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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0. 합금계 음극활물질

by 포레스트 강

리튬 합금 음극은 1970년대부터 연구되었는데, 그 목적은 전극 표면에서의 리튬의 활동도를 낮추어 수지상 성장을 방지함으로써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리튬과 합금을 형성할 수 있는 재료는 기본적으로 리튬과 합금 반응이 가능하며, 상온에서 리튬의 확산계수가 높아야 전극으로 사용할 수 있는데, 이를 만족시키는 금속으로는 Al, Sn, Mg, Si, Ge, Bi, Ag, Sb, Pb, Cd 등이 있다. 이러한 리튬 합금계 물질들은 이론용량이 흑연 재료에 비교하여 월등히 크기 때문에 차세대 음극활물질로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이 밖에도 합금물질이 흑연과 대비되는 장점으로 PC(propylene carbonate)를 기반으로 하는 전해질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과 반응전압이 높아서 안정성이 더 높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리튬 합금은 리튬이 삽입/추출되는 동안 극심한 부피 변화를 겪게 되어 전극의 열화를 가져온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충∙방전이 진행되는 동안 큰 부피 변화로 인해 전극 물질이 부스러지는(decrepitate, scumble) 현상이 일어나서 큰 용량감소를 가져오게 된다. 흑연이 충∙방전 중에 생기는 부피 변화가 10% 이내인 데 비하여 합금계 활물질의 부피 변화는 실리콘의 경우 300%를 넘기도 한다. 이는 전극의 기계적인 스트레스를 유발하여 전극 활물질의 분쇄로 이어진다. 이어서 전기적인 단락이 생겨 사이클이 진행됨에 따라서 용량이 급격히 떨어지는 문제를 유발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합금계 활물질은 충∙방전 효율이 떨어지는데, 전극의 분쇄에 따라 새로운 표면이 노출되어 표면에서 부반응이 계속되기 때문으로 설명된다. 충∙방전 효율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리튬의 소모량을 양극에서 보상해야 되어서 큰 단점으로 작용한다.

현재 가장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합금계 재료는 실리콘(Si, silicon)과 주석(Sn, tin)이다. 두 물질은 모두 매우 큰 이론용량을 지니고 있고 가격도 그다지 높지 않아서 성능을 개선하면 상용화될 소지가 있다. 그러나 충∙방전 중의 급격한 부피의 변화로 인하여 용량이 감소하는 문제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여러 가지 다른 특성도 지니고 있는데, 주석(Sn)의 경우에는 금속 물질로서 전기전도성이 매우 우수하지만, 실리콘(Si)의 경우 반도체로서 전기전도성이 낮은 물질이다. 그리고 Sn의 경우 이온 상태에서 NaBH4(sodium borohydride) 등의 환원제에 의하여 환원이 쉽게 이루어지며, 융점이 낮아서 다양한 합성법의 적용이나 형상의 제어 및 개질이 쉽다. 실리콘의 경우는 매우 높은 융점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안정한 편이고, 전구체의 종류도 매우 한정되어 있으며, 산화물인 SiO2의 경우는 더욱 안정하여 Si보다는 SiO2로 쉽게 변하기 때문에, 실리콘은 형상을 제어하거나 화학적인 방법으로 균일한 복합재료를 형성하는 문제 등이 수월하지 않다.

Li-Sn 시스템의 상태도(phase diagram)를 보면 여섯 종류의 중간상이 존재한다. 이 합금 시스템에서 상이 변화하면서 발생하는 부피 변화는 매우 크다. 리튬이 가장 많이 들어가 있는 상인 Li4.4Sn은 순수한 Sn 대비 283%에 해당하는 비부피를 갖는다. 이러한 이유로 Li-Sn 전극에 리튬이 들어가고 빠져나감에 따라 전극이 크게 팽창과 수축을 반복한다. 초기의 연구자들은 이 현상을 전극이 호흡(breathe)한다고 묘사하였다. 그 뒤에 주사전자현미경을 통해 전해질을 건너온 리튬(Li)이 주석(Sn)이나 규소(Si) 결정에 들어가기 때문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음극활물질로 조명받고 있는 탄소(C), 규소(Si), 주석(Sn) 모두 주기율표에서 4족에 속하는 원소이다. 주기율표의 4족 칸에서 밑으로 내려갈수록 원소는 반도체의 성질이 감소한다.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 원자핵과 전자의 크기가 원자가 차지하는 공간의 크기에 비교하여 아주 작다. 원자 하나가 미치는 범위를 당구공 같은 딱딱한 공으로 보는 강구 모형(hard sphere model)에서 공의 크기가 바로 원자의 크기라고 말할 수 있다. 결정은 무수히 많은 원자가 일정한 규칙을 가지고 배열된 고체이다. 강구 모형에 따르면 당구공을 공간에 쌓는 방법에 따라 면심입방(body centered cubic, BCC) 결정, 체심입방(face centered cubic, FCC) 결정, 육각조밀충전(hexagonal close packed, HCP) 결정 등으로 불린다. 이중 가장 조밀하게 공간을 채우고 있는 것이 FCC와 HCP 구조인데, 공간을 채우는 비율인 원자충전율(atomic packing factor)이 74%이다. 즉 공간의 약 4분의 1이 원자로 채워져 있지 않다. BCC 결정의 원자충전율은 68%이다. 주기율표의 4족에 속해 있는 원소 중에서 3차원 공간에서 대칭적이고 규칙적으로 탄소 원자가 배열하고 있는 결정이 바로 다이아몬드이다. 이런 구조를 다이아몬드 입방체(diamond cubic, DC) 결정이라고 부른다. DC 결정의 원자충전율은 34%에 불과하다. 결정의 3분의 2가 대충 비어 있다고 보면 된다. 게르마늄과 실리콘 원소도 상온에서 DC 결정구조를 갖고 있다.

