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2. '퐁당퐁당', 돌과 물결

시인과 과학자

by 포레스트 강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누나 몰래 돌을 던지자.

냇물아, 퍼져라. 널리 널리 퍼져라.

건너편에 앉아서 나물을 씻는

우리 누나 손등을 간질여 주어라.

- 윤석중(1911~2003) 작사, 홍난파(1898~1941) 작곡, <퐁당퐁당>


위 노래는 우리가 초등학교 때 자주 불렀던 유명한 동요이다. 이 동요를 음미할 때마다 작사자인 윤석중 시인의 자연과학에 관한 지식이 상당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시인은 감성적으로 예쁜 동시를 써 내려갔겠지만, 오늘날의 자연과학에서 통용되는 과학적인 인식 수준에 전혀 어긋남이 없이 자연현상을 묘사하고 있다. 소년이 냇물에 던진 돌에 의해 생긴 물결은 건너편에 앉아서 나물을 씻는 누나의 손등에까지 에너지(energy)와 운동량(momentum)을 전달한다. 소년이 돌멩이를 들어서 던지는 순간 소년의 근육에서 나온 에너지는 돌멩이의 위치에너지와 운동에너지로 바뀐다. 돌이 수면에 떨어지면, 그 에너지는 대부분 물결 즉 파동(wave)으로 바뀌어 건너편에 앉아서 나물을 씻는 누나의 손등에 전달된다. 돌멩이의 에너지가 소리 에너지로 많이 바뀌면 퐁당 소리가 크게 나니까 누나 몰래 물결이 전달되게 하려는 소년의 의도가 무산된다. 그렇게 하려면 돌멩이의 에너지가 공기 중의 압력분포를 바꾸는 데 소모되지 않도록 돌을 살짝 던져야 한다. 공기 중의 압력분포가 바뀌면 소리라는 음파가 발생하고 전파된다. 이렇듯 시인은 과학지식을 잘 내면화해야 멋진 노랫말을 쓸 수 있다.


그러면 소년이 냇물에 던진 돌멩이를 맞은 물 분자가 건너편에 앉아 나물을 씻는 누나의 손등에까지 움직인 것일까? 보통 그렇게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늘날의 과학 지식에 따르면 소년이 던진 돌멩이에 맞은 물 분자들은 돌멩이의 운동에너지를 받아 옆에 있는 다른 물 분자에 전달하고, 그 물 분자는 또 옆에 있는 물 분자에게 연속적으로 전달하여 결국은 에너지가 건너편에 도달하여 누나의 손등을 간질여 준다. 이는 도미노를 관찰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도미노의 각 블록은 제 자리에 서 있다가 넘어질 뿐이고 그 에너지가 옆 블록으로 옮겨가서 다른 도미노를 넘어뜨리듯이 파동에서 매질 자체가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매질은 진동하고 그 진동의 결과로 에너지가 옆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에너지의 전달 과정에서 물 분자들은 각각 그 지점 근처에서 위아래로 움직이기만 하고 있을 뿐인데 우리 눈은 물결이 이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즉 파동은 에너지의 전달 방식 중 하나이다.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노 저어 오오.

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옥같이 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다.


내 마음은 촛불이요,

그대 저 문을 닫아 주오.

나는 그대의 비단옷자락에 떨며, 고요히

최후의 한 방울도 남김없이 타오리다.


내 마음은 나그네요,

그대 피리를 불어 주오,

나는 달 아래 귀를 기울이며, 호젓이

나의 밤을 새이오리다.


내 마음은 낙엽이요,

잠깐 그대의 뜰에 머무르게 하오.

이제 바람이 일면 나는 또 나그네같이, 외로이

그대를 떠나오리다.

- 김동명(1900~1968), <내 마음>


위 김동명의 시에서는 각종 파동이 등장하고 있다. 물결, 빛, 소리, 바람 등 각종 파동을 총동원하여 우리의 심상을 묘사하고 있다. 거기에다 호수, 촛불, 피리, 낙엽 등의 소재 혹은 물체를 적절히 붙여서 파동이 어디서 어떻게 생겼는지 설명하고, 각종 파동을 우리 마음에 비유하고 있다. 우리 시인들은 참으로 위대한 과학자였다고 생각된다.


