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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13. 탄소란 녀석

by 포레스트 강

지금까지 자연현상에 대한 인류의 과학 지식과 산업혁명 이후 기술의 발전을 종합적으로 상고해 볼 때 그 중심에 탄소라고 하는 물질이 있음을 알았다. 지구 대기에 탄소가 이산화탄소(CO2)라는 기체로 존재하여 식물의 엽록소에서 땅속의 물(H2O)과 만나 태양에서 오는 빛 에너지의 도움을 받아 광합성을 통해 고체인 탄수화물을 만든다. 탄수화물(炭水化物)은 탄소와 수소의 화합물이란 뜻이다. 이 탄수화물은 그 구성 원소인 탄소와 수소 원자의 화학적 결합에너지에 태양에서 온 에너지를 품고 있다가 공기 중의 산소를 만나면 연소가 되어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면서 에너지가 다시 방출된다. 이 만남의 장소는 산불 현장이나 아궁이일 수 있고, 동물의 몸이나 인간이 만든 엔진이다. 인류 문명은 탄소의 이해와 이용으로 눈부시게 발전하였다.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 탄소라는 녀석은 참 기특하다.

탄소(炭素)는 목탄을 뜻하는 라틴어 ‘carbo’에서 유래한 ‘carbon’이라고 불리며 원소 기호로는 C가 사용된다. 탄소는 우주에서 수소(H, hydrogen), 헬륨(He, helium), 산소(O, oxygen) 다음으로 많은 질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지각에서는 15번째로 풍부한 원소이다. 탄소는 모든 생명체를 이루는 기본 요소로, 우리 인체에서는 산소 다음으로 약 18%의 질량을 차지하고 있다. 탄소는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 형태로 존재하며, 지각에는 금속염의 형태로 존재한다. 탄소는 생명체 외에 고분자 물질이나 화석 연료 등에도 존재하고 있어 우리의 주변과 삶을 구성하는 기본 원소이다.

오늘날의 화학 지식에 의하면 탄소(carbon)의 원자번호(atomic number)는 6이고, 원자량(atomic weight)은 12.011이다. 원자번호가 6이라는 것은 원소(element)를 수소 1, 헬륨 2, 리튬 3, 베릴륨 4, 붕소 5에 이은 식별번호이지만 물리학적인 의미로는 탄소 원자 하나가 갖는 전자(electron)의 개수이다. 즉 탄소 원자 하나는 6개의 전자를 거느리고 있다. 원자량에 질량의 단위인 g을 붙이면 탄소 원자 1몰(mol)의 질량이 된다. 탄소 원자 1몰은 아보가드로(Avogadro) 수인 6.02x(10의 23승) 개의 탄소 원자를 말한다. 즉 탄소 원자 602,000,000,000,000,000,000,000개, 즉 약 6천20해(垓) 개의 탄소 원자의 질량(무게)이 12.011g이라는 뜻이다.

