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성능이 좋고 여러 기기에 채용되고 있는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전해질은 주로 유기화합물로 이루어진 액체이다. 액체 전해질로 만들어진 현재의 배터리는 충격이나 고전압에 발화될 위험성이 있다. 21세기 초에 이러한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한 노트북 컴퓨터의 발화 및 폭발을 경험했고 작금에는 전기자동차의 폭발, 화재 사건이 자주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전지 엔지니어들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궁극적인 대책은 액체 전해질을 고체 전해질로 대체하는 것으로 전지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리튬이온 이차전지에 필요한 전해액과 분리막을 없앨 수 있고, 대신 그 공간에 에너지 밀도가 더 높은 전극 활물질을 집어넣을 수 있다.
앞에서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작동 원리를 국제 간 무역 과정에 비교하여 설명한 바 있다. 이온이 전해질을 거쳐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배로 물품을 이동하는 해상운송에 비유하였다. 대금의 결제 과정보다 시간이 훨씬 더 걸리고 해적을 만날 위험이 있어도 운송비가 저렴하고 한꺼번에 움직이는 물량이 많은 편이어서 해상운송이 주로 이용되고 있다. 고체 전해질은 육상 운송에 비유할 수 있다. 육상 운송을 이용하려면 우선 당사국 간에 지리적인 조건이 맞아야 하고, 고속도로든 철도가 미리 부설되어 있어야 한다. 기반 시설이 구축되어 있으면 육상 수송이 편리하고 경로 추적이 가능하고 시간이 덜 들지만, 실질적으로 육상을 통한 운송비가 바다를 통한 해상운송보다 더 든다.
전해액을 쓰는 기존의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이 단락(short) 돨 경우, 화재가 발생할 위험이 있으나, 전고체 배터리(all solid battery)는 리튬 이온이 이동하는 전해질이 고체로 이루어져 있어서 항시 고정되어 있고 구멍이 뚫려도 폭발하지 않고 정상 작동한다. 고체 전해질은 액체 전해질보다 내열성과 내구성이 뛰어나서 폭발이나 화재가 발생할 위험성이 낮고 배터리의 크기도 줄일 수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안전성뿐만 아니라 용량과 두께 측면에서 ‘휘는(flexible) 배터리’를 구현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전해질에 액체가 없어 박막을 만들 수 있고, 양극과 음극을 여러 겹 쌓아 고전압•고밀도 배터리 구현이 가능하다. 현재의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다. 기존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에너지 밀도는 255Wh/㎏ 수준이나 전고체 배터리는 이론적으로 495Wh/㎏까지 에너지 밀도가 올라간다. 이로써 전기자동차의 1회 충전 당 주행 거리 향상과 충전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부품이 덜 들어가는 만큼 배터리 팩의 무게도 가벼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전고체 전지는 고체 형태이다 보니 액체 전해질보다 이온 전도도가 낮아 출력이 낮고 수명이 짧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따라 세계의 전지 연구자들은 최대한 이온 전도도를 높일 수 있는 전고체 배터리 소재 찾기에 나섰다. 전해질 소재가 액체에서 고체로 바뀔 뿐만 아니고 아마도 양극과 음극 재료를 포함하여 기존의 전극 구성 소재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세계적인 제조기업에서 이를 기반으로 전고체 전지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 고체 전해질 소재의 유력한 후보는 고분자와 산화물, 인산염, 황화물 등 무기계 고체 전해질(inorganic solid electrolyte)이다. 이 소재들의 각각은 장단점이 명확하다. 앞 절 고체 전해질 부분에서 다룬 바 있는 고분자는 이온 전도도나 온도 변화에 대한 안정성이 떨어지지만 생산 용이성이 높다. 아무래도 고분자 소재는 발화되면 쉽게 타버리는 약점이 있다. 한편 산화물과 인산염은 이온전도율이나 안정성은 괜찮은 편이나 생산 용이성이 낮다. 현재 산업계의 주목을 받는 물질은 황화물이다. 황화물 소재는 이온 전도도, 생산 용이성, 온도 변화에 대한 방어력 등이 두루 높다.
무기계 고체 전해질은 기본적으로 음이온의 성질을 가지는 격자점과 리튬 이온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체 구조를 형성하는 무기 화합물은 일반적으로 불연성이며 전지로서의 안정성 또한 높은 편이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리튬 이온만이 움직이기 때문에 양이온의 수송률(transference number)이 이론적으로 1이 되어 음이온 이동의 영향을 받지 않는 이상적인 전해질로 기대된다. 무기계 고체 전해질은 전극 계면에서의 분해반응에 영향을 받지 않아서 수명이 길고 안정한 전지를 구성하는 데 적합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무기 고체 전해질은 유연성이 없고, 낮은 이온전도성으로 인하여 사용이 제한되어 있다. 현재는 주로 박막 전지(thin film battery)에 사용되고 있는데, 전지의 변형이나 전해질의 휘발성이 전혀 없으며, 매우 작은 두께의 전해질이 사용되어 낮은 이온전도성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저항을 줄여줄 수 있다.
무기계 고체 전해질은 결정성인 것과 무정형인 재료로 크게 분류할 수 있다. 결정성 무기계 고체 전해질로는 먼저 NASICON(Na+ Super Ionic Conductor) 형 화합물과 다결정체로서 얻어지는 정공(hole)을 가지는 산화물인 ABO3 형태를 지니는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화합물, 그리고 황산 철형 화합물 등이 있다. 결정구조를 갖는 화합물보다 무정형 구조를 갖는 쪽이 이온 전도에 유리할 것으로 일반적으로 예상한다. 또한 무기계 이온전도체의 경우는 결정성 무기 전해질 대부분이 희토류 이온을 포함하고 있지만, 무정형 무기 전해질은 희토류 이온을 가지지 않는 것이 많아서 환원의 경우에 더욱 안정하다. 무정형 재료는 크게 산화물 계열과 황화물 계열로 나눌 수 있다. 무정형 산화물계 이온전도체로는 유리 골격을 형성하는 SiO2, B2O3, P2O3, GeO2 등을 사용하고 여기에 Li2O를 첨가함에 따라 리튬이온의 전도성을 가진다. 단 상온에서 이온전도성은 그리 높지 않으므로 박막으로 주로 사용된다. 무정형 산화물계는 화학적 열적 안정성은 우수해도 상온에서 이온 전도도가 낮아서 산화물 대신 분극률이 큰 황화물이 크게 각광(脚光)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