증을 목표로 삼았다. 국립국어원의 규정에 따르면, 1급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최소 2,000시간의 교육 경력이 필요했다. 나는 그 경력을 충분히 쌓았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또 다른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문의를 했을 때 이런 답변을 듣게 되었다.
“사설 학원 경력은 1급 자격증에 인정되지 않습니다. 세종학당이나 대학 부설 어학당에서의 경력만 인정됩니다.”
이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깊은 좌절감을 느꼈다. 그동안의 경험과 노력이 제도적인 한계에 막혀 무의미해진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오랫동안 쌓아온 수업 경력을 바탕으로 자격증 취득을 기대했지만, 그것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포기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자격증 취득이 최종 목표는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과의 소통과 나의 성장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제도의 벽에 막히더라도 나는 더 나은 교사가 되기 위해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온라인 수업에 대한 가능성을 깨닫게 된 것도 이 과정에서였다. 녹화 후 업로드뿐 아니라 라이브 강의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새로운 교육 방식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이는 단순히 자격증 취득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나의 교육 철학과 방법론을 확장시키는 기회가 되었다.
나는 여전히 학생들과 소통하며, 나만의 교육 방식을 정립해가고 있다. 교육의 본질은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닌, 학생들과 함께 성장하는 것임을 몸소 느끼게 되었다. 이러한 경험들은 나에게 큰 자산이 되었고, 제도의 한계를 넘지 못해도 교육자로서의 열정을 잃지 않게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