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 원소 주기율표

by 포레스트 강

기원전 4세기경 그리스의 철학자 데모크리토스(Democritus)는 ‘모든 물질은 원자(原子, atom)로 이루어져 있다’라고 주장하여 원자론의 효시가 되었다. 데모크리토스의 이 원자론이 서양문명의 밑바탕이 되었으며, 이를 근거로 물리학과 화학이 발달하였다. 원자란 무엇인가?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원자란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적 입자이고 각기의 특성을 잃지 않는 범위에서 가장 작은 미립자라고 되어 있으며, 원자의 중심에 원자핵(原子核, nucleus)이 있고 주위에 전자(電子, electron)가 있다고 되어 있다. 데모크리토스는 원자를 물질의 가장 기본적인 입자라고 보았는데, 현대 과학은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고, 더 나아가서 그 원자핵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를 열심히 탐구하고 있다. 그래서 물질의 기본 입자라는 의미에서 원자라는 말 대신에 원소(元素, element)라는 표현을 쓴다.

러시아의 화학자 멘델레프(Dmitri Mendeleev, 1834~1907)는 1869년에 원소들을 질량의 순서로 배열하면 일정한 간격으로 비슷한 화학적 혹은 물리적 성질을 가진 원소들이 되풀이되어 나타난다는 주기율(periodic law)을 체계화하고 주기율표(periodic table)를 발간하였다. 현대의 양자 이론은 그보다 훨씬 뒤에 나타났지만, 멘델레프의 업적은 기본물질(primary matter)을 발견하려는 노력을 부활시켰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멘델레프는 그때까지 알려진 63개의 원소를 질량의 순서대로 배열하였을 때 규칙적인 반복성이 있음을 알아냈고, 몇 개의 빈자리가 있음을 알게 되었는데, 이 빈자리는 당시까지 발견되지 않은 원자들이 차지할 것이라고 제안하였다.

현대의 양자 이론에 의하면 원자번호는 그 원소가 갖고 있는 전자의 개수이다. 예를 들어 원자번호 1번인 수소(H)는 하나의 전자를, 원자번호 2번인 헬륨(He)은 두 개의 전자를, 원자번호 3번인 리튬(Li)은 세 개의 전자를 갖고 있다. 전자 하나는 1.6 x 10의 -16승 C(쿨롱)의 음(-) 전하를 띠고 있고, 각 원소의 가운데에 있는 핵에는 외곽에 있는 전자의 개수에 상응하는 양(+) 전하가 존재한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원소 중에서 원자번호가 제일 큰 원소는 92번 우라늄(U)이다. 그 이상의 원자번호를 가지고 있는 원소는 인공적으로 합성되는데 대부분 유명한 과학자나 연구소 또는 국가의 이름이 붙여져 있다. 예를 들어 원자번호 101번인 원소는 멘델레프의 이름을 기려 멘델레븀(Md)이라고 명명되어 있다. 원소는 합성되었으나 아직 이름이 붙여져 있지 않은 원소들도 있다.

주기율표는 웬만한 과학 관련 서적에 다 나와 있다. 여기서는 인용을 생략한다. 비슷한 성질을 갖는 원소들은 세로줄로 묶여서 하나의 족(族, group)을 이룬다, 1족은 수소(H)와 리튬(Li), 나트륨(Na), 칼륨(K), 르비듐(Rb), 세슘(Cs), 프랑슘(Fr) 등의 원소가 속하는데 일명 알칼리 금속원소라고 부른다. 2족에 속해 있는 원소는 베릴륨(Be), 마그네슘(Mg), 칼슘(Ca), 스트론튬(Sr), 바륨(Ba), 라듐(Ra) 같은 원소인데 일명 알칼리토(alkali earth) 금속원소라고 불린다. 탄소(C), 규소(Si), 게르마늄(Ge), 주석(Sn), 납(Pb) 등의 원소들이 속해 있는 세로줄이 바로 4족이다. 7족은 할로겐 원소로 구성되는데, 이들은 기체 상태에서 이원자 분자가 되는 휘발성 비금속이다. 보통 1족인 알칼리 원소가 환원작용제로서 활성이 큰데, 7족인 할로겐 원소는 화학적으로 산화작용제로서 큰 활성을 갖는다. 불소(F), 염소(Cl), 브롬(Br), 요오드(I), 아스타틴(At) 등이 7족 원소이다. 8족은 불활성 기체로 이루어져 있는데, 헬륨(He), 네온(Ne), 아르곤(Ar), 제논(Xe), 라돈(Rn)이 그 예들이다. 8족 원소들은 실제로 다른 원소들과 어떤 화합물도 만들지 않으며, 원자들이 함께 묶여서 분자를 이루지도 않고 원자 하나하나가 독립적으로 기체를 이룬다.

주기율표에서 가로줄을 주기(週期, period)라고 한다. 각 주기를 가로질러 원소들의 성질을 비교하여 보면, 처음에는 활성이 강한 금속, 다음은 활성이 약한 금속, 그다음이 활성이 약한 비금속, 그리고 활성이 아주 큰 비금속, 마지막으로 불활성 기체의 순서로 원소들의 성질이 변한다.

