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는 기본적으로 양극과 음극의 전위차에서 비롯된 전기화학반응에 의해 전기적 에너지를 생성시키므로 두 전극 간 전위차가 클수록 고에너지(혹은 고용량) 밀도를 나타내게 된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대부분의 양극활물질은 전해질의 전기화학적 안정성을 고려하여 4V 내외의 전압에서 반응하는 물질을 사용하고 있다. 리튬이온 이차전지에서 양극에 사용되는 물질은 대부분 리튬과 전이금속의 산화물이며 금속산화물의 결정 구조 사이로 리튬이 탈리 및 삽입되면서 충∙방전 반응이 일어나게 된다. 이때 많은 양의 리튬이 반응에 참여해야 하는데, 하나의 전이금속 원자 당 하나 이상의 리튬이 반응할 수 있는 구조를 지닌 활물질 개발이 궁극적인 목표이며, 에너지 밀도를 높이기 위하여 낮은 분자량을 지닌 전이금속 원자와 산소 원자의 화합물을 사용하는 활물질이 요구되고 있다.
그리고 최근 전기자동차 등에 대한 적용이 가시화되고, 전동공구 시장 등이 성장하게 되면서 고출력 특성의 중요성이 부각(浮刻)되고 있다. 따라서 결정 구조 내에서 높은 리튬 확산계수를 나타내며 전기 전도성이 우수하여 높은 출력 특성 및 빠른 충전 속도를 구현할 수 있는 활물질이 요구되고 있다. 리튬의 탈리 및 삽입 반응 동안 안정적인 결정 구조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하며, 충∙방전 횟수가 증가하더라고 구조의 변화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활물질이 요구된다. 그리고 사용 중에 금속 이온이 전해액으로 녹아 나가는 양이 적어야 하며, 또한 전해액과의 반응성이 작아서 전극 표면에 피막의 생성이 어려운 물질이 유리하다. 이러한 특성을 만족시킬 수 있어야 전지의 수명을 증가시킬 수 있다. 그리고 원재료가 지구상에 풍부하게 존재하고 제조공정이 단순하여 저가에 생산이 가능한 것이 유리하다.
양극 재료는 구조적으로 반 데르 발스(van der Waals) 결합을 하는 층 사이로 리튬 이온이 이동할 수 있는 층상화합물 또는 3차원 구조로 이루어진 이온의 이동통로를 가진 재료여야 한다. 1980년대에 들어서 구디너프((John B. Goodenough, 1922~2023) 그룹은 새로운 양극으로서 층상구조를 갖는 LiCoO2가 4V를 넘는 충∙방전 전위를 보이는 활물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하였다. 이 제안을 일본의 소니사가 실현하여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으며 LiCoO2 재료는 양극활물질의 대명사가 되었다. LiCoO2는 업계에서는 LCO라는 약어로 불린다. 현재까지 이동용 소형 기기에 쓰이는 배터리의 양극활물질로 대부분 LCO가 사용되었으나 최근에는 리튬이온 이차전지가 전기자동차의 동력원으로 쓰이는 등 수요가 늘어나면서 코발트(Co) 원소를 일부 다른 전이금속 원소로 대체한 층상 산화물들이 점차 시장을 대체해 가고 있다.
그동안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양극활물질로 많이 사용되어 온 LiCoO2의 경우 지구상에서 코발트(Co) 원소의 부존자원의 양이 많지 않기 때문에 원재료 가격이 비싼 상황이며, 리튬이온 이차전지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가격은 더욱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서 코발트(Co)를 대체할 수 있는 값싼 원소로 이루어진 전이금속 원소를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해당하는 전이금속 원소 중에서 철(Fe)이 가장 낮은 가격이며, 망간(Mn), 니켈(Ni), 코발트(Co) 순서로 가격이 높아진다. 코발트(Co) 원소를 일부 니켈(Ni)과 망간(Mn) 원소로 대체한 3 성분계 층상화합물이 양극활물질로 많이 채용되었다. 대표적인 조성의 화합물이 Li(Ni1/3Co1/3Mn1/3)O2인데, 보통 NCM이라고 부른다. 니켈(Ni) 성분이 양극활물질의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데 좋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NCM에서 니켈의 함량을 80%까지 높인 811 조성의 NCM 물질이 제안되고 있다. 또한 망간(Mn) 대신에 알루미늄(Al) 원소를 사용하고 니켈의 함량을 95%까지 높인 NCA라는 고니켈(high Nickel) 조성의 화합물도 출현하였다.
