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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8. 일차전지와 이차전지

by 포레스트 강

현대적인 배터리의 시조인 볼타전지는 배터리의 원형이었다는 점에서 과학적 의미는 매우 크지만 실제로 상용화에 성공한 전지는 아니었다. 최초의 실용화된 전지는 영국의 다니엘(John Frederic Daniel, 1790~1845)이 1836년에 발명한 다니엘 전지이다. 구리와 아연 금속판을 산(酸) 용액에 담가 전류를 생성하는 원리를 적용했는데, 안정적인 전압과 전류를 공급할 수 있어서 당시에 전신(電信, telegraph)에 주로 사용되었다. 이후 망간 전지, 알칼리망간 전지 등으로 발전하며 건전지(乾電池)란 이름으로 다양한 곳에 사용되고 있다.


전지 혹은 배터리는 전기에너지를 화학에너지 형태로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다시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전지 속에 있던 화학에너지가 전기에너지의 형태로 변하는 과정을 방전(放電, discharge)이라고 하는데 이는 우리가 전기를 사용하는 상태를 뜻한다. 반대로 전기에너지를 전지에 공급해서 화학에너지의 형태로 변환하는 과정을 충전(充電, charge)이라고 한다. 전지 중에서 방전만 한번 하고 폐기되는 것을 일차전지(一次電池, primary battery) 혹은 통상적으로 건전지라고 부른다. 위의 볼타전지, 다니엘 전지, 망간 전지 등이 모두 일차전지이다. 충전과 방전을 일정한 횟수만큼 반복적으로 진행할 수 있어 재사용이 가능한 전지를 이차전지(二次電池, secondary battery) 혹은 충전지(rechargeable battery)라고 한다.


방전은 우리가 휴대전화를 사용할 때 배터리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집이나 직장에서 충전기에 휴대전화를 꽂아 놓아 전력회사에서 공급하는 전기에너지를 사용하여 휴대전화의 에너지를 높이는 행위를 충전이라고 한다. 충전기는 따지고 보면 교류전기를 저전압의 직류 전기로 바꾸어 주는 변환기(converter)에 지나지 않고 배터리는 에너지를 화학에너지의 형태로 저장해 둔다. 전기자동차는 휘발유 대신 전기를 충전한다. 보통의 자동차는 주유소(注油所)에서 주유를 제때 해야 한다. 그런데 LPG(liquefied petroleum gas, 액화석유가스) 연료를 공급하는 업소를 충전소(充塡所)라고 한다. LPG 가스를 넣는 행위는 충전(充塡)이다. 생활영어로 ‘Fill her up.’이라는 표현이 있다. 주유소에서 자동차의 휘발유를 ‘가득’ 넣으라는 말이다. 이때 fill에 해당하는 말이 충전(充塡)인데 이 한자를 ‘충진’이라고 잘못 읽는 사람들이 있다. 소총에 탄환 일발 ‘장진’이 아닌 ‘일발 장전(裝塡)’이 맞는 말이듯이 충전이 맞는 말이다.


한편 최초의 이차전지는 요즘도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전기 공급장치로 널리 사용되는 납축전지이다. 이것은 1859년 프랑스의 플랑테(Gaston Plante, 1834~1889)가 발명했는데, 그 개량형이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 납축전지는 납 전극에 전해질로 황산을 사용한다. 가격이 저렴하고 신뢰성이 큰 점이 장점이다. 그 뒤에 개발된 이차전지가 니켈카드뮴, 일명 니카드(NiCd) 전지이다. 1899년 스웨덴의 융너(Waldemar Jungner, 1869~1924)가 발명했으며, 초기의 침수형 전지 형태에서 밀봉 형태의 전지로 발전하였다. 니켈카드뮴전지는 소형 전자기기, 장난감, 전동공구, 무선전화기 등 여러 가지 전자기기에 이차전지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카드뮴 금속에 독성이 있어서 그 대안으로 수소저장합금을 사용한 니켈수소(Ni-Metal Hydride) 전지가 개발되었다. 니켈수소전지는 기존의 니켈카드뮴전지 시장을 급속히 대체하였으며, 니켈카드뮴전지보다 에너지밀도가 높다는 특성으로 일본 자동차 회사는 이를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채용하였다. 납축전지에서 니켈카드뮴전지, 니켈수소전지로 발전하면서 이차전지의 응용처가 점점 넓어지고 소형 디지털기기에 주로 사용되었다.


현재까지 대표적인 전지의 개발 역사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괄호 안의 화학식은 순서대로 각 전지에서 양극, 전해질, 음극에 사용된 주요 물질을 나타낸다.


