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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레스트 강 Apr 30. 2024

E8. 베드로

 예수께서 대답하여 가라사대 바요나 시몬아, 네가 복이 있도다. 이를 네게 알게 한 이는 혈육이 아니요,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시니라. 또 내가 네게 이르노니 너는 베드로라.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니 음부의 권세가 이기지 못하리라. 내가 천국 열쇠를 네게 주리니 네가 땅에서 무엇이든지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 네가 땅에서 무엇이든지 풀면 하늘에서도 풀리리라 하시고 (마태복음 16장 17~19절)

      

 예수께서 제자들을 데리고 갈릴리 산지 북쪽에 있는 가이사랴 빌립보 지방으로 가서 제자들에게 ‘사람들이 자기를 누구라고 하느냐?’라고 묻는다. 제자들이 더러는 세례 요한, 더러는 엘리야, 어떤 이는 예레미야나 선지자 중의 하나라고 한다고 대답한다. 다음에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라고 묻는데, 시몬 베드로가 대답하여 말하기를 ‘주(主)는 그리스도시오,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라고 신앙고백을 한다. 이 말을 듣고 예수께서 하신 말씀이 바로 위에 인용한 성경 구절이다. 예수가 그에게 아람어로 반석이라는 뜻의 케파(Cepha)라는 새 이름을 지어주었으며, 뜻을 따라 고대 그리스어인 페트로스로 표기하였다. 성경 일부 구절에서는 ‘게바’라고 표기하고 있다. 영어로 석유에 해당하는 ‘petroleum’도 같은 어원이다.

    

 시몬 베드로는 요나 또는 요한의 아들로서 갈릴리 해변에서 고기를 잡던 어부로서 그 형제 안드레와 함께 예수의 제자로 부르심을 받았다. 마태복음 8장 14, 15절에 그 장모의 열병을 예수께서 고쳤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로 보아 그는 이미 결혼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원래 이름은 시몬이었다. 시몬은 모래라는 뜻으로 시멘트(Cement)와 어원이 같다. 지금도 시몬(Simon)은 그대로 혹은 조금 변형된 형태로 서양 사람의 이름이나 성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그런 시몬을 예수께서 반석(盤石)이라는 의미의 게바(베드로)라고 부르고 그 반석 위에 교회를 세우고 천국의 열쇠를 베드로에게 주겠다고 말하고 있다. 모래가 단단한 바위가 되었다. 반석은 우리말로 너럭바위라고도 하는데, 윗부분이 테이블처럼 평평한 모양의 돌을 의미한다. 아마도 서울 반포(盤浦)에는 옛날에 너럭바위가 있어서 남태령을 걸어 넘어온 사람들이 배로 가볍게 한강을 건너 남대문을 거쳐서 한양 도성으로 들어갔을 것 같다.

    

 마태복음 7장 24~27절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나의 이 말을 듣고 행하는 자는 그 집을 반석 위에 지은 지혜로운 사람 같으리니 비가 내리고 창수(漲水)가 나고 바람이 불어 그 집에 부딪히되 무너지지 아니하나니 이는 주초(柱礎)를 반석 위에 놓은 연고요. 나의 이 말을 듣고 행치 아니한 자는 그 집을 모래 위에 지은 어리석은 사람 같으리니 비가 내리고 창수가 나고 바람이 불어 그 집에 부딪히매 무너져 그 무너짐이 심하니라.’ 여기서 모래 위에 집을 지으면 안 되고 반석 위에 집을 지으라고 권면하고 있다. 우리말에 사상누각(砂上樓閣)이라는 말이 있어서 이 말씀이 우리의 머릿속에 속속 들어온다. 그러나 서울의 잠실이나 반포의 한강 변에는 고층 아파트가 많이 지어져 있다. 이 지역에서는 모래 위에 집이 지어졌다는 얘기이다. 고층 건물이나 댐을 지을 때 아래의 모래를 잘 다지고 물이 스며들지 않게 하면, 모래알이 밑으로 하중을 골고루 잘 전달하여 오히려 튼튼하다고 한다.

