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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2. 유기 액체 전해질

by 포레스트 강

전해액 또는 전해질은 이온에 의한 전하 이동이 가능한 매체를 말한다. 전지 내부의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이온의 형태로 전하를 전달하는 매개물로 보통은 염(salt)이 용해된 액체상이다. 전지가 작동하는 온도에서 이온전도성을 갖는 고체 전해질(solid electrolyte)도 존재한다. 리튬이온 이차전지는 통상 4.1∼4.2V의 동작 전압이 상한으로 설계되어 있다. 이같이 높은 전압에서는 수용액이 전기분해를 일으키기 때문에 수용액을 전해액으로 사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리튬이온 이차전지는 대개 유기 전해액이라는 액체를 사용한다. 여기서 유기 전해질은 유기 용매에 리튬염을 용질로써 용해한 이온전도체이다. 유기 용매 및 리튬염의 종류는 매우 많지만, 리튬이온 이차전지에 사용할 수 있는 재료는 매우 제한되어 있고 실용적으로 여러 가지 조건이 요구된다.

리튬이온 이차전지에서 전해질의 주요 기능은 높은 이온전도성을 지니고 있어 양극과 음극으로의 이온 전달 경로 역할을 하며, 전극의 표면, 특히 음극 표면에서 안정한 SEI(solid electrolyte interphase) 막을 생성시켜서 추가적인 전해액의 분해를 억제할 수 있어야 한다. 먼저 전해액이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특성은 우수한 이온전도성이다. 특히 리튬 이온의 전도도가 우수해야 한다. 그리고 전극에 대한 화학적/전기화학적 안정성이 높아야 하며 사용 가능한 온도 영역도 넓어야 한다. 또한 미세구조의 전극과 친화력이 우수하여 좋은 젖음성(wettability)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또한, 안전성이 보장되어야 하며 가격도 저렴해야 유리하다.

유기 용매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양극과 음극의 전극에 대하여 화학적으로 안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열역학적으로는 리튬에 대하여 안정한 용매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리튬이온 이차전지에 사용 가능한 유기 용매는 수소 이온을 공여하는 능력이 없는 비프로톤성(aprotonic) 용매로 제한되어 있다. 또한 리튬이 물과 반응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리튬이온 이차전지에서는 수용액이 아닌 리튬염을 유기 용매에 용해시킨 시스템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전해질은 일반적으로 초기 반응 시에 분해되어 음극 재료의 표면에 부동태 막인 SEI를 형성하게 된다. 이온전도성은 가지지만 전자전도성은 없어서 일단 SEI가 생성되면 더 이상의 전해질 분해반응은 일어나지 않게 된다.


전해질의 전기전도도는 전하를 운반하는 이온의 전하 숫자인 농도(concentration)와 그 이동도(mobility)에 비례한다. 즉, 전기전도도는 해리된 자유 이온수가 많고 또 이들 이온의 이동이 빠를수록 높다. 전해질의 이온전도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 리튬 이온의 해리가 쉬워서 자유 이온의 수가 많아야 하므로, 유기 용매 내에서 쉽게 해리될 수 있게 거대 음이온을 가진 리튬염을 사용한다. 리튬염의 용해 과정에서는 완전한 이온의 해리를 고려하지만 실제로는 해리되지 않고 전기전도성에 기여하지 않는 이온쌍(ion pair)이 존재한다. 용질의 회합정수는 이온의 최근접 거리가 클수록 작아지니까 리튬염의 음이온이 커질수록 이온의 회합은 작아지게 되어 해리가 쉽게 된다. 한편 이온의 반경이 작은 이온일수록 이동도는 높아진다. 또한 일반적으로 전해질 용액의 점도는 용질의 농도가 증가함에 따라 증가하나 음이온이 큰 리튬염일수록 점도가 더욱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LiPF6, LiClO4, LiBF4, LiAsF6 등이 그러한 리튬염이다. 또한, 유기 용매의 유전율이 높아야 염의 해리를 증가시킬 수 있지만, 유기 용매의 점도가 낮아야 해리가 된 리튬 이온의 이동을 원활히 할 수 있다. 그러나 유기 용매 중에 두 조건을 동시에 만족하는 용매는 없어서, PC(propylene carbonate)나 EC(ethylene carbonate)와 같이 유전율이 높은 용매에, DMC(dimethylcarbonate), DEC(diethylcarbonate), DME (1,2-dimethoxyethane) 등과 같이 점도가 낮은 용매를 혼합한 용매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온전도도만 높다고 해서 모두 전해질로 사용할 수는 없다. 흑연질 재료를 음극으로 사용하였을 때 PC를 사용하게 되면 충전 시 흑연의 표면에서 분해된다.

다시 정리하면 전해액은 유기 용매와 리튬염의 혼합 용액이다. 액체 전해질의 이온전도도를 최적화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액체 용매의 유전상수와 점도를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특성이 우수한 전해질을 만드는 것은 화학 원리보다는 실험 결과와 경험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EC(ethylene carbonate)는 흑연 표면에서 보호층을 형성하여 전해질의 환원과 자가방전(self discharge)을 억제한다.

