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 전자의 배타원리

by 포레스트 강

이 우주에는 중량비로 수소(H)가 71%, 헬륨(He)이 27%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가 존재하고 있는 지각(地殼)을 이루는 원소는 산소(O)가 약 50%이고 그 뒤에 규소(Si) 약 26%, 알루미늄(Al) 약 8%, 철(Fe) 약 5% 정도가 존재하고 있다. 우리의 인체는 산소(65%), 탄소(18%), 수소(10%), 질소(3%)로 주로 이루어져 있다. 전자의 수가 늘어나면 원자의 종류는 무수히 많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왜 기본물질을 이루는 원소의 가지 수는 약 100개 정도에 불과할까? 이는 전자의 존재 방식에 기인하고 있다고 양자 이론은 설명하고 있다.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앞에서 언급한 바 있다. 전자가 존재하는 특성을 파울리(Wolfgang Pauli, 1900~1958)는 배타원리(Exclusion Principle) 이론으로 요약하였다. 주기율표는 원자 내의 전자배치에 관한 기본적인 원리를 알기 쉽게 표로 나타낸 것에 불과하다.


원자의 구조가 제대로 밝혀지기 전인 지금으로부터 약 150년 전에는 각 원소로부터 독특한 선 스펙트럼(line spectrum)이 나옴을 발견하고 이를 분석하여 원소의 종류나 원자의 구조를 알아내었다. 위 그림과 같은 실험 장치로 원자 가스나 증기에 전류를 흘려주는 등의 적당한 방법으로 대기압보다 약간 낮은 기압에서 여기(勵起, excitation) 시키면 특정한 파장만을 갖는 복사선이 방출됨을 알았다. 이 기법을 분광학(spectrometry)이라고 불렀다. 모든 원소는 분광학에서 독특한 선 스펙트럼 특성을 나타낸다. 태양이 수소 가스와 헬륨 가스로 되어 있음도 태양 빛의 선 스펙트럼 분석으로부터 알아내었다. 원소의 선 스펙트럼 분석으로부터 현대 물리 특히 양자물리 이론이 태동되었다.

1925년에 파울리는 한 개 이상의 전자를 가지는 원자들의 전자배치에 대한 기본적인 원리를 발견하고 이를 배타원리라고 명명하였다. 초창기의 양자물리학자들은 스펙트럼선들이 실제로는 간격이 아주 작은 이중선으로 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 이유를 설명하려고 노력하였다. 특히 시료를 자기장 속에 넣었을 때, 몇 종류의 원소들에서 원자의 스펙트럼선이 세 개의 성분으로 나누어지나, 태반의 원소들에서 넷, 여섯, 또는 그보다 더 많은 성분이 나타난다. 파울리는 이러한 실험 결과를 설명하기 위하여, 전자의 스핀 개념을 사용하였다. 파울리는 각 원자에서 나오는 광자 선 스펙트럼을 연구하여 배타원리를 유추해 내었다. 파울리의 배타원리에 따르면, 한 원자에서 같은 양자 상태에 두 개 이상의 전자들이 함께 존재할 수 없다. 요즘의 정리된 양자 이론에 의하면, 네 가지 종류의 양자수(quantum number), 즉 주양자수, 궤도양자수, 자기양자수, 스핀 양자수가 존재하는데 한 원자에서 각각의 전자들은 모두 다른 양자수의 조합을 갖는다.