1주기에 속하는 원소는 원자번호 1번 수소(H)와 2번 헬륨(He) 원소이다. 처음의 세 주기는 중간이 띄어져 있다. 1주기에 속해 있는 두 원소는 16칸이나 떨어져 있다. 2주기와 3주기의 세 번째 칸에서 네 번째 칸 사이에는 열 칸이 비어 있다. 2주기에 속한 원소는 원자번호 3번 리튬(Li)에서 시작하여 베릴륨(Be), 붕소(B), 탄소(C), 질소(N), 산소(O), 불소(F), 네온(Ne) 등이다. 3주기에 속한 원소는 원자번호 11번 나트륨(Na)으로부터 시작하여 마그네슘(Mg), 알루미늄(Al), 규소(Si), 인(P), 황(S), 염소(Cl), 알곤(Ar) 등이다.

제4주기부터 2족과 3족 사이에 열 칸의 전이원소(transition element) 계열이 나타난다. 4주기의 전이원소는 원자번호 21번인 스칸듐(Sc)에서부터 티타늄(Ti), 바나듐(V), 크롬(Cr), 망간(Mn), 철(Fe), 코발트(Co), 니켈(Ni), 구리(Cu), 아연(Zn)의 열 가지 원소들이다. 전이원소는 전문적인 용어로 d 궤도에 전자를 가진 원소들이다. 전이원소에 속하는 원소들은 일반적으로 단단하고 녹는점이 높은 화학적 성질이 상당히 닮은 금속들이다. 이들 열 개의 세로줄을 감안(勘案)하여 요즈음은 기존의 4족을 14족이라고 부른다. 마찬가지로 기존의 8족을 18족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6주기에 속한 원자번호 57번부터 71번까지의 15개의 전이원소를 란탄족 원소(lanthanide element) 혹은 희토류 원소 (rare earth element)라고 한다. 희토류란 문자대로 뜻을 풀이하면, 땅속에 희소하게 존재하는 원소라는 뜻이다. 실제로 희토류 원소는 평소에 별로 들어보지 못한 원소들이다. 비슷한 성질을 가진 원소들의 모임이 7주기에서도 나타나는데 이들을 악티늄족 원소(actinide element)라고 한다. 란탄족 원소 및 악티늄족 원소들은 전문적인 용어로 f 궤도에 전자를 보유하고 있는 원소들로서 주기율표에서는 밑으로 빼내어 따로 배열하고 있다. 이른바 전이원소나 희토류 원소들이 존재하는 주기율표의 영역은 모두 금속이다.

멘델레프는 시베리아 태생으로 모스크바를 거쳐 화학을 공부하러 서유럽인 프랑스와 독일에 갔다. 1866년 그는 성 뻬쩨부르그(St. Petersburg) 대학의 화학 교수가 되었고 3년 후에는 초기판의 주기율표를 발간하였다고 한다. 필자가 한국산업기술대학교의 교수로 재직 중일 때 우크라이나(Ukraine)의 키예프 공대(Kiev Polytechnic University, KPU)를 방문한 바 있는데, 그 학교 소개 문건에 멘델레프가 그 대학 교수였다고 소개되어 있었다. 그 학교의 캠퍼스가 고색창연하다는 인상으로 보아 그 대학이 그만큼 오래되었다는 증거로 언급한 것으로 생각하였다. 옛날에 그 지역은 러시아의 영토였는데 멘델레프 교수가 그 대학 교수도 겸임하고 있었다고 소개하였다. 필자가 우크라이나를 방문했을 때는 러시아에서 독립하여 엄연한 주권국가였는데, 현재는 러시아와 오랜 기간 전쟁 중이다. 방문 당시에는 수도 이름을 키예프로 알고 있었는데, 최근에 현지 말로 키이유가 맞는 표기라고 들었다. 필자 학교의 당시 영어 이름이 Korea Polytechnic University(KPU)로 양교의 영문 약자가 같아서 묘한 동질감을 느낀 적이 있다.

일본의 교토대학을 방문했을 때 구내 서점에 들렀더니 원소주기표를 관광상품으로 판매하였다. 일본어로 된 원소주기표에는 멘델레프에 대한 설명이 있고, 중앙 빈자리에 2002년까지의 노벨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 등 과학 관련 상의 일본인 수상자 9명의 이름과 사진이 나와 있었다. 일본에 노벨 과학상을 1949년 처음으로 안겨준 유카와 히데키(1907~1981) 박사를 비롯한 많은 수상자가 교토대학과 인연을 맺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인 것 같다. 이 밖에 여러 군데에서 원소주기표가 관광상품의 소재가 되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필자가 평소에 주기율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을 보고 한 대학원생이 주기율표가 새겨진 머그컵을 사서 필자에게 선물한 적이 있는데 지금도 간직하고 애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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