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예로 든 금속 전극을 채용한 전지나 전기도금의 경우 환원이 일어나는 전극 위에 금속 이온이 착착 들러붙게 되어 있다. 미세한 구조를 살펴보면 평면에 새로운 금속 원자가 들러붙는 것이 아니고 수지상(樹枝狀, dendrite)으로 금속 원자가 달라붙는다. 여기서 수지상(樹枝狀)이란 나뭇가지 모양으로 여러 가닥으로 뻗은 모양을 의미한다. 아무튼 금속 표면이 미려해야 전착(전기도금)이 잘되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금속 이온이 양극과 음극 사이를 왔다 갔다 해야 하는 이차전지에서는 이러한 전극에서의 현상이 장애요인이 될 수 있어서 볼타전지 등이 일차전지에 머물 수밖에 없다.
표준 환원 전위를 나타내는 앞 절의 표에서 원소 중에서 표준 환원 전위가 가장 낮은 금속이 리튬이다. 자연히 아연(Zn)이나 납(Pb) 대신에 리튬 금속이 전지의 음극 재료로 각광(脚光)을 받게 되었다. 리튬 원소는 원자번호가 3번으로 원자량이 6.941이다. 이 말은 리튬 원자 1몰(mol), 즉 아보가드로 수(N = 6.02 x 10의 23승 개)만큼의 리튬 원자의 무게가 6.941g이라는 의미이다. 원자번호가 26인 철(Fe) 원소의 원자량이 55.85이니까 같은 부피로 비교했을 때 리튬의 무게는 철 무게의 약 1/8 정도 된다. 원자번호가 82번인 납(Pb) 원소와 비교하면 납의 원자량이 207.2이니까 리튬의 무게는 납의 약 1/30 정도이다.
리튬 원소는 원소 주기율표에서 1족에 속하는 알칼리금속이다. 리튬은 1817년 스웨덴의 젊은 광물학자에 의하여 발견되고 명명되었는데, 그리스어로 ‘돌’을 의미하는 ‘lithos’에서 따왔다고 한다. 반도체 위에 회로를 새겨 넣는 작업을 의미하는 영어의 ‘리소그라피(lithography)’라는 말과 어원이 같다. Lithium을 ‘리슘’으로 읽어야 하는지 ‘리튬’으로 발음해야 하는지 논란이 있었지만, 현재는 관습적으로 리튬으로 읽고 있다. 리튬 원소는 지각에 약 0.006% 존재하는 희유원소로서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칠레, 오스트레일리아 등에 매장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1818년에 영국의 전기화학자 데이비(Humphry Davy, 1778~1829)가 처음으로 전기분해를 통해 순수한 리튬 원소를 뽑아내었다. 주기율표 1족에 속하는 리튬(Li), 나트륨(Na) 등의 금속은 반응성이 높아서 그 원소들만 이루어진 금속으로 뽑아내기가 쉽지 않았지만, 야금 기술의 발달로 그것이 가능하게 됨으로써, 리튬 금속 포일(foil)의 제조가 실현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리튬 포일은 반응성이 높아 쉽게 화재에 이를 수 있으므로 실험실에서 취급에 주의하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전지에서 에너지를 많이 뽑아내기 위해서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 기전력이 커야 한다. 리튬은 원자량이 6.941로 작아 품고 있는 이론 비용량(단위 무게당 용량) 값이 (96,500 C/mol) / (3.6 C/mAh) / (6.941 g/mol) ≈ 3,860 mAh/g으로 크고, 표준 환원 전위가 -3.04V로서 가장 작은 값을 가지고 있어 전지의 음극 재료로 큰 주목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리튬의 정제 기술 문제와 안전성 문제로 인해 1960년대가 되어서 리튬 금속을 전지에 채용하기 위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납축전지와 Ni-Cd 전지가 1800년대 후반에 이미 개발되기 시작한 것에 비하면 매우 늦은 출발이다. 초기에 개발된 리튬전지는 충∙방전 시에 음극으로 전지의 음극 재료로 큰 주목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리튬의 정제 기술 문제와 안전성 문제로 인해 1960년대가 되어서 리튬 금속을 전지에 채용하기 위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사용된 리튬 금속의 수지상(dendrite) 생성으로 가역성과 안전성에 큰 문제가 있었다. 따라서 초기의 리튬전지는 카메라나 시계에 장착되는 일차전지 위주로 개발이 되었으며, 이차전지는 안전성과 리튬 금속의 가역성 등의 문제점으로 인해 사용되지 못하였다.