원자핵 주위에 존재하는 전자들은 허용된 양자 상태 중에서 에너지가 가장 낮은 상태부터 차곡차곡 하나씩 채워나간다. 원자번호 92번인 우라늄(U) 원자핵이 갖는 전자의 개수는 92개이다. 이때 전자의 배치 상태를 1s2 2s2 2p6 3s2 3p6 3d10 4s2 4p6 4d10 4f14 5s2 5p6 5d10 5f3 6s2 6p6 6d1 7s2 라고 나타낸다. 여기서 문자는 궤도양자수를 나타내는데, 궤도양자수 0인 s는 영어로 sharp, 궤도양자수 1인 p는 principal, 2인 d는 diffuse, 3인 f는 fundamental의 약자로 원자 선 스펙트럼의 연구 과정에서 나온 용어라고 하는데 오늘날의 양자 이론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 각 문자 앞에 있는 숫자가 주양자수로 그 전자가 갖는 에너지 혹은 원자핵으로부터의 거리에 비례한다. 주양자수는 바로 주기율표에서 주기의 숫자에 해당한다. 첨자(upper suffix)로 표시된 숫자(여기서는 궤도양자수 문자 다음의 숫자)가 각 궤도에 속해 있는 전자의 숫자로서, 위 전자배치에 나타나 있는 첨자의 숫자를 모두 더하면 92가 된다. 자기양자수는 궤도양자수에 2를 곱하고 1을 더한 값인데 전자배치 표시에 바로 나타나지 않지만, s 궤도에 2(2x1) 개의 전자, p 궤도에 6(2x3) 개의 전자, d 궤도에 10(2x5) 개의 전자, f 궤도에 14(2x7) 개의 전자를 수용할 수 있는 점과 연관이 있다. 전자는 자기양자수가 1, 3, 5, 7로 홀수를 좋아하나 보다. 전자의 스핀은 아주 작은 입자인 전자가 자전하고 있는 방향이 두 종류라는 뜻으로 스핀 양자수는 2이다.

현대의 과학지식에 의하면, 원자의 정 가운데에 원자핵이 있고 그 주위에 전자들이 원자번호 수만큼 있다고 이해하고 있다. 전자들 각각의 에너지 상태는 특정의 규칙 즉 파울리의 배타원리를 따르는데, 원소의 가지 수는 약 100개 정도로서 이 원소들이 물질의 기본을 이룬다. 이 100여 가지의 원소들이 이웃한 원소들과 분자나 화합물을 이룬다. 각 원소의 최외각에 있는 전자의 존재가 다른 원자들과 분자나 화합물을 형성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들 최외각 전자는 원자핵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서 핵으로부터 큰 관심을 받지 못한다. 오히려 거추장스러운 존재이다. 외부의 유혹 혹은 외부의 작용으로 쉽게 최외각 전자를 잃을 수 있다. 이렇게 최외각 전자(들)가(이) 떨어져 나간 원자의 몸통을 이온(ion)이라고 한다.

주기율표에서 1족에 속해 있는 원소들의 최외각 전자는 하나로서 외부의 작용으로 쉽게 최외각 전자를 잃고 원소의 몸통은 +1의 양전하를 띤 이온이 된다. 이때 이 숫자를 원자가(原子價, valence)라고 하고, 그 전자를 원자가 전자(valence electron)라고 말한다. 여기서 원자가로 번역되는 valence는 영어의 value에 해당하는 말로써 아마도 프랑스어에서 유래하는 것 같다. 원자가는 그 원자가 다른 원자와 반응 혹은 결합할 때의 몸값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당연히 2족에 속해 있는 원자들은 원자가가 +2이다. 비슷한 논거로 7족 원소는 –1의 원자가를 갖고 6족 원소는 –2의 원자가를 갖는다. 마찬가지 논거로 보면, 불활성 원소들의 원자가는 0이다.