     

 예수를 제자로 따라다닌 시몬 베드로는 예수로부터 이 말을 들어서인지 더욱 분발하여 제자로서의 사명을 다한다. 그는 여러 기적을 목격하였고, 물 위로 걸었으며, 산에 따라 올라가 기도할 때 모세와 엘리야처럼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변형된 예수의 얼굴도 볼 수 있었다. 마태복음 26장 34, 35절에 보면 ‘예수께서 가라사대 내가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오늘 밤 닭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 베드로가 가로되 ‘내가 주와 함께 죽을지언정 주를 부인하지 않겠나이다’라고 하였지만 예수께서 잡히시던 때 처음에는 앞에 나가 방해하는 행동을 시행했지만 결국 예수를 공회 앞에 서게 하였다. 예수가 끌려가는 때에 베드로는 여종에게 자신과 예수를 세 번 부인하고 말았다. 닭 우는 소리에 자기의 잘못을 깨우쳤다고 하는데 그런 베드로의 마음을 기념하여 그 자리에 베드로 참회교회가 들어서서 후세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예수가 죽음으로써 모든 게 다 끝났다고 체념하여 다른 제자들과 함께 갈릴리 바다로 돌아와 본디 직업인 어부 일을 하게 되는데, 부활하신 예수가 그들을 찾아와서 오히려 위로하고 새로운 사명을 베드로에게 준다. 마태복음 28장 19, 20절에 보면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하시니라’. 예수 승천 후 베드로는 예수를 대신하여 교회의 새로운 지도자가 되었다. 베드로는 이 사명을 수행하기 위하여 담대해지고, 또한 여러 데를 다니면서 선교를 열심히 하였다. 그러한 활약상이 신약성경 사도행전(Acts) 전반부에 기록되어 있다. 그중에 하나를 들어보면 사도행전 2장 14절 이후에 ‘베드로가 열한 사도와 같이 서서 소리를 높여 가로되 유대인들과 예루살렘에 사는 모든 사람들아, 이 일을 너희로 알게 할 것이니 내 말에 귀를 기울이라’고 말하고 담대하게 설교를 시작한다. 그 후 베드로는 기도로 병자를 고치는 기적을 행하고, 가이사랴에 사는 이방인인 고넬료라고 하는 로마 군대의 백부장에게 복음을 전한다. 이런 연유로 그는 초대 로마의 교황이 되었다. 재위 기간은 33년 4월 1일부터 67년 6월 29일까지이다.      

 기독교의 전승에 따르면, 그는 로마에서 교회를 지도하던 중 네로 황제의 박해에 휘말려 거꾸로 된 십자가에 못 박혀서 순교하였다고 한다. 베드로는 로마의 박해를 피해 달아나라는 교우들의 말에 따라 변장하고 혼자 조용히 로마를 떠난다. 로마 성문을 벗어나자, 베드로는 아피아 가도(Appian Way)에서 마주 오는 예수를 만났다. 베드로는 ‘Quo Vadis, Domine?’ 즉 ‘주님, 어디로 가십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는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려고 로마로 가는 길이다.’라고 대답했다. 베드로가 ‘주님, 십자가에 다시 못 박히시겠다는 말씀이세요?’라고 묻자, 예수는 ‘그렇소. 베드로야, 나는 다시 십자가에 못 박힐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그제야 베드로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예수를 찬양하면서 로마로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교우들에게 돌아가서 자기가 본 환시를 이야기하면서 자신은 십자가에 못 박힐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베드로는 로마 군사들에게 체포되어 십자가에 매달려 순교했다. 이때 베드로는 자청해서 머리를 아래로 두고 거꾸로 매달려 십자가에서 처형되었다고 전해지는데, 예수와 똑같은 방식으로 죽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전 아래 그의 무덤이 있다고 전해진다. 베드로는 예수에게서 천국의 열쇠를 부여받았기 때문에 교황이 되었다고 가톨릭(천주교회)은 주장하며 현재까지 베드로의 후계자로 교황을 선출하고 있다.

     

 그 뒤에 베드로는 서양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며 사람들의 이름이나 성으로 채용되었다. 영어권에서 피터(Peter)라는 이름을 비롯하여 러시아어로 표트르(Pyotre), 이탈리아어로 피에트로(Pietro) 등 다양하게 변형되었다. 지명으로는 러시아의 쌩뻬쩨부르그(St. Petersburg)가 유명하다. 사람은 돌에 대한 동경이 있나 보다. 독일계 이름인 과학자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이 생각나고, 우리 국어학자 이희승(李熙昇, 1897~1989) 선생의 호가 일석(一石)이었다고 생각난다. 위 사진은 감람산에 있는 공동묘지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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