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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14. 외연기관과 내연기관

by 포레스트 강

에너지는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일상생활과 산업에서 중요하다. 국가적으로도 에너지는 중요한 문제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에너지의 주류를 이루는 석유가 생산되지 않고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서, 높은 국제 석유 가격에 대처하는 일이 국가적 과제가 아닐 수 없다. 20세기 중반까지 이용 가능한 에너지의 원천은 거의 전부 석탄이나 석유, 이른바 화석 연료를 태우는 증기기관이었다. 태양에서 쏟아지는 에너지를 지구에 있는 식물이 수 만 년 전에 수 만 년 동안 채집하여 두었던 에너지가 어떤 이유로 땅속에 들어가서 화석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한 화석 연료를 캐내어 연소시킴으로써 에너지를 다시 빼내어 증기기관을 돌리는 기술을 인류가 알아내었다.


산업혁명으로 인하여 과학에 대한 우리 인류의 인식과 생활에 큰 변화가 왔다. 그중에서 가장 획기적인 것이 바로 기관(機關)의 발명이다. 일명 엔진이라고 하는 것으로 화력, 수력, 전력 등의 에너지를 기계적 에너지로 바꾸는 기계를 말한다고 사전에 정의되어 있다. 기관의 원래 뜻은 교육기관, 보도기관 등과 같이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설치된 조직을 의미하고, 의결기관, 집행기관처럼 법인이나 단체의 의사를 결정하거나 실행하는 지위에 있는 개인 또는 그 집단을 뜻한다. 기관실이라고 하면 공장, 기관차, 선박, 항공기 중에서 엔진이 설치되어 있는 방을 의미한다. 일상생활에서 기관실은 발전, 난방, 냉방, 환기 등에 쓰이는 엔진을 설치하여 놓은 방을 말한다. 기관사는 이런 방에서 총체적인 일을 하는 사람을 의미하는데, 보통 엔지니어라고 말한다. 엔진을 다루는 사람이란 뜻이다. 기술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가 활용하는 기관의 동력은 대부분 석탄이나 석유 같은 화석 연료를 연소함으로써 얻어진다. 연소(燃燒, combustion)가 기관의 외부에서 이루어지고 화석 연료의 에너지가 수증기의 운동에너지로 바뀌고 그 에너지가 기계의 동력으로 바뀌게 되어있는 기관을 외연기관(外燃機關, external combustion engine)이라고 한다. 증기기관(蒸氣機關)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초창기의 증기 기관차, 증기선 등의 동력이었다. 요즈음은 그 외부의 역할을 하는 부분을 보일러(boiler)라고 부른다. 일단 무언가를 태워서 그 태운 열로 보일러의 물을 데우고 나면, 가열된 물이 증기로 기화되어서 수증기의 압력으로 피스톤을 움직여 그 피스톤에 연결된 로드가 바퀴를 돌리는 방식이다. 증기 기관차는 쉽게 말하면 커다란 압력솥과 화덕에다 바퀴를 달아 놓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목탄, 석탄, 석유 등을 연료로 활용할 수 있다. 보일러에서 물을 끓여서 난방열로 이용할 수도 있고 발전소에서처럼 그 에너지를 터빈을 돌리는 데 쓸 수도 있다. 보일러의 목적이 단순히 난방이라면 화력이 그렇게 셀 필요가 없으니까 장작이나 연탄을 써도 된다. 시골에서는 겨울철 난방용으로 화목 보일러나 연탄보일러가 요즘도 쓰이고 있다. 엔진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화력이 어느 정도 되어야 하니까 석탄 정도는 있어야 한다. 일부 저개발국가에서는 아직도 목탄차나 목탄 기관차가 간혹 운행되는 수가 있다고 하나 그 힘이 약해서 속력을 낼 수가 없다.

기찻길 옆 오막살이, 아기, 아기 잘도 잔다.

칙폭 칙칙폭폭 칙칙폭폭 칙칙폭폭

기차 소리 요란해도 아기, 아기 잘도 잔다.

기찻길 옆 옥수수밭, 옥수수는 잘도 큰다.

칙폭 칙칙폭폭 칙칙폭폭 칙칙폭폭

기차 소리 요란해도 옥수수는 잘도 큰다.