한편 파동의 전파 방식을 살펴보면, 우리가 물결에서 관찰하면 알 수 있듯이 파(wave)는 마루(crest)와 골(valley)로 이루어져 있다. 파동은 위아래로 떨면서 움직이는데 이를 진동(振動, oscillation, vibration)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파동은 매질(媒質, medium), 즉 진동을 매개(전달)해주는 물질을 통해 전달된다. 소리의 경우 공기, 물결의 경우 물이 바로 매질이라고 볼 수 있다. 마루(crest)는 파동이 전달되는 상태에서 가장 높은 지점을 의미하며, 골은 가장 낮은 지점을 의미한다. 우리가 골짜기라고 하면, 산과 산 사이에 움푹 패어 들어간 낮은 곳을 말한다. 파고(波高, wave height)는 파의 골에서 마루까지의 높이이다. 즉, 꼭대기부터 바닥, 즉 파의 높낮이 전체를 의미한다. 한편 진폭(amplitude)은 평형점 0(진동의 중심)에서 마루나 골까지의 높이로 보통 파고의 절반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미디어(media)라고 부르는 것은 영어로 매질을 의미하는 medium의 복수형으로 뉴스 등이 전파를 타고 전달된다는 의미이다. 언론 매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편 파장(波長, wavelength)은 마루와 마루 혹은 골과 골 사이의 거리이다. 사이클(cycle)이란 물체의 상태가 어떤 변화를 한 후, 다시 원래와 똑같은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을 의미하는데, 사이클이란 쉽게 말해서 똑같은 모양의 진동이 2번, 3번 계속해서 반복된다고 할 때, 진동이 일어난 처음부터 두 번째 똑같은 진동이 일어나기 전까지의 과정이다. 원이 회전한다고 했을 때 한 바퀴 돌면 한 사이클이 된다.


주기(週期, period)는 도는 기간으로 마루에서 다음 마루가 생길 때까지 1회 진동 시간을 뜻한다. 사이클이 행위의 관점에서 한 바퀴 도는 것을 표현한다면, 주기는 '시간'의 관점으로 한 사이클이 일어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한다. 주파수(周波數, frequency)는 주기를 가지는 현상이 단위시간(1초) 동안 반복되는 횟수를 의미하는데, 진동수라고도 말한다. 주기와 주파수는 역수의 관계를 갖는다. 즉, 주기적으로 변화하는 것이 단위시간인 1초(s) 동안 파동 치는 횟수를 의미한다. 주파수의 단위는 [회/s]인데 이를 ‘헤르츠(Hertz)’라고 부르고 Hz라고 표시한다. 100Hz는 1초 동안 100회 반복되는 것을 의미한다. 앞에서 주파수는 진동이 1초 동안 반복되는 횟수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주기는 얼마일까. 그 앞에서 주기는 한 사이클이 도는 시간이라고 정의하였다. 예를 들어 100Hz의 파동이 1회 진동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얼마일까? 어렵지 않게 주기는 1/100초임을 알 수 있다.


두 개 이상의 파열(wave train)이 한 위치에서 만나면 간섭을 일으켜 순간 진폭이 원래 파들의 순간 진폭의 합인 새로운 파를 만든다. 파의 모양을 열차의 객차에 비유하여 표현한 것이 흥미롭다. 강이나 바다의 유원지에서 모터보트가 지나가면 그 뒤에 물결이 생긴다. 두 개의 모터보트가 지나가면 두 보트가 내는 물결이 서로 간섭을 일으킨다. 보강 간섭(constructive interference)이라고 함은 같은 위상(phase)을 가진 파들이 만나 진폭이 더 커지는 현상을 말하며, 상쇄 간섭(destructive interference)이라고 함은 위상이 서로 다른 파가 만나 파가 약해지거나 완전히 없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아래에 보강 간섭과 상쇄 간섭을 간단하게 보였다.


보강 상쇄 간섭.png 그림 1. (a) 보강 간섭, 위상 일치로 중첩되는 파는 강도가 세어진다. (b) 상쇄 간섭, 위상이 서로 엇갈리면 중첩되는 파는 일부 혹은 전부가 상쇄된다.

우리말은 보강이니 상쇄니 어려운 한자 용어를 쓰고 있지만, 영어에서는 건설하는(construct) 것과 파괴하는(destruct) 것으로 알기 쉽게 표현하고 있다. 원래 파들이 서로 다른 진동수를 가졌다면 파들의 간섭 현상의 결과는 보강 간섭과 상쇄 간섭이 서로 섞여서 일어나게 된다. 소음 제거 기술(noise cancellation technology)은 어느 지역에서 발생하는 소음의 정체를 음파의 파형으로 정밀 분석한 후, 소음의 음파와 상쇄 간섭이 일어나도록 인위적으로 음파를 발생시켜 결과적으로 우리가 느끼는 소음을 제거하거나 현저히 줄이는 기술이다.


