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3. 속력과 속도를 생각한다

음속과 광속

by 포레스트 강

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 없는 이 발길

- 백년설(1914~1980) 노래, <나그네 설움> 중에서


1940년에 발표된 이 가요는 나이 든 사람의 귀에 익은 대표적인 대중가요다. 한 세기 전만 해도 우리 조상들은 발품을 팔아가며 장소를 이동해야 했다. 더운 여름에는 달이 밝으면 밤중에 걸어서 다녔다. 영남이나 호남 지역에서 서울까지 오려면 부지런히 와야 일주일은 족히 걸렸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은

십 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 경기민요, <아리랑>


위는 우리 서민들에게 구전되어 오다가 한 세기 전쯤에 가사가 채집되었다고 알려진 대표적인 경기민요 아리랑이다. 대표적인 이동 수단이 도보였던 그 옛날에는 튼튼한 다리 즉 건각(健脚)은 개인의 대단한 자산이었다. 며칠에 걸쳐서 천 리 길을 가야 하는데 출발하고 얼마 되지 않아 도중에 발병이 나서 십 리밖에 못 가고 주저앉는다면 큰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자동차나 전철에 익숙한 요즈음은 사람들이 운동 부족이어서 ‘만보기’란 소프트웨어를 휴대전화에 깔고 하루에 걸은 걸음 수를 재는 경우가 있다. 하루에 만 걸음을 걸었을 때, 보폭을 40cm(0.4m)라고 보면 0.4m x 10,000 = 4,000m = 4km가 되는데 옛날 기준으로 보아 십 리를 걸은 셈이다.

우리는 관습적으로 각종 이동 기록을 속력으로 표시하지 않고 지정된 거리를 얼마의 시간을 걸려 목적지에 도착했느냐로 표시한다. 발이 튼튼하여 하루에 8시간 동안 100리(40km)를 걸었다면, 걷는 속력을 대충 계산하면 40km x 1,000m/km / (8h x 3600s/h) = 1.4m/s로 대략 1초에 1.4m씩 발걸음을 옮긴 셈이다. 육상이나 수영에서 주어진 거리를 주파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을 공인기록이라고 이야기한다. 마라톤의 기록에서도 소요된 시간을 언급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로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를 꼽는데 현재 100m 달리기 세계 공인기록은 그가 2009년에 세운 9초 58이다. 대략 10초라고 보면 그의 달리기 속력은 10m/s 정도인 셈이다. 박태환이 세운 400m 자유형 수영 기록은 3분 41초 53인데 대략 속력을 계산해 보면 1.8m/s이다. 42,195m를 뛰는 마라톤 경기에서 인간이 아직 2시간의 벽을 깨지는 못했는데, 대충 속력을 계산해 보면 5.8m/s 정도 된다. 옛날에는 부산에서 서울까지 가는데 며칠이 걸렸느냐로 따지고 요즘은 기차로 몇 시간, 자동차로 몇 시간, 비행기로 몇 시간이 소요됐느냐로 빠르기를 평가한다. 비행기로 우리나라에서 뉴욕까지 가는 데 몇 시간, 돌아오는 데 몇 시간이 걸린다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자동차를 몰고 시속 100km의 속력으로 고속도로를 질주하면 이때 평균 속력은 27.8m/s이다. 비행기를 타고 외국에 갈 때 비행기 속력이 시속 1,000km라면 대략 278m/s로 초당 278m를 미끄러지는 셈이다.

이렇듯 일상생활에서는 일정 거리를 통과하는 데 소요된 시간을 말들 하지만, 이를 단위시간에 이동한 거리, 즉 시속 혹은 초속으로 환산하여 비교하는 게 훨씬 합리적일 수 있다. 속력 이동 거리를 소요 시간으로 나눈 값인데 이는 평균의 개념이 있는 수치이다. 수학적으로 속도는 아주 미소한 시간 동안에 이동한 거리의 비율을 말한다. 속도는 미분학의 개념이 들어간 조금은 과학적인 용어이다. 어떤 물체가 이동할 때 순간적인 속도는 수시로 변할 수 있지만, 전체 거리를 통과한 속력은 이동이 끝나야 알 수 있다.

'속력'은 영어로 speed, '속도'는 영어로 velocity일진대, 우리 일상생활에서는 '속력' 대신 '속도'란 말을 주로 쓰는 것 같다. 자동차를 운전하다 시내 곳곳에 주행 '속도'의 법정 상한선이 아주 낮게 책정되다 보니, 심심찮게 '속도' 위반 티켓이 집으로 날아온다. 영어로는 speed ticket이라고 불리는데 우리는 '속도' 위반 통지서 혹은 스티커라고 한다. 도로 옆의 표지판에 '제한속도'라고 쓰여 있는 것 같은데 영어로는 'speed limit'이다. 제한속도가 조금 더 높은 고속도로나 차량 전용 도로에 진입하면 차량의 과속 판단에 '속도'와 '속력'의 개념 모두를 사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일반적인 과속 단속 카메라는 그 지점을 통과하는 차량의 '속도'를 측정하지만, 구간 과속 단속 카메라는 수 km 구간에서의 '속력'을 측정하는 것 같다. 구간 단속 카메라는 그 구간의 '속력'뿐만 아니라 시작 지점과 종료 지점의 '속도'도 측정할 수 있으므로, 세 가지 중에서 하나만 초과해도 위반스티커를 발부할 수 있으니, 구간단속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는 도로를 운전할 때 주의하여야 한다.