- 윤석중(1911~2003) 작사, 윤극영(1903~1988) 작곡, <기찻길 옆>


위 동요는 우리나라 근대화 시기를 대표하는 어린이 노래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 경인선과 경부선 철도가 개통된 후 전국의 교통수단이 한층 발전되고 철도가 사람과 화물의 운송에 큰 역할을 담당하였다. 기찻길이 기존의 주택가나 농경지를 가로지르게 됨으로써 그 주변 주민들의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기찻길 옆 오막살이에 사는 어린이는 이제 칙칙폭폭 하는 화차 소리에 이력이 나서 낮에 낮잠도 잘 잔다. 어른들은 새벽에 기차 소리로 불시에 잠을 깨기도 하여 다시 잠을 청하려 고생하지만. 기찻길 옆 밭에 심은 옥수수는 초여름 햇살에 잘도 크고 열매를 실하게 키워 어린이에게 맛있는 간식을 제공한다. 요즘에는 고속도로나 기찻길 옆에 있는 작물이나 동물이 소음으로 인하여 생장에 지장을 준다는 환경론자들의 연구 결과가 있기는 하나, 보통 사람들은 그곳에서도 그냥 살만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요즘은 10량 정도로 편성되어 기차가 운행되고 전동 기관차 하나 혹은 둘이 끌고 밀고 다니지만, 기관차의 원조는 역시 증기 기관차이다. 지금은 구시대의 유물로 여기지만, 18세기말부터 19세기까지는 주요 운송 수단으로써, 이전까지 육로를 통해 마차로 운송하던 것과 비교해 엄청난 양의 화물을 실어 나를 수 있어 산업화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17세기에서 18세기 즈음 영국은 연료로 쓰던 목재가 고갈되자 석탄으로 눈을 돌렸고, 석탄이 목재보다 월등하게 화력이 셈을 알게 되었다. 석탄을 지하에서 대규모로 채굴하기 위해 석탄 광산을 만들었다. 그 후 대기압의 힘으로 왕복 운동을 하는 증기기관을 만들었으나, 이 증기기관은 대기압으로 물을 빨아들이고 증기가 진공을 만드는 데만 쓰여서, 연료 낭비가 심하고 왕복 운동이 쉽게 그쳐 버린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런 점을 보완하여 와트(James Watt, 1736~1819)가 증기의 힘으로 피스톤이 회전운동을 하는 증기기관을 1765년에 만들었다.

1804년 펜-이-다렌이라는 이름의 증기 기관차를 최초로 만든 것을 시발로 근대적인 철도의 역사가 시작된다. 그러나 마차가 끌던 기차를 증기 기관차로 대체하면서 주철로 만든 선로가 기관차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깨지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스티븐슨(Gorge Stephenson, 1781~1848)이 이 문제를 해결했는데, 선로를 연철로 만들어 기관차의 무게를 견디도록 했다. 그리고 1825년 연철 레일을 채택한 스톡턴-달링턴 철도에서 달린 로코모션(locomotion) 1호는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증기 기관차가 되었다. 이후 1830년 스티븐슨이 당시 기준으로 월등히 뛰어난 성능을 가진 증기 기관차인 로켓(rocket) 호를 만들었다. 로켓 호를 채용한 리버풀-맨체스터 여객 철도가 성공하면서 영국에 철도 붐이 일게 되었다. 그리고 이 철도 붐이 전 세계를 휩쓸면서 근대적인 육상 교통수단의 출발점이 되었다.

철도 붐의 일등 공신은 철강 제조기술인데 1855년 전로 제강법이 개발되면서 철강을 대량으로 생산하게 되었다. 철광석(Fe2O3)과 코크스(C)를 배합하여 고온을 유지하면 철(Fe)이 환원되어 나오고 열이 발생하여 그 열로 용광로 온도를 유지하여 지속적인 제철이 가능하다. 이때 탄소와 수소의 화합물인 이산화탄소와 일산화탄소가 대기로 배출되는데, 이제는 이 이산화탄소로 인하여 제철 공장이 대표적인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되었다. 전로에서 쇳물을 적절하게 온도와 시간을 조절함으로써 철(iron) 내의 탄소량을 조절하면 철강(steel)이 된다.


증기기관은 운행하는 동안에 연료와 물을 싣고 다니기 때문에 덩치가 크고 무겁고 연비가 나쁘다. 또한 석탄을 태워서 매연이 생긴다. 그리고 기계적으로 유지보수에 힘이 많이 드는 단점을 안고 있었던 데다가, 전기가 중요한 에너지 수단이 되어 전철이 등장하면서 증기 기관차는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증기 기관차는 공식적으로 1967년 운행이 종료되었다고 하나 증기 기관차는 기관의 원리나 설계가 단순하고, 연료의 종류에 구애받지 않고, 출력이 좋은 장점으로 인하여 당시 철도의 전력 사정이나 전철화 현황을 따져봤을 때 이후에도 임시열차 견인이나 일부 산업용 철도에서는 1980년대 중반까지 증기 기관차를 운행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세계적으로는 드물게 석탄이 많이 생산되는 나라에서는 아직도 증기 기관차가 운용되나, 대부분 국가에서는 관광용으로나 볼 수 있는 수준이다.