전이원소의 원자가는 여러 개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전이원소(transition element)라고 부르는가 보다. 예를 들어 철(Fe)의 경우 적철광(Fe2O3) 일 때 +3, 자철광(Fe3O4) 일 때 +4이다. 망간(Mn)의 경우는 더 복잡해서 +2에서 +6까지 다섯 가지로 다양하다(MnO, Mn3O4, Mn2O3, MnO2, MnO3). 코발트도 여러 가지 원자가를 갖고 있으나 +2가와 +3가가 일반적이다. 니켈은 +1과 +2의 원자가가 일반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한 원자의 원자가는 다른 원자와 거래할 때 즉 화합물을 형성할 때 그 원자의 값어치이다. 8족 혹은 18족에 속해 있는 불활성 기체 원소는 모두 원자가가 0이다, 이 원자들은 다른 원자와 거래할 전자가 없다. 다른 원자들을 소 닭 보듯 한다. 그래서 8족에 속해 있는 원소는 하나의 원자가 독립적으로 상온, 상압에서 기체로 존재하게 된다. +1인 원자가를 갖는 1족에 있는 원자가 –1인 원자가를 갖는 7족의 원자를 만나게 되면 쉽게 1:1의 비율로 화합물을 형성한다. 소금 즉 염화나트륨(NaCl)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나트륨(Na) 원자가 6족의 산소(O) 원자를 만나면 2:1의 비율로 산화나트륨(Na2O) 화합물을 형성한다. 비슷한 논거로 2족 원소인 칼슘(Ca)이 7족 원소인 염소(Cl)를 만나면 염화칼슘(CaCl2)을 형성하고 6족 원소인 산소(O)를 만나면 산화칼슘(CaO)을 만든다. 마찬가지로 2족 원소인 마그네슘(Mg)이 산화되면 MgO가 되지만 3족 원소인 알루미늄(Al) 원자가 산화되면 Al2O3가 된다. 이렇게 형성된 화합물은 각 원자 간에 이온결합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이들을 이온 결정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4족에 속해 있는 탄소(C), 규소(Si), 게르마늄(Ge) 원소들은 상황이 좀 다르다. 이 원소들은 최외각 전자의 숫자가 4이다. 네 개의 이웃 원자와 전자 하나씩을 공유함으로써 최외각의 전자의 수가 8이 되어 드디어 안정하게 상온 상압에서 고체로 존재할 수 있다. 3차원적으로 볼 때 네 개의 이웃한 원자들은 각각 주위에서 새로운 원자 세 개의 이웃 원자와 안정한 결합을 이루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원자들의 결합을 우리는 공유결합(covalent bond)이라고 말하고 이런 결정을 우리는 공유결정(covalent crystal)이라고 말한다.

분자를 이루는 대표적인 결합의 종류로 이온결합과 공유결합을 드는데, 이는 우리가 결합을 보는 관점의 문제이다. H2 분자 혹은 다이아몬드 결정은 순수한 공유결합을, NaCl 결정은 순수한 이온결합을 이룬다고 보는데, 실제로 대부분의 분자 혹은 결정에서는 원자들이 전자들을 불공평하게 나누어 갖는 중간 형태의 결합이 일어난다고 보고 있다. 이온결합을 공유결합의 극단적인 경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같은 종류의 원자들이 무수히 많이 모여 있으면, 각 원자는 최외각 전자들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하고 원자들끼리 가까이 존재하는 상태 즉 결합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이 경우가 이른바 금속결합이다. 이 경우 최외각 전자들은 원래 속해 있던 원자핵으로부터 해방되어 자유롭게 결정 내를 움직일 수 있게 되는데, 이를 자유전자(free electron)라고 부른다. 자유전자가 존재하는 결정은 도전체로서 금속이 전기를 잘 통하게 되는 이유이다. 알루미늄 원자의 최외각 전자 수가 셋이므로 1몰의 알루미늄 원자 즉 아보가드로 수(약 6,020해)만큼의 무수한 알루미늄 원자들에 대하여 세배나 많은 전자가 자유전자로 존재하므로 전기를 잘 통한다고 볼 수 있다.


전자들이 소재 혹은 재료의 성질을 좌우한다. 원자구조에 있어서 전자 한 개의 숫자 차이로 원소들의 화학적 성질이 매우 다르게 나타난다. 원자번호가 9, 10, 11인 원소들은 각각 화학적으로 활성이 큰 할로겐 기체인 불소(F), 불활성 기체인 네온(Ne), 그리고 알칼리 금속인 고체 나트륨(Na)이 된다. 이렇듯 원자핵보다 전자의 존재 양상이 더 많이 소재(재료)의 성질을 결정한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재료공학자들이 물질이 갖는 전자의 성질에 대해 많이 알고 있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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