리튬염으로 다양한 종류가 개발되었으나 현재 상용화된 전지에 사용되고 있는 것은 LiPF6 염으로 1M 농도 부근으로 사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유기 용매에는 리튬염이 잘 용해되지 않기 때문에 용해도가 높고 크기가 큰 음이온과 리튬 양이온의 조합이 연구되었으며, 그중에서 LiPF6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가장 무난한 특성을 나타내고 있어 널리 사용되고 있다. 리튬염의 농도를 높일수록 이온 종의 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전도도가 상승하지만, 농도가 높아질수록 전해액의 점도가 증가하여 이동도가 감소하여 오히려 전도도도 감소할 뿐만 아니라 전극과의 젖음성도 저해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1M 정도를 사용하고 있으며 용도에 따라 0.7~1.5M 농도에서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LiPF6, LiBF4 등과 같이 F를 포함하고 있는 염들은 분해 시에 HF를 생성시키게 되어 HF가 양극활물질을 용출시키고 전극 표면에 부동태 막을 형성시켜서 저항을 증가시키는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 특히 LiMn2O4와 같은 스피넬 계 망간 산화물의 경우에는 Mn의 용출이 성능 퇴화의 주요 원인이기 때문에 F를 함유하고 있지 않은 LiBoB [Lithium Bis(Oxalato) Borate] 전해액을 적용하는 경우 수명이 크게 향상됨이 보고되었다. 그러나 LiBoB의 경우 낮은 산화 안정성 및 높은 점도, 제조 비용 등의 문제로 널리 사용되고 있지는 않은 실정이다.

현재 상용화된 전해질은 유전율을 부여하여 리튬염을 녹이기 위한 고리형 구조를 지니는 EC에 점도를 낮추기 위한 사슬형 구조를 지니는 DEC, DMC, EMC 등을 3:7~7:3 정도의 비율로 혼합하여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카보네이트계 용매가 고전위에서 안정할 뿐만 아니라 EC의 경우 탄소계 표면의 피막 형성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유전율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PC도 가능하나 현재 상용화된 음극 재료의 대부분은 흑연계이기 때문에 PC는 대부분 사용되지 않으나, 소량 혼합하여 사용되기도 한다.

전해액이 기본적인 반응을 수행하기 위한 이온전도도 및 점도, 열적 안정성 등이 완료되어도 리튬이차전지에서는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사항이 바로 안정한 SEI의 형성 여부이다. 전지 성능 퇴화의 주요인이 바로 음극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전해액 분해에 의한 비가역 반응이다. 따라서 안정한 SEI가 생성될수록 더 우수한 전지 성능을 구현할 수 있게 된다. 전해액에서는 EC를 사용하는 경우 우수한 SEI를 생성시킨다는 보고가 있었으나 더욱 얇고 튼튼한 SEI를 만들기 위해서는 첨가제(additive)를 사용하게 된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것들이 VC (vinylene carbonate), VEC(vinyl ethylene carbonate), ES(ethylene sulfite), FEC (fluorinated ethylene carbonate) 등이다. 이와 같은 첨가제들은 EC보다 먼저 분해되거나 또한 동시에 분해되어 EC의 분해물이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피막보다 더욱 튼튼하고 안정한 피막을 형성하게 되어 사이클 수명이나 저장 수명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전극-전해질 계면에서 작용하는 표면화학은 전지의 수명에 있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리튬과 탄소계 음극의 표면에 생기는 SEI 막은 오랫동안 연구되었으나 그 조성과 특성은 아직도 완전하게 이해되고 있지 않다. 양극의 표면에서는 전해질의 산화가 일어날 수 있으며 양극 재료가 촉매로 작용하면서 전해질의 분해를 촉진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전극 활물질 표면을 유기질 혹은 무기질의 상으로 코팅하여 전해질의 분해 현상을 억제하기 위한 노력이 많이 진행되었고, 특히 고온 및 고전압의 상황에서는 놀랄만한 성과들이 보고되고 있다.

음극의 표면에서 생성되는 SEI는 전해액이 환원되면서 분해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고 이때 생성된 SEI 부동태 막이 추가적인 전해액 분해를 억제한다. SEI가 붕괴되면 새로운 표면이 노출되고, 다시 탄소 내에 저장되어 있는 리튬에 의하여 전해액이 분해되기 때문에 음극의 자가방전으로 인한 용량 손실과 저항 증가를 가져온다. 음극에서만 리튬이 소모되기 때문에 양극과 음극 간의 균형이 틀어지면서 양극에서도 용량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어서 전지의 가역용량을 감소시키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고온 저장 시에도 전극의 부피 변화를 가져오는 충∙방전 사이클 중에도 안정한 형태의 SEI를 형성시키는 것은 전지의 수명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이슈이다. 더욱이 전기자동차용 전지는 10년 이상의 수명을 요구하니까 전지의 수명에 대한 관심이 더욱 집중되고 있으므로 SEI에 대한 연구 및 개선은 리튬이온 이차전지에 있어서 매우 주요한 개선과제라 할 수 있다.

전지 개발에 있어서 전극-전해질 계면의 특성을 이해하고 조절하여 새로운 고체-고체 혹은 고체-액체 계면을 설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최근까지의 문제점은 전극-전해질 계면을 미시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는 점이다. 또한 전지가 사용되는 조건에서 계면을 관찰하는 것이 아니고 전지를 분해하여 관찰함으로서 중요한 정보들을 놓친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 전지 기술의 발달로 전지의 분해 없이 사용 조건에서 in-situ로 분석 가능한 장비들이 증가하면서 계면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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