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금속 소재 A, B가 반응하여 전도체인 AB 상을 형성하는 간단한 화학반응을 생각해 보자.
A + B = AB
이 반응의 구동력은 생성물(AB)과 반응물(A, B)의 표준 깁스 자유에너지(standard Gibbs free energy) 값의 차이이다. A와 B가 단순 원소일 경우 이 반응을 생성반응이라 한다. 원소의 표준 깁스 자유에너지는 0(영, zero)이라고 정의하니까, 위 반응의 몰당 깁스 자유에너지 변화는 생성물 AB의 몰당 생성 깁스 자유에너지(Gibbs free energy of formation), ∆G∘(AB)가 된다.
만약 이 반응이 전기화학반응(electrochemical reaction)으로 일어날 경우, 시간의 경과에 따르는 미세구조의 변화는 위 그림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전지에서의 반응을 모식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그림이다. 일반 화학반응과 달리 전기화학반응의 경우에는 전해질(electrolyte)이라는 새로운 상이 시스템에 존재한다. 전해질은 이온은 통과시키나 전자의 이동을 막는 필터 역할을 한다. 전해질은 A 또는 B 이온 중에서 최소한 하나 이상을 함유하여야 하며 전기적으로는 부도체(insulator)여야 한다.
여기서 A와 B 사이의 반응은 이온이 아니라 전기적으로 중성인 원자들 간의 접촉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반응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시스템 내에서 전자를 이동시킬 수 있는 통로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A와 B를 연결하는 외부 전기회로가 이 역할을 담당한다. A+ 이온을 함유하는 전해질을 통해 A가 이동하는 경우, A+ 이온에 의한 전하 이동을 보상해 주기 위해서 음으로 대전(帶電)된 입자인 전자(e-)가 외부회로를 따라 같은 숫자만큼 즉 같은 속도로 이동해야 한다.
전지에서 일어나는 물리적 현상을 일반인들에게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종종 국제적인 무역사례를 들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옛날 개발 연대에 신용장(Letter of Credit) 내도액 총액을 매달 언론에 발표하여 수출액의 변동 추이를 일반인들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하였다. 다른 나라에서 물품을 수입하려면 먼저 은행에 가서 물품 대금을 예치하고 물품 판매자에게 주문서와 함께 신용장(L/C)을 보낸다. 수출하려는 업체는 상대국 업체가 보낸 주문서대로 물품을 보통 배로 선적하고 관련 서류 사본을 전신이나 팩스로 주문자에게 보낸다. 여기서 배로 보내지는 물품이 전지로 보면 이온이고 관련 서류가 전자라고 보면 된다. 물품을 보낸 수출업자는 국내 은행에 가서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 은행으로부터 대금을 받는다. 돈이 수입업자에서 수출업자에게 지급되는 과정은 전지에서 보면 전류가 음극에서 양극으로 흐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전류의 방향은 전자의 이동 방향과 반대이다.
물품의 수출입 과정에서 물품의 이동 시간은 상당히 길지만, 서류나 돈이 오가는 속도는 아주 빠르다. 그래도 은행의 신용을 바탕으로 모든 일이 제도적으로 이루어진다. 전지에서 전자는 빨리 움직이지만, 이온의 이동속도는 느리다. 그래도 음극을 떠난 이온과 전지가 동시에 양극에 도착해야 전지는 제대로 작동한다. 물품 선적이 비행기도 가능하지만, 운송비가 더 들고 일부 품목은 항공사에서 안전을 이유로 받아주지 않는다. 해상 운송이 일반적이나 두 나라가 육로로 연결되어 있다면 철도나 자동차 운송도 가능하다. 전지에서 볼 때 전해질이 액체로 되어 있으면 액체를 통한 이온의 이동이 쉽고 대규모 이동이 가능하다. 요즘 화두가 되어 있는 전고체 전지는 전해질이 고체 물질로 되어 있다. 육상 운송은 한 번에 보내지는 물품의 양이 배보다 적을 수밖에 없고 철도나 고속도로가 부설되어 있어야 한다. 즉 고체 전해질 내의 이온의 이동이 쉬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 A+ 이온은 전해질 내부로 이동하며 전자는 외부 도선을 통해 집전체(current collector)로 들어간다. 집전체는 전기가 잘 통하는 금속판으로 되어 있다. 보통 금속의 이온화 경향을 고려해 전지의 양극에는 알루미늄(Al) 금속판을 음극에는 구리(Cu) 금속판을 사용한다. 전해질을 건너온 A+ 이온들은 반대편 계면인 전해질/AB 계면에서 외부회로를 통해 온 전자와 합류하여 A 원자가 되고 곧 B 원자와 반응하여 고체상의 AB를 형성한다. 그림에 나타낸 것같이 A/전해질 계면과 전해질/AB 계면은 시간의 경과에 따라 점점 왼쪽으로 이동한다. 이 과정 중에 AB 상(相) 내에서는 A와 B의 상호확산이 필수적으로 일어나야 하며, AB 상은 전기적으로 전도성이 우수해야 한다.