한편 6개의 전자를 가진 탄소 원자의 전자배열을 1s22s22p2라고 표시하는데, 최외각(2s2p) 전자가 4개이다. 1몰 정도의 탄소 원자들이 집단으로 모여 있으면 각 탄소 원자들의 2s와 2p 전자의 에너지 차이가 없어진다. 그 결과 외각전자들이 s와 p 궤도의 혼합인 하이브리드(혼성) 궤도(hybrid orbital)를 이루어, 네 개의 혼성궤도들은 하나의 2s와 세 개의 2p 궤도들의 혼합으로 된 sp3 하이브리드 궤도를 만든다. 탄소와 같은 족에 속해 있는 실리콘(Si), 게르마늄(Ge) 원자들도 sp3 혼성궤도를 갖고 있다. sp3 혼성궤도를 갖는 원자들이 집단으로 모이면, 각 원자는 이웃한 네 개의 원자들과 전자를 공유하게 된다. 이렇게 함으로써 각 원자의 최외각 전자의 합이 8이 되어 안정된 결합을 이루게 된다. 탄소 원자 하나는 4개의 최외각 전자를 갖고 있어 불안정하여 원자 하나가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네 개의 이웃 원자와 전자 하나씩을 공유함으로써 이 원자는 드디어 안정하게 존재할 수 있다. 네 개의 이웃한 원자들은 각각 주위에서 새로운 세 개의 이웃 원자를 찾아 안정된 상태에 들어가려고 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원자들 간의 결합을 공유결합(covalent bond)이라 부른다. 서너 개의 원자가 1차원에서 배열하는 것이 아니고, 1몰 정도의 아주 많은 원자가 3차원에서 공유결합을 유지하면서 배열이 이루어지는 구조를 갖게 된다. 이렇게 결합된 고체 덩어리를 우리는 공유 결정(covalent crystal)이라고 부른다. 이 같은 결정 구조를 우리는 다이아몬드 결정 구조(diamond crystal structure)라고 부른다. 실리콘(Si), 게르마늄(Ge) 원자들도 고체 상태에서 공유결합을 이루고 다이아몬드 결정 구조를 갖는다. 다이아몬드 결정 구조의 각 원자에 속한 전자 중에서 1개의 전자가 결합에 관여한다. 하나의 탄소 원자는 네 개의 다른 원자들과 공유결합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이를 두고 배위수(coordination number) 혹은 최근접원자수(number of nearest neighbor atoms)가 4라고 말한다. 한 개의 원자를 둘러싸고 있는 네 개의 원자들이 이루는 입체는 사면체(tetrahedron)가 되는데, 이로부터 다이아몬드 결정 구조는 사면체 구조(tetrahedral structure)를 갖는다고 말한다. 공유 결정은 인접한 원자들 간에 공유하고 있는 전자들 때문에 강한 방향성을 갖는 응집력(cohesion force)이 생기게 되는데, 이로 인하여 다이아몬드 결정이 지구상에서 가장 큰 경도(강도)를 갖게 된다.

탄소 원자는 sp3 이외에 두 가지 다른 모양의 혼성궤도를 가질 수 있다. sp2 혼성궤도에서는 하나의 외각전자는 순수한 p 궤도에 그리고 나머지 세 개의 외각전자들은 ⅓s와 ⅔p의 특성을 갖는 하이브리드 궤도에 있다. sp 혼성궤도에서는 두 외각 전자들은 순수한 p 궤도에 나머지 두 개의 외각전자들은 1/2s와 1/2p의 특성을 갖는 하이브리드 궤도에 있다. sp2 혼성궤도를 갖는 탄소 원자들은 하나의 원자가 다른 세 개의 원자들과 1차원에서 120도씩 벌어져서 공유결합으로 연결된 육각형 그물을 이루게 된다. 이러한 2차원상의 육각형 탄소 그물을 그래핀 박판(graphene sheet)이라고 부른다. 그래핀의 각 탄소 원자는 하나의 전자를 이웃한 탄소 원자와의 공유결합에 참여시킨다. 그래핀 박판이 층층이 쌓여 있는 3차원 구조를 갖는 탄소 덩어리를 우리는 흑연(黑鉛, graphite)이라고 부른다. 그래핀의 각 탄소 원자마다 네 개의 외각전자 중 하나가 자유롭게 되어 그물에 걸쳐 있는 6개의 탄소 원자를 순회한다. 한 개의 층에서 자유롭게 된 전자는 위층의 자유롭게 된 전자와 반데르발스 힘(van der Waals force)으로 약하게 연결되어 있다. 하나의 그래핀 층 안의 탄소 원자들은 공유결합으로 연결되어 있어 상당히 강하나, 그래핀 층간은 약한 반데르발스 결합으로 되어 있다. 그러므로 흑연에 힘을 가하면, 각 층은 엇갈려서 잘 미끄러지고 또 잘 벗겨져 나가기 때문에 연필이나 윤활제로 흑연이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흑연과 다이아몬드처럼 같은 원소로 되어 있으나 원자 배열 방법이 다른 물질을 동소체라고 부른다. 탄소의 또 다른 동소체인 풀러렌(fullerene)이 1980년대에 처음 발견되었다. 풀러렌이라는 이름은 이 분자의 모양과 비슷한 축구공 형태로 돔 구조를 설계한 미국의 건축가 풀러(Richard B. Fuller, 1895-1983)의 이름과 이중 결합 화합물에 붙이는 접미어 ‘ene’을 합쳐서 만들어졌다. 2000년대에는 탄소 원자가 육각형 모양으로 결합하여 원자 하나의 두께를 가지고 있는 그물을 이루는 탄소판인 그래핀(graphene)이 새로운 탄소의 동소체로 발견되었다. 그래핀은 흑연(graphite)과 이중 결합을 뜻하는 접미어 ‘ene’을 합쳐 만들어진 이름이다. 풀러렌과 그래핀을 최초로 합성하거나 발견한 사람들은 모두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탄소는 원소 주기율표에서 2주기의 4번째에 위치한다. 2주기 원소들을 보면 가장 왼쪽의 리튬부터 비활성 기체인 네온(Ne)을 제외한 가장 오른쪽의 불소 사이의 중간에 위치하고, 전기음성도 역시 중간 정도의 값을 갖는다. 따라서 탄소는 자신보다 전기음성도가 높은 원소와 결합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양전하를, 자신보다 전기음성도가 낮은 원소와 결합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음전하를 가질 수 있어서 다양한 화합물을 구성한다. 탄소는 녹는점과 승화점이 매우 높은 원소이고, 1 기압에서는 온도가 아무리 높아도 녹지 않는다. 탄소는 수소, 질소, 산소, 황 등의 다른 원소와 결합을 이룰 수 있어서 탄소 화합물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탄소와 탄소 사이의 결합을 이룰 수 있는 성질을 바탕으로 사슬 혹은 고리 형태의 탄소 골격 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 탄소-탄소 결합은 단일 결합, 이중 결합, 삼중 결합이 가능하며, 결합하고 있는 형태에 따라 매우 다양한 형태의 이성질체가 존재한다. 이런 다양한 탄소-탄소 결합을 기반으로 하는 물질들이 생명체에서 많이 발견되어 생물과 관계되었다는 뜻의 유기화합물(organic compounds)이라고 불렸는데 지금은 탄소를 포함하고 있는 화합물들을 의미하는 용어로 쓰인다. 초기의 분류는 유기화합물이 생명과 관계된 현상으로만 만들어지고, 무기물로부터는 만들어질 수 없다는 생각에서 유래했다. 그러나 19세기 초반에 무기물인 시안산암모늄으로부터 유기물인 요소(urea)를 합성할 수 있음을 알게 되면서 그 생각이 틀렸음을 알게 됐다.