양극활물질은 고안전성, 무독성, 환경 친화성 등의 특성이 요구된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여 양극활물질은 크게 층상구조 산화물과 스피넬(spinel) 구조를 지닌 산화물 위주로 연구가 진행되었다. 그러나 스피넬 구조의 양극활물질의 대표적인 물질이 LiMn2O4(통칭 LMO)인데, 이 물질은 이론적인 용량이 148mAh/g 정도로 적어 실제 사용이 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기존 양극활물질보다 가격이 싸고 결정 구조가 안정한 올리빈(olivine) 구조를 지닌 LiFePO4(통칭 LFP) 재료가 활발히 연구되어 중국 업체들을 중심으로 상용화에 이르렀다. LFP 재료는 구조가 안정하여 화재 등에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170mAh/g 정도로 낮은 이론 용량과 낮은 전도성의 약점을 갖고 있다.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작동원으로 작용하는 리튬 이온이 최초에 양극활물질에서 공급되기 때문에 리튬이온 이차전지에서의 양극활물질의 고용량화는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고용량/고성능화에 직접 비례하게 된다. 따라서 고용량이고 저가의 양극활물질 개발이 절실히 필요한 실정이다. 위 표에 대표적인 리튬이온 이차전지용 양극활물질의 특성을 비교하였다.
양극, 음극, 전해질, 분리막이 전지의 4대 요소라고 했는데, 네 가지 모두 역할에서 중요하다. 특히 리튬이온 이차전지에서는 양극활물질이 제조원가 면에서나 원리 면에서 중요하다. 위에 열거한 양극활물질들은 자연계에서 존재할 수 있지만, 모두 인공적으로 합성된 것들이다. 리튬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유는 원자번호가 작고 비중이 가장 작은 원소라는 점과 수소 환원 전위가 가장 낮은 원소라는 점 때문이다. 이 원소가 최초에는 음극이 아닌 양극에 존재한다는 점이 작금의 리튬이온 이차전지 개발의 가장 획기적인 발상이다. 리튬 원소가 양극과 음극을 왔다 갔다 해야 하는 이차전지에서 최초에 존재하는 위치가 중요하지는 않겠다. 다만 리튬 원소가 들락날락하는 동안에 음극과 양극에서 결정구조의 붕괴가 잘 일어나지 않는 물질을 찾아야 한다. 즉 리튬이 나갔다가 되돌아오는 동안에 있었던 집의 기둥과 서까래가 무너지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결정구조는 층상 구조이거나, 스피넬 구조, 혹은 올리빈 구조여야 한다는 사실이 무기화합물의 연구로 밝혀졌다.
이러한 무기화합물은 산화물이고, 리튬이 부재해서 없는 동안에 갖고 있던 짐을 맡아줄 금속원소가 필요한데, 그 후보 원소는 전이원소이다. 전이원소는 주기율표에서 4주기 이하에 있는 열 칸에 존재하는 원소들인데 단위 무게가 적어야 함을 고려할 때 제일 윗줄에 있는 4주기 원소들이 제일 바람직할 것이다. 그래서 채택된 원소가 코발트(Co), 니켈(Ni), 망간(Mn) 등의 원소들이다. 원자번호가 25~28번으로 서로 이웃해 있는 이 원소들은 원자량의 차이가 크지 않다. 특히 원자번호 27번인 코발트 원소의 원자량은 58.93으로 원자번호가 하나 뒤인 니켈 원소의 원자량 58.69보다 오히려 약간 크다. 이런 이유로 이들 층상구조의 양극활물질의 이론 용량 값은 서로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