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화∙환원 반응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매개체 역할을 하는 전자를 전달해 줄 수 있는 도선을 외부에 연결하면, 산화반응과 환원반응을 각각 분리하여 진행할 수 있다. 위 그림에 이 반응의 모식도를 나타내었다. 기본적인 구성은 앞 절 그림의 경우와 같으나 차이점은 격막(분리막)으로 두 개의 공간을 분리하고 한쪽에는 Cu와 Cu2+ 이온으로 구성하고, 반대쪽은 Zn과 Zn2+ 이온으로 구성한 상태에서 두 금속 사이에 전자의 전달이 가능하도록 외부에 도선으로 연결하는 구조로 구성된 점이다.
도선의 연결이 끊어진 상태에서는 전자의 전달이 일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Cu2+ 이온이 Cu로 환원될 수 없으며, Zn이 Zn2+ 이온으로 녹아 나갈 수도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반응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도선으로 두 금속을 연결하면 Zn이 Zn2+ 이온으로 산화되면서 생성된 전자가 도선을 타고 이동하여 Cu2+ 이온을 Cu로 환원시키는 반응이 진행된다. 이로써 Cu2+와 Zn으로 구성된 초기 상태보다 더욱 안정한 상태인 Cu와 Zn2+로 변화하게 된다. 이 도선 상에 전구를 달게 되면 전류(current)가 흘러 전구에 불이 들어오게 된다. 이런 현상이 전기의 흐름을 유체로 생각하게 된 연유이다.
이 과정은 앞 절에서 설명한 예, 즉 직접 산화∙환원 반응이 한 곳에서 일어나는 경우와 같은 형태로 진행된다. 그러나 앞 절 그림과 같이 직접 산화∙환원 반응이 한 곳에서 일어나는 경우는 에너지 상태의 차이에 해당하는 에너지가 발열 등으로 바로 소모되는 반면에 이 그림과 같이 산화와 환원으로 지역이 구분된 계에서는 전자의 흐름이 자발적으로 발생하게 되고 이를 전기적인 에너지로 변환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Cu와 Zn 금속 사이에는 에너지 차이에 해당하는 전압이 발생하고, 도선으로 두 지역을 연결하면 산화∙환원 반응의 진행에 따라 전류가 흐르게 되는데, 이 전류를 우리는 휴대전화나 전기자동차에서 필요한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다.
위 경우와 같이 산화반응과 환원반응이 일어나는 곳을 분리하고 도선으로 연결하여 놓은 것을 전기화학 셀(electrochemical cell) 혹은 전지라고 부른다. 여기서 산화∙환원 반응이 일어나는 곳을 전극(electrode)이라 부르며, 이온이 전달되는 매개체를 전해질(electrolyte)이라 칭한다. 모든 전기화학 셀은 기본적으로 두 개의 전극과 하나의 전해질로 구성된다.
앞 절의 전기화학 시스템과 비교하면 Cu와 Zn이 두 개의 전극이 되며, Cu2+ 및 Zn2+ 이온이 녹아있는 용액을 전해질(electrolyte)이라 부른다. 위 그림과 같이 전기화학 셀이 구성되고 자발적으로 반응이 진행되는 셀을 갈바니 전지(galvanic cell)라고 하며, 자발적으로는 반응이 진행되지 않고 외부에서 에너지를 공급하게 되면 반응이 진행되는 셀을 전해 전지(electrolytic cell)라 부른다. 먼저 갈바니 전지에 대하여 살펴보게 되면, Cu의 표면에서 Cu2+ 이온이 환원되므로 Cu는 환원 전극이 된다. 이같이 환원 반응이 발생하는 전극을 캐소드(cathode)라고 말한다. Zn은 산화반응을 일으켜서 Zn2+ 이온으로 녹아 나가게 되는데, 이같이 산화반응이 일어나는 전극을 애노드(anode)라고 부른다.
도선을 기준으로 보면 Zn 극에서 생성된 전자가 이동하여 Cu 극으로 전달되고, Zn 극이 전자가 풍부하여 낮은 전위를 지니게 되므로 이를 음극(negative electrode)이라 칭하며, 반대로 Cu 극은 전자의 에너지가 낮아서 전자를 계속 받아들이는 상태가 되므로 더 높은 전위를 지니고 있어 양극(positive electrode)이 된다. 따라서 전자는 음극에서 생성되어 양극으로 흐르게 되며, 전류(current)는 정의대로 그 반대로 양극에서 음극으로 흐르게 된다. 전류의 흐르는 방향은 전자가 발견되기 전에 전기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정의된 것이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정리하면, 이온화 경향이 커서 산화되기 쉬운 금속으로 구성된 전극은 음극이 되며, 상대적으로 이온화 경향이 낮아서 환원 반응이 발생하는 금속은 양극으로 동작하게 된다. 이 과정만을 보게 되면 Zn은 음극이자 산화 전극인 애노드가 되며, Cu는 양극이자 캐소드가 되는데, 자발적으로 반응이 진행되는 갈바니 전지에서만 그렇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