탄소는 세 종류의 동위원소 즉 12C, 13C, 14C를 갖고 있으며, 자연계에서 각각 98.93%, 1.07%, 1 X (10의 -10승)%의 비율로 존재한다. 이 중 12C는 원자 질량 단위(atomic mass unit, amu), 속칭 원자량을 정의할 때 기준값으로 사용되었는데, 12C 원자 1개의 질량의 1/12를 1 amu로 정의한다. 옛날에는 탄소의 원자량을 12라고 했는데, 요즈음은 12.011이다. 이는 자연에 존재하는 동위원소의 존재 비율과 각 동위원소의 질량을 고려하여 평균값으로 나타낸 것이다. 13C의 원자량은 13이다. 한편 동위원소 중에 12C는 핵스핀(nuclear spin) 값이 0인데 비해, 13C는 핵스핀 값이 -½이어서 핵 자기 공명(nuclear magnetic resonance)에 감응한다. 13C는 자연계에서 관찰이 쉬울 정도로 충분한 양(1.07%)이 존재하므로 핵 자기 공명 분광법(속칭 NMR spectroscopy)으로 유기화합물의 구조를 분석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병원에서 척추 손상 등의 입체적 영상 분석에 NMR 분광법이 활용된다.

탄소의 또 다른 동위원소인 14C는 반감기가 5,760년인 방사성 동위원소이다. 대기 중의 14C 비율은 항상 일정하고 호흡을 하는 동물이나 광합성을 하는 식물이 살아 있을 때는 생체 안의 14C 비율이 대기 중의 비율과 일치한다. 그런데 이들 생명체가 죽은 뒤에는 그 안에 있는 14C의 비율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줄어들기 때문에 사체(死體)에서 14C의 비율을 측정하면 그 생명체가 죽은 지 얼마나 지났는지 알아낼 수 있다. 이를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법이라고 하며, 식물이나 동물의 생존 연대를 추정할 수 있다. 이 방법은 유기물이 포함된 고고학 유물의 연대를 측정하는 데에 매우 유용하게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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