리튬이 전기화학반응으로 고체에 삽입될 때 원자충전율이 작은 결정에 잘 삽입될 것이다. 원자충전율이 34%로 낮은 실리콘(Si) 결정이 리튬을 잘 받아 줄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실리콘은 충전 시에 Li 4.4개와 반응하여 최종 산물로 Li22Si5를 이루게 된다고 알려져 있으나, 최근에는 Li 3.75개와 반응하여 Li15Si4를 형성한다고 보고된 바 있다. 이때 Li22Si5까지 합금화가 이루어지게 되면 이론용량은 4,198mAh/g이며, Li15Si4까지만 형성이 되어도 3,578mAh/g으로 흑연 재료의 10배에 달하는 용량이며, 주석 재료에 비해서도 4배에 가까운 큰 용량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충∙방전 시의 부피 변화가 310%로 280% 정도인 주석의 경우보다 크며 전기전도도는 주석보다 낮아서 용량의 감소가 더욱 급격히 발생하고 있다.

실리콘은 반도체로 전기전도도가 낮아서 전자의 전달 경로가 만들어지는 부분인 삼상계면(triple phase boundary, TPB)에서만 반응이 발생한다. 따라서 집전체나 도전재와 접촉하는 지역에서만 주로 반응이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낮은 전위에서 충∙방전이 발생하기 때문에 전지의 구성 시에 높은 전압을 발현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실리콘의 경우는 첫 충전이 이루어지면서 리튬이 삽입되고 실리콘의 결정성이 급격히 감소하게 된다. 이때 리튬이 삽입된 지역은 결정성이 거의 없는 비정질 상으로 변이 되며 이후에 다시 리튬이 추출되어도 결정 상태로 돌아가지 않고 비정질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그러나 충전 시에 리튬을 충분히 삽입하게 되면, 비정질 상태의 LixSi 상에서 Li15Si4 결정상으로 전이되며, 새로운 결정상의 생성은 전압 곡선의 형태를 좀 더 직선에 가까운 평탄부(plateau)를 형성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반면에 금속인 주석(Sn)의 경우 전자전도성이 우수한 재료이기 때문에 전해질과 접촉하고 있는 전극의 전 표면에서 리튬과 반응이 발생할 수 있다. 주석의 경우 리튬이 삽입되면서 결정구조가 변하게 되며 새로운 결정구조로 전이되는 것이 보고되었다. 주석은 충전하는 과정에서 리튬과 합금을 형성하면서 부피가 증가하게 되고, 방전 과정에서 리튬이 빠져나가며 부피가 감소할 때 주석 결정 입자 표면에 균열이 발생하게 되고 균열에서는 다시 부동태인 SEI(solid electrolyte interface) 막이 형성되는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이때 균열이 반복되면 주석 결정 입자가 잘게 갈라지면서 표면에 전자 전달을 방해하는 SEI 막이 생성된다. 이와 같은 과정이 반복되면 전자의 전달이 발생할 수 없는 ‘죽은 입자(dead particle)’가 생성되면서 용량의 감소가 발생한다. 또한 동시에 표면에 SEI의 생성이 계속되어 전극의 저항이 계속 증가할 뿐만 아니라 사이클의 진행 중에도 계속 전해액 분해가 발생하여 비가역 반응을 발생시키며 양극과의 균형이 깨어지면서 저장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없게 되어 용량의 퇴화를 가져온다. 또한 활물질의 부피 감소 시에 입자의 깨어짐뿐만 아니라 활물질 전체가 집전체인 구리 포일 및 이에 연결된 도전재인 카본블랙 등에서 떨어져 나가거나 접촉이 나빠지면서 전자 전달의 경로가 붕괴되어 저항이 급격히 증가하게 된다. 이에 전체적인 부피 변화를 억제하고 입자의 갈라짐도 완화하기 위하여 나노미터 크기의 주석 분말을 사용하거나 다른 물질과 나노 복합재(nanocomposite)를 적용하여 성능의 개선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주석은 낮은 융점으로 상대적으로 소결 현상이 쉽게 일어나는 특성이 있어 충∙방전이 진행되어 부피가 증가하는 경우 작은 입자들이 뭉쳐지면서 응집되어 큰 입자로 성장하게 된다. 결국 다시 입자의 균열이나 접촉 불량이 발생하게 되어 요구되는 수준의 수명을 발현하지 못하고 다시 퇴화하기 때문에 아직은 한계점을 지니고 있다.

이같이 충∙방전 중의 큰 부피 변화를 보이는 합금계 음극활물질의 활용을 위해서는 부피 변화를 억제하는 방안 또는 부피 변화의 발생에도 전극의 퇴화를 억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러한 방안으로 합금계 물질 입자의 크기를 최소화하는 방법이 있다. 주로 나노미터 크기 입자의 형태로 제조하거나, 탄소나 이종 금속 등의 다른 물질과의 복합재료를 제조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 밖에도 합금계 활물질의 표면을 전도성 물질 등으로 코팅하는 방법과 합금계 산화물이나 금속간화합물(intermetallic compound)을 적용하여 합금계 활물질과 다른 이종 원소와의 화합물을 사용하여 부피 변화를 상대적으로 감소시키며, 응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는 방안도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전극 제조 시에 결착력이 높은 바인더, 탄성이 우수한 바인더, 또는 경직된 특성을 갖는 바인더를 적용함으로써 부피 변화에 대한 저항성을 증가시켜서 사이클 성능을 개선하는 방안 등이 다양하게 연구되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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