앞 절에서 전지의 동작 전압은 전지의 음극과 양극을 형성하는 핵심 물질의 표준 환원 전위 값으로부터 알아낼 수 있다고 했다. 한편으로는 전지에서 일어나는 총괄적인 화학반응의 깁스 자유에너지(Gibbs free energy) 값으로부터 계산할 수 있다.
∆G∘ = -z•F•E
여기서 ∆G∘는 전지에서 일어나는 총괄적인 화학반응의 표준생성 깁스 자유에너지(standard Gibbs free energy of formation)로써 그 단위는 J/mol이다, F(Faraday)는 전자 1몰의 전기량으로 F = (6.02 x 10의 23승 개/몰) x (1.6x10의 -19승 C/개) = 96,487C/mol이다. 1 패러데이는 아주 오래된 실험 데이터에 의한 값으로 보통 96,500C/mol로 알려져 있다. 전자 한 개가 운반하는 전기량이 1.6x10의 -19승 C(쿨롱)이다. 윗 식에서 E는 두 전극 사이의 전압(V)으로 표준 전극전위, 동작 전압, 출력 전압, 셀 전압(voltage)이라고도 불리며 단위는 V(볼트)이다. 또 z는 화학반응에서 이동하는 이온의 전하수(charge number)로 산화수 혹은 원자가와 같은 값이다. 에너지의 단위 J(Joule, 주울)는 충전 용량 C(Coulomb, 쿨롱)과 전압 V(Volt)의 곱으로 나타낼 수 있다. 전자 하나의 전기량이 1.6 x 10의 -19승 C이므로 1 eV = 1.6 x 10의 -19승 J이다.
이른바 수소 연료전지(fuel cell)에서 수소(H2) 가스는 음극에, 산소(O2) 가스는 양극에 공급된다. 전지 반응의 결과물로 물(H2O)이 생성된다. 음극과 양극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을 각각 써 보고 전체 반응을 생각해 보면 다음과 같다.
음극 반응: H2 + 2e- = 2H+
양극 반응: (1/2) O2 = O-2 + 2e-
전체(총괄) 반응: H2 + (1/2) O2 = 2H+ + O-2 = H2O
전체 반응인 물(H2O)의 표준생성 Gibbs 자유에너지는 -237 kJ/mol이다. 연료전지의 표준전극전위(E) 값을 위 식으로부터 구할 수 있다. 이 식에서 z = 2, F = 96,500C/mol을 쓰고 계산하면, E = (-237 x 1,000 J/mol) / (- 2 x 96,500 C/mol) = 1.228J/C이 된다. 즉 E = 1.228V이다. 수소 연료전지 셀(cell) 하나의 동작 전압은 1.228 볼트이다.
현재 전지가 사용되는 휴대전화나 전기자동차에서 배터리의 단위 무게 당 특성이 매우 중요하다. 전지의 단위 무게 당 가능한 전기량을 비용량(specific capacity)이라고 하는데 단위로 mAh/g을 쓴다. 여기서 용량(capacity, Q)은 전기량을 의미하는데, 단위로 C(쿨롱)를 쓴다. 그러나 시스템에서는 단위시간에 흐르는 전기량을 전류(I)라고 부르고 단위로 암페어(Ampere)를 쓴다. 그러니까 흐르는 전기에서는 Q = It {전류(A, 암페어) x 시간(s)}으로 표시되는데, 통상 용량은 mAh(milli Ampere hour)로 표시한다. 단위 무게 당 가능한 에너지를 비에너지(specific energy)라고 하는데, 단위는 보통 Wh/kg이다. 단위 무게 당 가능한 출력을 비출력(specific power)이라고 부르고 단위는 보통 W/kg을 쓴다. 에너지의 단위는 J(Joule)이고 출력량(power)의 단위는 W(Watt)이다. [W] = [J]/[s]이니까, 에너지(J)는 출력량(W) x 시간(s)으로 표시할 수 있고, 통상 kWh(kilo Watt hour)로 나타낸다.
