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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5. 층상구조 양극활물질

by 포레스트 강

LiCoO2는 층상구조 양극활물질의 대표적인 물질로서 통칭 LCO라고 불린다. 구이너프(John B. Goodenough, 1922~2023) 연구팀의 관련 특허를 허여 받은 일본의 소니(Sony)에서 최초의 상용 리튬이온 이차전지가 개발된 이래 다른 양극 재료와 비교해 높은 구조적 안정성과 대량생산이 쉽다는 장점으로 현재까지 리튬이차전지의 대표적인 양극활물질로 쓰이고 있다. LiCoO2는 결정의 어느 방향에서 보면 리튬(Li) 원자층과 코발트(Co) 원자층이 교대로 배열된 열린 층상 구조를 보인다. 산소(O) 원자들이 이 두 층을 꽉 잡아주고 있다.


이 열린 결정구조를 통해 리튬 이온이 가역적으로 출입하여 충∙방전 중에 Li1-xCoO2의 조성을 지닌다. 그러나 x = 0.5 부근에서 상전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충∙방전에 리튬(Li) 원자를 절반 이하만 활용할 수밖에 없어 0 ≤ x ≤ 0.5의 범위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충전 정도(depth of charge, DOC)를 증가시킬수록 리튬 이온이 결정구조 내부로부터 빠져나가면서 산소 이온 간의 반발력이 증가하여 결정구조의 팽창이 일어나고 DOC가 0.5 이상이 되면 단사형(monoclinic)의 결정구조로 전이되기 때문이다. LiCoO2의 충전 시 최대한 많은 양의 리튬 이온을 양극에서 이탈시켜 용량을 증가시키기 위해 충전 cutoff 전압을 높여서 고전압까지 충전시키면 초기 용량은 증가하지만, 사이클이 진행되면서 용량 감소가 급격하게 발생한다. 앞 절에서 보인 대로 LiCoO2의 이론적인 용량은 274mAh/g이지만,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은 130~140mAh/g이다. 이 가역 용량의 범위 내에서는 매우 안정된 결정구조를 유지한다.

이렇게 제한된 영역만을 사용하는 것은 4.2V 이상의 전압에서 나타나는 LiCoO2의 구조적, 화학적 불안정성에 기인한다. 4.2V 이상으로 충전되는 경우, LiCoO2는 구조적으로는 격자의 부피 변화와 상전이를 겪고 격자로부터 산소 이온의 탈리 등도 발생하는데 이러한 요인들이 활물질의 구조적인 안정성을 해쳐 가역적인 충∙방전 반응을 어렵게 한다.

화학적으로는 코발트(Co) 원자의 용해와 큰 산화력을 가지는 양극 표면에서의 전해질 분해와 이로 인한 전극 표면에 표면 막의 생성도 큰 문제가 된다. 따라서 충전 전압을 올려 많은 가역 용량을 얻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표면개질 방법이 사용된다. 그중에서 가장 주된 방법은 다른 금속 이온을 치환하거나 반응성이 약하거나 없는 물질로 입자 표면을 코팅하는 것이다. LCO 표면이 코팅된 양극 재료에 관한 연구를 통해서 표면개질 방법이 4.2V 이상의 높은 충전 전압에서 양극활물질의 가역성을 높인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LiCoO2의 가역 용량을 증가시키기 위해 LiCoO2 표면에 열적 안정성이 우수한 물질을 코팅한 후 충전 cutoff 전압을 높이게 되면, 더 많은 리튬을 활용하여 용량을 증가시키면서도 가역성을 유지할 수 있다. LiCoO2 표면에 LiMn2O4, SnO2, Al2O3, ZrO2, SiO2, CeO2, AlPO4, ITO (Indium Tin Oxide) 등 다양한 물질의 코팅이 시도되었고 대부분 우수한 성능을 나타내었다. LiCoO2의 사이클 특성 향상은 Al2O3, ZrO2 등의 코팅으로 hexagonal에서 monoclinic으로의 상변화가 발생하지 않음에 기인하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하였으나, 표면에 존재하는 산화물이 전해액 분해를 억제하고 양극활물질의 전이원소 이온이 전해액으로 용출되는 것을 억제하는 것이 더욱 주요한 요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LiCoO2는 지금까지 발견된 다른 어떤 양극 재료보다 안정적인 특성을 나타내어 처음 리튬이온 이차전지가 개발된 이래로 현재까지 그 자리를 거의 독점적으로 지켜 왔지만, 이차전지 수요의 증가로 인한 가격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로 자리 잡고 있다. 코발트는 전 세계적으로 약 1,000만 톤 정도가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다른 전이원소(Ni, Mn, Fe 등)에 비해 그 부존양이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리튬이온 이차전지는 휴대용 기기의 소형 전지로 국한되었다가 전기자동차 등을 위한 중대형 전지가 상용화되면서 그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코발트 가격의 상승이 당연히 동반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특히 중대형 전지는 활물질의 사용량이 훨씬 크기 때문에 코발트 원소의 적용은 가격 경쟁력의 확보에도 큰 문제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코발트를 다른 원소로 치환하여 새로운 양극활물질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연구가 이루어져 왔으며, LiNiO2 양극활물질이 검토되었다.


