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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9. 탄소계 음극활물질

by 포레스트 강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음극활물질용 탄소는 일반적으로는 결정성을 기준으로 흑연 (graphite)과 비정질 탄소(amorphous carbon)로 구분하고 있다. 흑연은 화학조성이 탄소이고 결정구조가 육방정계인 광물로 육각 평면이 중첩된 층상구조를 지닌 공유결합 물질이다. 흑연 층간의 평면 사이는 금속결합과 반데르발스(van der Waals) 결합의 중간적인 느슨한 결합으로 구성되어 있다. 흑연은 연하고 윤활성, 결정구조가 잘 배향되어 있을 때는 평면을 따라서 전자가 움직여 전류가 흐르나, 평면과 수직인 방향으로는 전류가 흐르지 않는다. 탄소 분말을 3,000℃에 가까운 고온에서 장시간 흑연화 공정을 거치면, 난층 구조 중에 삼차원적인 규칙성이 발달하여 흑연구조를 구성하게 된다.

흑연 재료는 제조 방법에 따라 인조흑연(artificial graphite)과 천연흑연(natural graphite)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인조흑연은 피치나 코크스와 같은 원료나 흑연화가 가능한 소프트 카본을 2,500~3,000℃의 고온에서 열처리하여 흑연을 형성한 것이다. 이와 비교하여 천연흑연은 자연상에서 채굴되는 것으로 인조흑연보다 높은 결정성을 지니고 있어 흑연 층이 더 잘 형성되어 있는 특징이 있다. 천연흑연은 높은 결정성으로 인하여 판상(flake) 형태를 지니고 있다. 이에 비하여 인조흑연의 경우 흑연화 이전에 형상을 제어할 수 있어서 특별한 형태를 지니고 있지 않은 비정형 흑연은 물론, 구형을 이루고 있는 구상의 흑연이나 섬유상 흑연 등으로 제조할 수 있다.

대표적인 구상흑연으로는 일본의 회사에서 제조하여 판매하고 있는 MCMB(mesocarbon microbead)를 들 수 있으며, 섬유상 흑연으로는 현재는 생산되지 않는 MCF(mesophase carbon fiber)를 대표적으로 말할 수 있다. 이 중 섬유상 흑연 재료가 고출력 특성이 있어 전지의 고성능화 관점에서 주목받고 있는 물질이지만 제조 단가가 비싸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비정질 탄소는 난흑연화성 탄소(non-graphitizable carbon)라고도 불리는 하드 카본 (hard carbon)과 이흑연화성 탄소(graphitizable non-graphitic carbon)인 소프트 카본(soft carbon)으로 크게 분류한다. 하드 카본과 소프트 카본은 모두 저결정성인 비흑연계 탄소(non-graphitic carbon)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소프트 카본의 경우는 2,500℃ 이상의 고온 열처리를 통해 결정화를 진행하면 흑연화가 가능하지만, 하드 카본은 고온 열처리에도 흑연화가 되지 못하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하드 카본은 주로 열경화성 수지나 유기 화합물 등을 탄화시켜서 얻을 수 있으며, 수 개의 층으로 이루어진 작은 흑연층 상의 결정들이 불규칙하게 배열되어 있고, 그 사이가 cross-linking 된 구조로 되어 있다.

반면 이흑연화성 탄소인 소프트 카본의 경우는 층상구조가 흑연보다는 불규칙하지만, 어느 정도의 배향성을 가지고 배열이 되어 있는 구조이다. 이러한 이유로 소프트 카본은 2,500℃ 이상의 고온 열처리를 통해서 흑연화가 가능하다. 소프트 카본의 주요한 원료는 석유를 정제하고 남은 잔류물인 피치(pitch)나 석탄 건류 후 얻어지는 코크스(cokes) 등이며 이를 비활성 분위기에서 열처리하여 소프트 카본을 얻는다. 이와 같은 탄소 재료들은 서로 다른 미세구조를 갖고, 전기화학적인 거동 또한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 현재 리튬 이차전지의 음극 재료로 탄소재료는 흑연질 재료와 비흑연질 재료 모두가 사용되고 있다.