1800 Volta 전지의 발명 (Cu / H2SO4 / Zn)

1836 Daniel 전지의 발명 (Cu / CuSO4 / ZnSO4 /Zn )

1859 Plante 납축전지의 발명 (PbO2 / H2SO4 / Pb)

1868 망간 전지 고안 (MnO2 / NH4Cl·ZnCl2 / Zn)

1882 알칼리망간전지의 발명 (MnO2 / KOH / Zn)

1883 산화은전지의 발명 (AgO / KOH / Zn)

1899 Ni-Cd전지, Ni-Zn전지 발명

1901 Ni-Fe전지(일명 Edison 전지) 발명

1917 공기-아연 전지의 발명 (O2 / KOH / Zn)

1942 수은 전지의 발명 (HgO / KOH / Zn)

1970 Li/SOCl2 일차전지 발명

1973 Li/MnO2 일차전지 발명

1981 양극 물질 리튬전이금속산화물(LiMeO2) 특허 출원

1990 Ni/MH 전지 상용화

1991 Li 이온전지 첫 상용화(Sony) (LiCoO2 / LiPF6 / C)

1994 Bellcore 리튬이온폴리머전지 특허 출원

1996 양극 물질 LiFePO4 특허 출원


위에서 이미 전지를 이루는 요소에 대해서 언급하였다. 전지의 4대 요소는 양극, 음극, 전해질, 분리막이다. 이 중에서 양극, 음극, 전해질은 전기분해에서도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이 용어들은 모두 1830년대에 패러데이(Michael Faraday, 1791~1867)가 전기분해 실험을 수행할 때 친구들의 도움으로 만들어 낸 말들이다. 특히 패러데이는 용액 속에 담긴 회로의 단자를 지칭하기 위해 모호한 용어인 극(pole) 대신에 전극(electrode)을 사용할 것을 제안하였다. 또한 용액에 전류를 흘려서 구성성분으로 분리하는 과정을 전기분해(electrolysis)로, 여기서 사용되는 용액을 전해질(electrolyte)이라고 부르자고 제안하였다. 그는 양전극을 양극(anode)으로 음전극을 극(cathode)으로 명명하고 양이온(anion), 음이온(cation), 이온(ion) 등의 용어를 제안하였다.


앞에서 이미 설명하였거니와 전지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전기분해의 역과정이다. 이차전지에서는 산화와 환원 두 현상이 충전과 방전 과정에서 교대로 양쪽 전극에서 일어난다. 요즈음의 정의에 의하면 전지에서는 방전 시를 기준으로 환원 반응이 일어나는 전극을 양극(positive electrode, cathode)이라고 부르고 산화반응이 일어나는 전극을 음극(negative electrode, anode)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전지에서 양극 재료는 영어로 cathode material, 음극 재료는 anode material이라 부른다.


전지 개발의 역사는 양극과 음극에 적용되는 활물질(active materials)의 개발과 궤를 같이하지만, 새로운 전해질(electrolyte)의 개발도 큰 역할을 해왔다. 앞 절에서 언급한 대로 전해질의 기본 요건은 양극이나 음극의 활물질 중에서 적어도 하나가 이온으로 용해될 수 있어야 한다. 볼타전지를 비롯한 전지 개발의 초기에 많이 연구된 전해질로 수계 전해액이 있다. 대표적으로 내연기관 승용차의 배터리인 납축전지를 들 수 있다. 납과 산화납 사이에 묽은 황산 용액을 넣은 전지이다. 물이 들어가도 좋은 것을 자동차 배터리 유지 보수 과정에서 경험했을 터이다. 충∙방전 과정에서 황산(H2SO4)으로부터 나온 양성자(H+) 즉 수소 이온이 산소 이온과 반응하여 물이 형성된다. 그 뒤에 KOH 같은 알칼리 용액이 전해질로 각별한 조명을 받아 일차전지인 건전지에 오늘날까지 쓰이고 있다. 그 뒤에 유기질 용매에 특수한 물질을 용해시켜 제조한 유기 전해질이 많이 연구되어 리튬이온전지 등에 사용되고 있다.

전지의 4대 요소 중 분리막(separator)은 격리막 혹은 격막이라고도 하며 전기적으로 양(+)과 음(-)을 분리해 주는 역할을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기적으로 두 전극이 연결(short)되는 결과를 가져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오늘날 격막은 보통 멤브레인(membrane)이라고 부르는 얇은 고분자 막으로 되어 있다. 이 고분자 막은 절연체로 그 막에 있는 아주 작은 구멍 사이로 이온만 통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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