LiNiO2의 경우, LiCoO2와 같은 층상 결정구조를 가지고 있으면서, 작동 영역에서 LiCoO2보다 가역 리튬 원소 수량이 20~30% 정도 많아 약 180mAh/g의 고용량 재료로서 기대되면서 낮은 가격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Ni3+가 안정하지 못하여 리튬 원자층에 니켈 원자가 들어가 있는 결함(defect) 구조가 발견되었다. 이런 현상을 양이온 혼합(cation mixing)이라고 부른다. 양이온 혼합 현상은 충전 과정에 리튬이 빠져나온 뒤에 다른 층에 있던 니켈 원자가 리튬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그 뒤의 방전 과정에 리튬이 되돌아올 때 리튬 이온의 재삽입을 방해하여 용량의 감소를 가져오고, 리튬이 되돌아오는 도중에 니켈 이온이 걸리적거려 전지의 출력 특성도 나빠지게 만든다. 리튬 이온의 자리에 존재하는 리튬 원자의 양이 감소할수록 산소의 평형 부분압력(equilibrium oxygen partial pressure)이 증가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매우 불안정하며, 특히 유기용매와 반응할 위험이 있어 전해액 분해 및 가스 발생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LiCoO2에 비교하여 흡습성이 크다는 단점 등으로 인하여 실제 상용전지에 적용하는 데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이같이 LiNiO2의 경우, LiCoO2와 같은 층상 구조를 가지며 약 180mAh/g의 고용량 특성을 가지나, 리튬 이온과의 혼합 상태 등으로 구조 내의 결함 및 양이온 혼합으로 인해 재료 합성에 어려움이 있고, 또한 열적 불안정성 때문에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다.


LiCoO2의 코발트 문제와 LiNiO2의 불안정성을 해결하기 위하여 LiCoO2와 LiNiO2의 고용체가 제안되었다. LiNiO2에서 니켈을 대신할 수 있는 원소로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코발트였으며, 이에 따라 LiNi1-xCoxO2 조성을 지닌 양극 재료 연구가 진행되었다. 니켈 일부를 코발트로 치환하면 층상구조의 구조적 안정성이 증가하며, 니켈 이온이 리튬 이온 자리로 이동하는 것을 억제하여 코발트의 비율이 0.3 이상일 경우에는 리튬 이온 자리에서 니켈 이온을 발견할 수가 없다. 코발트의 치환으로 인해 리튬 이온 자리에 존재하던 2가 니켈 이온의 감소로 국부적 구조 붕괴를 방지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비가역 용량과 사이클 특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들은 완전한 고용체를 형성하며, 충전 시에 리튬이 탈리됨에 따라 우선 니켈이 산화되고, 다음으로 코발트가 산화됨이 보고되었다. LiNi1-xCoxO2에 있어서 니켈이 증가할수록 에너지 용량은 증가한다. 그러나 방전전압은 Ni의 환원 전위가 Co의 환원 전위보다 낮아서, LiCoO2보다 약간이나마 감소한다. LiNi1-xMxO2(M = Fe, Al, Cr, Co, Ti, Mn, Mg) 고용체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었고, 코발트 외에도 철, 마그네슘, 알루미늄 등이 니켈을 치환할 원소로 제안되었지만, 전기화학적 특성이나 열적 안정성 측면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하였다. 따라서 Li-Ni-Co-O 계 전극에 또 다른 원소를 치환한 다성분계 양극 재료 연구가 이루어져 왔으며, LiNi0.8Co0.2O2 및 LiNi0.85Co0.1Al0.05O2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중 Ni, Co, Al로 구성된 화합물은 NCA라고 통상 불리며, Ni가 전이원소 층에 80% 이상이 있는 만큼 용량이 기존 재료보다 크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른바 층상 고용체 활물질은 전기화학적으로 활성인 상과 비활성인 상을 복합하여 제조하는 것으로 비활성인 상은 활성인 상의 충∙방전 거동 시에 발생하는 응력이나 구조적 불안정성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여 고용량과 동시에 사이클 특성, 안전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는 물질이다. 대표적으로 Li[LixNi(1-3x)/2Mn(1+x)/2]O2를 들 수 있는데, 이것은 Li2MnO3-LiNiO2-LiMnO2의 고용체 형태를 이루고 있으며 전이원소 자리에 리튬이 삽입되어 있어서 그 방전용량이 200mAh/g 이상의 매우 높은 방전용량 특성을 보인다. 또한 망간 재료의 장점인 열적 특성이 아주 우수한 장점에 비해 전자 전도도가 낮은 단점이 있다. 이러한 고용체 활물질들은 LiCoO2와 달리 고상법으로는 합성이 어렵다. 이러한 재료들은 전이원소를 원자 레벨로 혼합하여야 고용화(solid solution)가 가능하기 때문에 공침법이나 분무열분해법 등의 습식법에 의해 분말 제조가 가능하다. 따라서 습식법을 이용한 대량생산 법의 적극적인 개발과 물질 자체의 도전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어야 한다.