그동안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음극활물질로는 주로 인조흑연이 사용되었다. 인조흑연은 천연흑연보다 상대적으로 결정성이 낮으며 초기 효율도 높고 전해액 분해 정도도 낮고 수명도 우수하다. 그러나 천연흑연에 비교하여 층상구조가 충분히 발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무게당 용량이 10% 이상 낮을 뿐 아니라, 2,500℃ 이상의 고온에서 열처리하여 제조하기 때문에 생산단가가 높은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따라서 낮은 가격을 지니면서 용량도 흑연의 이론용량에 가깝게 발현하는 천연흑연을 음극으로 적용하고자 노력하였다. 천연흑연의 경우에는 충∙방전 중의 부피 변화가 인조흑연보다 크고 사이클 수명도 부족하며, 전해질 분해에 의한 초기 비가역 반응의 발생량도 많아서 낮은 초기효율의 문제점도 지니고 있어 상용화에는 어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수계 바인더인 SBR(styrene-butadiene rubber) /CMC(carboxymethyl cellulose)가 적용됨에 따라 초기 효율도 크게 개선되었을 뿐만 아니라, 기존의 PVdF(polyvinylidene fluoride) 계 바인더보다도 강한 접착력으로 충∙방전 중의 부피 변화에 의한 성능 퇴화도 완화되어 충분한 수명을 확보할 수 있었다. 오히려 현재는 고용량화, 저가화 추세에 발맞추어 인조흑연보다도 천연흑연이 더욱 많이 사용되고 있다.

탄소는 기본적으로 흑연의 층간에 리튬이 삽입되어 탄소 원자 6개당 리튬 원자 1개가 저장되어 LiC6와 같은 형태를 취하지만, 위에 열거한 탄소계 재료 중에서 흑연을 제외하면 리튬 이온의 탄소 내 층간 삽입 반응 이외의 반응으로도 리튬 이온이 저장될 수 있다. 비흑연계 탄소는 복잡한 미세구조로 인해 전구체의 종류나 열처리 조건에 의해 전기화학 특성이 크게 바뀌게 된다. 비흑연계 탄소 특히 하드 카본과 같이 내부에 작은 기공(cavity)을 다수 포함하고 있는 경우 이 속으로도 리튬이 저장될 수 있다. 또한, 저온에서 탄화된 탄소는 작은 흑연 결정의 가장자리 부분의 수소와 같은 dangling bond가 리튬과 반응하면서 용량을 발현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하여 특히 하드 카본은 흑연의 이론용량 이상까지도 도달하는 장점을 갖고 있다. 또한 흑연에서의 문제점인 PC(propylene carbonate)와 같은 전해질에서 co-intercalation 반응이 없고 충∙방전 중에 부피 변화가 크지 않은 점, 그리고 낮은 가격을 하드 카본의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하드 카본은 흑연의 이론용량을 뛰어넘으며 낮은 전위대에서의 용량이 나오고 뛰어난 사이클 안정성을 보이기 때문에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리튬 이온의 저장에 관한 반응 기구(mechanism)가 아직도 명확하지 않아, 여러 가지 이론들이 제시되고 있다.