특히 1980년대 후반 세계 최초로 캐나다의 Moly Energy 사가 리튬 금속을 음극으로 사용하고 양극으로 MnO2를 사용하여 만든 리튬 이차전지의 화재 및 폭발사고가 발생하면서 더욱 큰 제약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리튬 금속을 사용하지 않고 충∙방전 시 리튬 이온이 양극과 음극 사이를 교대로 드나드는 반응의 원리를 이용한 ‘rocking chair battery’란 개념이 프랑스의 연구자들에 의해 소개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나갔다. 충∙방전 시에 리튬 이온이 양극과 음극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현상을 표현하기 위하여 한때는 일명 'swing battery', 혹은 ‘shuttle battery'란 이름으로 불리었으나, 1990년 일본 쏘니(Sony) 사가 양극 재료로 LiCoO2를, 음극 재료로 탄소(흑연)를 사용하여 처음으로 상용화하면서 리튬이온전지(Lithium Ion Battery, LIB)라 명명하였는데, 현재는 공칭 용어로 리튬이온전지, 약어로 LIB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일본이 리튬이온전지를 상용화함으로써 다시 리튬이온 이차전지 개발의 기폭제가 되었고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많은 연구와 실용화가 진행되었다.
LIB뿐만 아니라, 고분자 전해질을 사용하는 리튬 폴리머 전지(Lithium Polymer Battery, LPB) 또는 플라스틱 리튬이온전지(Plastic Lithium Ion Battery, PLIB)와 음극을 리튬 금속으로, 양극을 황 화합물로 사용하는 리튬/황 전지(Lithium/Sulfur Battery)에 관한 연구도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용량 증가와 안정성의 확보라는 측면에서 진행되었다. 리튬이온전지의 개발과 생산의 역사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818년 영국의 화학자 Humphrey Davy, 처음으로 리튬 원소 분리
1960년 미국 NASA, 리튬 일차전지 연구 개시
1970년 미국 Li/SO2 리튬 일차전지 개발, Li/SOCl2 리튬 일차전지 개발
1973년 일본 마쓰시타, 불화 흑연 리튬 일차전지 (Li/(CF) n) 개발
1975년 일본 마쓰시타, 이산화망간 리튬 일차전지 (Li/MnO2) 개발
1978년 프랑스 Armand, Lithium Polymer Battery(LPB) 제안
1979년 캐나다 Hydro-Quebec 회사, EV용 LPB 연구 개발 착수
1980년 프랑스 Armand, 리튬 swing 전지 제시. 영국 AEA, LiMeO2 첫 특허 획득
1970~1980 양극으로 전이금속산화물, 음극으로 리튬 금속 혹은 Li-Al 합금 연구
1987년 일본 아사히카세이 회사, 도전성 고분자를 음극으로 하는 리튬 이차전지 개발
1987년 캐나다 Moli Energy 회사, Li/MnO2 이차전지 개발 (화재 발생)
1988년 일본 마쓰시타(松下) 회사, 3V급 V2O5/Li-Al, V2O5/Li-Nb2O5 이차전지 개발
1989년 일본 쏘니(Sony) 회사, LiCoO2/Carbon 이차전지 특허 획득
1991년 일본 쏘니(Sony) 회사, LiCoO2/Carbon 이차전지 첫 상품화
1994년 미국 Bellcore 회사, LIPB(Lithium Ion Polymer Battery) 특허 획득
1999년 한국 LG화학, 리튬이온 이차전지 첫 양산
2000년 한국 삼성 SDI, 리튬이온 이차전지 첫 양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