흔히 삼성분계, 혹은 NMC, 혹은 NCM이라고 불리는 Li-Ni-Mn-Co-O계 활물질이 많이 연구되었다. 그중에서도 LiNi0.4Mn0.4Co0.2O2과 LiNi1/3Mn1/3Co1/3O2이 우수한 전기화학적 특성을 나타내었다. 이와 같은 활물질들은 충전 cutoff voltage를 4.4V로 하였을 경우 약 170mAh/g 정도의 방전용량을 나타내며, 사이클 특성도 우수하며, 코발트의 첨가로 인해 리튬 이온 자리에 존재하는 니켈의 양을 감소시킴으로써 전극의 출력 특성을 높인다. 이와 같은 NCM계 활물질은 공정 조건에 따라 그 특성이 크게 좌우되며, 특히 제조 온도에 따른 용량, 출력 및 수명 특성 등에 대한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NCM계 양극활물질은 전지 산업에서 LCO를 대체할 전극 재료로 주목받고 있으며 에너지 용량, 출력 특성, 수명 및 가격 등을 고려하여 매우 우수한 전극 재료이며 이미 상용화되어 LCO를 대체해 나가고 있다. 현재 Ni:Mn:Co의 비가 1:1:1인 이른바 “333 활물질”이 가장 먼저 대량생산이 시작되었으며, 기존의 LiCoO2와 비교해 동등 이상의 성능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에 전기자동차용 전지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니켈(Ni) 성분이 양극활물질의 에너지밀도를 높이는 데 좋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NCM에서 니켈의 함량을 80%까지 높인 811 조성의 고니켈 함량의 NCM 물질이 제안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리튬 탄산염(Li2 CO3)과 산화코발트(Co3O4)를 분쇄∙혼합하여 열처리해서 제조하는 LCO에 비하여 NCM계 양극활물질은 좀 더 복잡한 합성 과정을 거치게 되고 이로 인하여 낮은 재료비에도 불구하고 높은 공정비를 포함하게 된다. 이와 같이 낮은 원재료비와 높은 공정비를 가지는 물질의 경우 생산물량이 증가하게 되면 단가가 낮아지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점차 가격 경쟁력이 증가하게 될 것이다. NCM계 양극활물질을 합성할 때에는 우선 필요한 조성의 Co, Ni, Mn을 수용액에 녹인 후에, 염기를 투입하여 침전을 만들어 전구체를 합성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LiNi1/3Mn1/3Co1/3O2의 경우 LiNi1/3Mn1/3Co1/3(OH)2를 전구체로써 제조하게 된다. 이때 사용되는 방법을 공침법(co-precipitation method)이라 한다. 이렇게 제조된 탄산염 또는 수산화염의 전구체를 리튬염과 함께 열처리하여 Li-Ni-Mn-Co-O계 양극재를 합성하게 된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합성된 활물질 입자는 작은 1차 입자들이 뭉쳐 있는 구형의 2차 입자를 형성한다. 이와 같은 입자 형성은 리튬의 확산거리 감소로 인한 출력 특성에서 장점이 예상되지만, LCO보다 탭 밀도가 낮기 때문에 전극 성형 시나 전극의 압착 시에 어려움이 예상되며 또한 전지 전체의 에너지밀도를 높이는 데에 방해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그러나 물질 자체의 용량이 높고 재료비 상의 장점이 있어서 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LiCoO2나 LiNiO2의 경우에는 코발트(Co)와 니켈(Ni)이 각각 3가 이온으로 존재하며, 충전 과정에서 각각 4가 이온으로 산화되었다가 다시 방전 시에 3가 이온으로 환원되는 과정을 겪게 된다. 그러나 LiNi1/3Mn1/3Co1/3O2은 초기 상태에서 Co는 3가, Ni는 2가 Mn은 4가를 가진 상태에서 상을 이루고 있으며, 충전 중에는 Ni가 2가에서 3가로 산화된 후 다시 4가로 산화되고, 그 이후에 Co가 3가에서 4가로 산화되는 순서로 반응이 진행됨이 확인되었다. Mn은 충∙방전 중에 산화∙환원되지 않으며 전체적인 상의 안정성에 기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한 Mn이 3가로 변하지 않기 때문에 Mn의 용출이 억제되는 효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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