하드 카본은 일반적으로 높은 비가역 용량을 갖는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으며, 완전하게 충전하기 위해서는 낮은 전압에서 정전압으로 충분히 충전되어야 하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이는 일반적으로 흑연보다 훨씬 큰 비표면적과 충전 시 미세기공 안에 삽입된 리튬이 방전 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trapping)로 보고되고 있다. 또한 전위가 평탄하지 않고 탄소가 아닌 수소와 같은 이종 원소와 리튬 이온 간의 반응 때문에 충전과 방전 시 이력현상(hysteresis)을 나타나게 되는 특성 등은 흑연 재료와 비교하여 단점으로 지적된다. 그리고 높은 용량에도 불구하고 낮은 밀도와 높은 음극 전위로 인한 전지 전압의 저하로 인하여 부피당의 에너지 상의 장점이 크지 않아서 초기효율까지 고려하면 상업적으로 큰 장점을 찾기 어렵다. 일본에서는 한동안 상용화되어 전지에 사용되었으나 여러 한계점으로 인하여 현재는 사용이 중단되어 있다. 그러나 최근에 전기자동차용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요구가 증가함에 따라 고출력, 고입력, 장수명이 요구되어 흑연계 재료보다 우수한 특성을 나타내어 적용에 관하여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이미 적용되고 있다.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리튬이온 이차전지에서 현재 음극 재료로 흑연과 하드 카본이 실용화되어 있으나, 전기자동차용을 생각할 때는 각각 일장일단이 있어 얻을 수 있는 전지의 특성에도 차이가 생긴다. 주된 차이는 아래와 같다. 방전 곡선 모양은 흑연 음극재를 사용한 전지에서는 거의 평탄하고 평균 작동 전압은 3.7V인 것과 비교하여 하드 카본은 방전과 함께 완만하게 전압이 강하하는 경사형의 전압 추이를 나타내고, 평균 작동 전압은 3.6V로 약간 낮아서 방전 에너지는 흑연을 사용한 것이 하드 카본의 경우보다 크다. 또한 단위 셀 당의 cut-off 전압의 설정이 2.5V까지 허용되면 방전용량은 흑연이나 하드 카본이 거의 같아지지만, 그보다 높은 3.0V 정도의 전압으로 설정하면 용량은 흑연 음극 쪽이 크게 된다. 이렇게 하드 카본을 음극으로 적용한 전지에서는 방전량에 따라 전압이 내려가기 때문에 전지 단자 전압을 읽는 것만으로 쉽게 잔존용량을 알 수가 있다. 잔존용량 즉 SOC(state of charge)의 예측이 쉬워, 전지의 관리가 쉬운 장점이 있다. 더욱이 이 방전 곡선 모양의 차이는 충전 성능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또한 음극의 충∙방전 곡선이 흑연에 비하여 높은 전위에 위치하므로 충전 전류를 받아들이기 쉬워 고입력 파워를 지닐 수 있다. 특히, 전지 전압이 방전심도(depth of discharge, DOD)가 깊어짐에 따라 내려가는 하드 카본 음극 쪽이 회생제동에 의한 충전 전류를 받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흑연 음극을 쓴 리튬이온 이차전지에서는 단자 전압이 거의 일정하여 방전이 진행되어도 충전 성능에는 변함이 없을 뿐 아니라, 음극의 반응전압이 리튬의 전착(plating) 전위와 유사하여 높은 충전 전류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단점을 지니게 된다.

그리고 흑연과 하드 카본에서 리튬의 삽입과 탈리의 과정에서 층간의 팽창과 수축 유무에 따라 사이클 특성에 차이가 생기게 되므로 상대적으로 층간 팽창이 완화되는 하드 카본이 흑연보다 우수한 사이클 수명을 갖는다. 그리고 하드 카본은 결정성이 낮아 입자 표면에 노출되어 있는 edge site가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PC(propylene carbonate) 전해액에 의한 층간 박리(exfoliation)도 발생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전해액 분해를 촉진하는 효과도 작아서 전지의 장기 보관 시에 전해액 분해가 상대적으로 완화되어 피막의 생성이 흑연에 비하여 크지 않기 때문에 수명에서 유리한 점을 지니고 있다.

소프트 카본의 경우에는 1,000℃ 이하의 저온에서 탄화되면 매우 높은 용량을 지니기 때문에 고용량 재료로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낮은 초기효율 및 열악한 사이클 특성으로 인하여 더 이상의 상용화가 진행되지 못하였다. 그러나 전기자동차용 장수명, 고출력 전지가 요구됨에 따라 다시 비정질 탄소가 주목을 받게 되면서 소프트 카본도 관심을 받고 있다. 새로운 용도에서는 고용량 전지용 음극이 아니라 1,400℃ 이상의 온도에서 열처리되어 용량은 흑연보다도 낮지만, 장수명, 고출력 특성을 가진 재료로 활용을 기대하고 있다. 전기자동차용 리튬이온 이차전지용 음극으로 계속 검토되고 있는 하드 카본과 비교하여 유사한 물성을 지니면서도 생산가격이 낮은 소프트 카본은 채용 가능성이 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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