한편 내연기관(internal combustion engine)은 연료와 공기 등의 산화제를 연소실 내부에서 연소시켜 에너지를 얻는 기관이다. 가솔린기관과 디젤기관이 대표적인 내연기관이다. 가솔린(휘발유)과 디젤(경유)은 원유의 정제 과정에서 다른 단계에서 나오는 연료의 종류이다. 연소실 내부에서 일어나는 연료와 산화제의 연소 반응이 발열반응이어서 반응 시 높은 온도와 압력의 기체가 생성된다. 이 기체가 연소실 내부의 피스톤 등을 움직이게 하여 기관을 작동시킨다. 이러한 작동 방식은 기관 외부의 열을 이용하는 증기기관 같은 외연기관과 대조되어 내연기관이라 부른다. 일반 내연기관의 열효율은 20~30% 정도로 낮지만, 외연기관은 40~50% 정도까지 나올 수 있다. 외연기관의 출력을 높이기 위해선 많은 양의 기체가 필요해 같은 출력을 내는 내연기관보다 부피가 큰 단점이 있다. 즉 내연기관이 외연기관보다 부피가 작은 장점이 있고 열효율도 높아서 지금은 내연기관이 엔진의 대세가 되었다.

내연기관의 작동 방식은 행정(行程) 수에 따라 달라진다. 피스톤이 한 번 내려가거나 올라가는 과정을 1 행정 한다. 예를 들어 2 행정 방식은 피스톤이 2 행정 하는 동안, 즉 한 번 왕복하는 동안 한 주기가 끝난다. 반복 운동 시 두 번째 행정 동안에 강한 왕복 운동이 일어나며, 주로 소형 오토바이, 모터보트 등 소형 기관에 이용된다. 아래에 설명이 되어있는 4 행정 방식이 보편적이며 자동차의 동력으로 쓰는 가솔린기관의 작동 원리이다. 기타 5 또는 6 행정 방식은 모두 4 행정 방식을 기반으로 약간의 변형을 도입하여 연료 효율 또는 기계적 성질을 향상하기 위해서 고안되었다. 가솔린기관의 작동 원리를 보면, 흡입-압축-폭발-배기의 4 행정을 차례대로 되풀이한다. 1분 동안에 수행되는 행정의 수를 분당 회전수 즉 rpm(revolutions per minute)이라고 한다.


(1) 흡입: 두 밸브가 닫힌 상태에서 피스톤이 원통 속의 맨 위에 있을 때 시작하여 피스톤이 내려가면서 흡입 밸브가 열려 가솔린 증기와 공기의 혼합 기체가 원통 속으로 주입되며, 피스톤이 맨 아래로 내려갈 때 흡입 밸브가 닫히면서 끝난다.

(2) 압축: 플라이휠의 회전운동에 의해 피스톤이 다시 위로 올라가면서 주입된 혼합 기체가 압축되어 맨 위에 있을 때 끝난다.

(3) 폭발: 피스톤이 맨 위에 있을 때 불꽃방전을 일으켜 압축된 혼합 기체가 순간적으로 연소되고, 그 결과 생기는 열 때문에 고온 고압 상태가 된 연소 기체가 피스톤을 밀어 내리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연소 기체의 열에너지가 운동에너지, 곧 기관의 축에 달린 플라이휠의 회전운동에너지로 바뀐다.

(4) 배기: 플라이휠의 회전운동에 따라 맨 아래로 내려간 피스톤이 다시 올라올 때 배기 밸브가 열리면서 연소 기체를 밖으로 내보내어 피스톤이 맨 위로 올라갔을 때 배기 밸브가 닫히면서 끝난다.

증기기관은 석탄과 물을 화차에 싣고 다녀야 하고 때가 되면 석탄과 물을 퍼 넣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고 부피가 컸으나, 석유에서 뽑은 디젤유(경유)로 작동되는 디젤기관은 간단하고 작동이 편리해서 디젤 기관차는 증기 기관차를 대체하는 killer application 혹은 game changer가 되었다. 이 디젤 기관차도 전기로 구동하는 전기기관차 즉 전동차가 나오면서 죽게 되었다. 또한 내연기관은 부피가 작고 효율이 높아서 휘발유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은 자동차의 엔진으로 채용되어 우리의 생활과 급격하게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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