빛이 간섭 현상을 보인다는 사실은 1801년 영(Thomas Young, 1773~1829)에 의해 처음으로 증명되었다. 그의 실험 과정과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그림 2와 같이 단일 광원으로부터 나온 단색광을 한 쌍의 슬릿(slit)에 비춘다. 여기서 슬릿은 빛이 통과하는 구멍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즉 빛이 전혀 통과하지 못하는 판(예를 들어 철판) 두 장을 준비하여 서로 평행하게 놓고 단색광과는 수직하게 배치한다. 광원 바로 앞에 놓인 철판에는 미리 구멍 하나를, 두 번째 놓인 철판에는 미리 두 개의 구멍을 뚫어 놓는다. 두 슬릿 뒤에 스크린을 설치하고 화면을 관찰하면, 스크린에는 그림 2의 오른쪽에 보이듯이 균일한 밝기를 띠지 못하고 밝고 어두운 선이 번갈아 나타난다. 두 번째 슬릿의 서로 다른 구멍을 통과한 빛의 경로 차가 그 빛의 파장(λ)의 절반의 홀수 배(λ/2, 3λ/2, 5λ/2, … )가 되는 스크린 위의 지점에서는 상쇄간섭이 일어나 어두운 선이 생기게 된다. 경로 차가 파장의 정수배(0, λ, 2λ, … )가 되는 지점에서는 보강간섭이 일어나 밝은 선이 생긴다. 중간 지점에서는 부분적인 간섭이 일어나기 때문에 스크린 위에 어둡고 밝은 선들 사이에서 빛의 세기가 점진적으로 변하는 무늬가 나타난다. 이를 빛의 회절(diffraction) 현상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아는 물체 혹은 입자는 이러한 현상을 일으키지 않는다. 만약 빛이 고전적인 입자들의 흐름으로 되어 있다면 두 개의 슬릿 뒤에 있는 스크린 전체가 어두울 것이다. 그러므로 Young의 실험 결과는 빛이 파동으로 이루어졌다는 증거이다. 간섭과 회절은 파동만이 갖는 독특한 성질이다.

Young의 이중 슬릿.png 그림 2. Young의 이중 슬릿 실험

과학자들은 빛이 파동이라는 사실을 그전에 알았다. 뉴턴(Issac Newton, 1642~1727)의 연구도 만유인력으로 대표되는 역학(mechanics) 분야보다 광학(optics) 분야에서 먼저 이루어졌다. 케임브리지대학에서의 최초의 강의도 광학에 관한 것이었다. 광학에 대해서는 이미 고향 시절부터 스스로 수집하고 정비한 실험기구를 이용해 빛의 분산 현상을 관찰하였으며, 특히 굴절률과 분산의 관계에 대하여 세밀히 연구하였다. 소년 시절부터 렌즈 연마에 관심이 많았던 뉴턴은 천체 망원경도 제작하였다. 볼록렌즈에서 굴절되는 광선은 스펙트럼을 만들지만, 오목거울에서 반사되는 광선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에 기초하여 망원경에서 반사 광선을 이용하는 게 효율 면에서 한층 뛰어나다는 사실을 알아내었다. 그는 이런 연구를 바탕으로 볼록렌즈 대신 오목거울을 사용하여 천체 망원경을 만들어 국왕에게 기증하였고, 국왕은 그를 왕립학회의 회원으로 추천하였다.

뉴턴은 무지개 스펙트럼의 단색을 ‘빨주노초파남보’라고 일곱(7) 가지로 처음으로 분류하여 이름을 붙였다. 이 점에 대해서는 무지개를 다룰 때 상세히 언급할 예정이다. 그는 ‘빛과 빛깔의 색 이론’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백색광이 일곱 가지 색의 복합이라는 사실과 단색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논하였다. 그리고 그는 우리가 생리적으로 눈으로 느끼는 색과 실제 빛의 물리적인 색이 다를 수 있음을 언급하였고, 색과 굴절률과의 관련 등을 논하였다. 그는 박막의 간섭 현상인 ‘뉴턴의 원 무늬’를 발견하였으며, ‘광학’이란 책을 저술하였다. 빛의 성질에 관한 그의 연구는 광학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였다.

Young의 이중 슬릿.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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