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온화 경향이 높은 금속과 이온화 경향이 낮은 금속이 서로 접촉하게 되는 경우를 상정해 보자. 이 경우 이온화 경향이 높은 금속의 원자는 전자를 내어놓고 이온으로 바뀌려고 한다. 반면에 이온화 경향이 낮은 금속 이온은 전자를 받아들이는 환원 반응이 발생하여 금속 원자로 자발적으로 바뀌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한 계에 아연(Zn)과 구리(Cu)가 존재하는 경우를 가정해 보자. 한 용액 내에 두 고체 금속(Zn, Cu)과 두 이온(Zn2+, Cu2+)이 모두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위 그림에 나타내었다. 이 경우 주요하게 고려할 것이 두 가지가 있다. 우선 Zn은 Cu보다 이온화 경향이 커서 용액 내에 이온으로 존재하려 하고, Cu는 고체 내에 원자로 존재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산화반응과 환원반응은 동시에 일어나야 하며, 산화반응에서 생성되는 전자의 양과 환원 반응에서 사용되는 전자의 양은 같아야 한다. 발생 가능한 산화반응과 환원반응은 각각 두 가지이며 아래와 같다.
<산화반응>
Zn → Zn2+ + 2e- (1)
Cu → Cu2+ + 2e- (2)
<환원반응>
Zn2+ + 2e- → Zn (3)
Cu2+ + 2e- → Cu (4)
산화반응 중 1종과 환원반응 중 1종이 발생하여 반드시 쌍을 이루어야 하는데, Zn이 Cu보다 이온화 경향이 높으니까, Zn은 이온화가 되고 Cu가 금속으로 바뀌는 (1) 반응과 (4) 반응이 이루어지게 되어 총괄반응(overall reaction)을 적으면 아래와 같다.
<총괄반응>
Zn + Cu2+ → Zn2+ + Cu
따라서 Zn 금속은 점차 녹아서 용액 속으로 빠져나가고 용액 속에 녹아있는 구리 이온은 점차 고체상의 금속 구리로 생성된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Cu2+ 이온이 금속이 되기 위해서는 전자가 필요한데, 이 전자는 Zn이 녹아 나가며 산화되어야 생성되기 때문에, 이 전자를 전달받을 수 있는 Zn의 표면에서만 Cu2+ 이온의 환원이 가능하다. 따라서 시간의 경과에 따라 초기에 존재하였던 Cu 금속은 형태가 변하지 않으나 Zn 금속은 녹아 나가서 크기가 감소하고 그 표면에는 Cu가 전착(電着, electrodeposition) 된다. 이른바 금속 도금(electroplating)이 일어나게 된다. 이 도금 기술이 오래전부터 인류의 인기를 끌어왔다. 특히 금이나 은 등 귀금속을 싼 금속 위에 얇게 도금(메끼)하는 기술은 큰 비용의 저감을 가져왔다. 우리 인류가 도금의 원리를 완전하게 파악한 것은 200년이 되지 않는다. 이 도금 반응은 전자의 수만큼만 반응하기 때문에 녹아 나간 Zn의 양과 생성된 Cu의 몰(mol) 수는 같다. 이러한 생각은 우리의 화학지식의 진보와도 궤도를 같이한다. 이러한 화학반응은 별도의 에너지가 공급되지 않아도 위와 같은 구성이 되면 자발적으로 진행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