한편 휴대용 기기에 사용되는 배터리는 단위 부피 당의 특성도 중요하다. 단위 부피에 저장 가능한 전기량을 용량 밀도(capacity density)라고 하는데, 보통 mAh/cc의 단위를 쓴다. 단위 부피당 가능한 에너지는 에너지밀도(energy density)라고 하며 Wh/l로 표시한다. 단위 부피 당 가능한 출력은 출력밀도(power density)라고 하며, 보통 W/l로 표시한다. 일반적으로 용량 등과 같은 전지 성능이 크게 줄어들지 않고 전지를 사용할 수 있는 횟수를 수명(cycle life)이라고 하여 전지의 중요 특성이지만, 무선 전동공구 같은 경우 단위 부피 당 낼 수 있는 출력인 출력밀도가 매우 중요하다. 1 l(리터)는 1,000 cc(cubic centimeter)이다. 밀도라는 말은 어떤 수치를 단위 부피로 나눈 값이란 뜻이다. 예를 들어 물은 밀도(density)가 1 g/cm3인데, 부피 1 cc짜리 물의 중량이 1g임을 의미한다.
보통의 전지 시스템은 최대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중에서 한 가지 원인으로 에너지 변환 화학반응에 참여하는 여러 가지 수동 요소(passive component)가 전지 내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해질과 전극 사이의 기계적 접촉을 막는 분리막(separator), 전기를 셀 내부로 흐르게 해 주는 집전체(charge collector), 그리고 전지의 용기(container)가 대표적인 수동 요소들이다. 이들은 엄연히 무게와 부피를 차지하고 있지만, 전기에너지와 화학에너지의 변환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과거의 수용액 전해질 전지 시스템은 비에너지의 이론적 최댓값의 1/5에서 1/4밖에 나타내지 못했다. 현재는 여러 가지 요소들의 최적화를 통해서 전기화학 시스템의 성능이 상당히 높아지게 되었다. 반면에 전지의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물질 혹은 재료를 영어로 active material, 우리말로 활물질이라고 하는데, 양극과 음극에 사용되는 중심 재료이다.
전지의 최대 이론 비에너지(maximum theoretical specific energy, MTSE)는 -∆G∘/Wt = zFE/Wt로 표시되는데, 여기서 Wt는 전지 화학반응에 참가하는 활물질의 원자량(atomic weight) 또는 분자량(molecular weight)이다. 만약에 전지 반응물의 표준생성 깁스 자유에너지, ∆G∘, 값을 알 수 있으면, 바로 이 값을 화학반응에 참가하는 물질의 분자량으로 나누면 최대 이론 비에너지(MTSE) 값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전지의 동작 전압값이 주어지고 이온의 전하수 값이 1이라면 MTSE = 26,805E/Wt Wh/kg이 된다. 예를 들어 [Li / LiCl-KCl전해질 / LixBi] 구조의 전기화학 셀에서 이온의 전하수 z = 1이고, 동작 전압값은 0.787 V, Li과 Bi의 원자량이 각각 7과 210이면, LiBi의 최대이론비에너지(MTSE) 값은 26,805 x 0.787 / (7+210) Wh/kg = 97.2 Wh/kg이다. 여기서 F는 패러데이 상수로서 96,500 C/mol, E는 동작 전압(V), Wt는 반응물의 원자량이나 분자량의 합(g/mol)이다. 분자량이나 원자량은 보통 단위가 없고, 여기에 g(gram)을 붙이면 아보가드로 수, 즉, 1 mol의 원자 또는 분자의 무게이다. 1J/s = 1W니까, 1 J = 1 Ws이다. 1 Wh = 3,600 Ws = 3.6 kJ이므로 1 kJ = (1/3.6) Wh이다. 26,805라는 숫자는 96,500을 3.6으로 나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