윤석중의 동요 ‘퐁당퐁당’에서는 소년이 던진 돌의 에너지가 물결에 전달되는 과정을 시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돌은 일반적으로 물체(body)의 하나이다. 물체가 아주 작으면 입자(particle)라고 부른다. 우리 인간은 자신뿐만 아니라 물체(입자)의 위치 이동에 관심이 많다. 시간에 따른 물체의 위치 변화량이 속도 혹은 속력이다. 물결과 같은 파동에서 이 개념은 어떻게 되나 살펴보기로 한다.

2 절 '퐁당퐁당, 돌과 물결'에서 파 하나의 길이를 파장이라고 하였다. 또 1초에 진동하는 파동의 개수를 주파수라고 했다. 파동이 전파되는 속도는 파장 곱하기 주파수가 될 것이다. 즉 파장을 λ[람다], 주파수를 υ[누]라고 표시하면, 파동이 전파되는 속도는 v = λυ가 된다. 단위로 보면 파장은 m, 주파수는 /s이므로 속도는 m/s가 된다. 이렇게 하여 파동이 움직이는 속도를 물체(입자)가 움직이는 속도와 같이 정의할 수 있다. 입자든 파동이든 속도 혹은 속력이라고 함은 단위시간에 이동하는 거리를 말한다. 주파수와 파장은 반비례 관계로서 전달 속력이 일정할 때 파장이 증가한다는 것은 주파수가 감소한다는 의미가 된다. 파장이 길다(장파)는 의미는 주파수가 낮다는 뜻이며, 파장이 짧다(단파)는 것은 주파수가 높다는 뜻이다.

인간의 지능은 눈에 보이는 것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 확대함으로써 발전하게 된다. 파동에 관한 연구도 결국 눈에 보이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눈에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파동이 바로 물결파이다. 물속에 돌을 던지면 파동이 일게 된다. 이로부터 우리는 파동의 파장과 주파수를 정의하고 파동의 전달 속도를 표시할 수 있다. 파동을 더욱 연구해 보면 종파와 횡파로 나눌 수 있다. 매질의 진동 방향과 파동의 진행 방향이 수직이면 횡파(transverse wave)라고 하고, 두 방향이 같으면 종파(longitudinal wave)라고 부른다. 우리가 흔히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파동 형태의 그래프는 횡파이다. 엄밀히 말해서 물결 파는 종파와 횡파의 성질을 모두 가지고 있지만, 이해를 위해 횡파라고 상정한다. 일반적으로 공기 중에서 소리를 전달하는 음파는 종파이다. 그러나 음파도 응집체(condensed matter)를 통과할 때는 종파와 횡파의 성질을 모두 가지고 있다. 지진파는 보통 P파(Primary wave)와 S파(Secondary wave)로 나누어지는데, 전자는 전파속도가 5~8km/s인 종파이며, 후자는 전파속도가 3~4km/s인 횡파이다.

우리가 빠르다고 인식하고 있는 속력으로 음속과 광속이 있다. 음속은 소리의 전달 속력으로 상온의 공기 중에서 340m/s이고 광속은 빛의 전파속도로 3x(10의 8승) m/s이다. 각각을 시속으로 나타내면 음속은 1,224km/h이고 광속은 1,080,000,000km/h로써 둘은 비교할 수 없는 차이를 보인다. 이 둘의 차이는 비 오는 날에 보게 되는 벼락과 천둥의 소리로 실감할 수 있다. 갑자기 벼락 치는 불빛이 보이고 나서 한참 뒤에야 우리는 귀로 천둥소리를 듣게 된다. 만약에 자기 귀로 천둥소리를 들었다면 그 원인이 되는 벼락을 자신은 피했다고 볼 수 있다.

KTX나 SRT를 타면서 느끼는 고속철도의 최고 속력은 대략 300km/h이고 비행기의 비행 속력은 대략 1,000km/h이다. 안전장치만 충분하다면 이 정도의 속력을 우리 몸이 충분히 감당하면서 공간 이동을 할 수 있다. 음속을 돌파하여 더 빠르게 공간을 이동하려는 인류의 노력이 있었다. 음속과 같은 속력을 우리는 마하 1이라고 부른다. 마하 10은 음속보다 열 배 빠른 속력을 의미한다. 이 분야에서 선구적인 연구를 경주한 오스트리아의 과학자 마하(Ernst Mach, 1838~1916)의 이름을 따서 부르고 있다. 우주선이 중력에 대항하여 내는 로켓의 속력이 이 정도이고 초음속여객기인 콩코드가 실제로 제작되고 운항(運航)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우리 몸이 이 정도의 속도는 충분히 견디면서 공간을 이동할 수 있다. 인류가 만든 비행체의 연료 혹은 엔진 성능의 한계를 우리는 알고 있다. 그래서 달이나 가까운 행성인 화성에 우주선으로 가는데 수개월 혹은 수년이 걸린다.

태양에서 출발한 빛이 지구에 도달하는 데 약 8분이 걸린다고 한다. 빛이 1년에 걸쳐 온 거리를 우리는 광년(光年)이라고 표현하는데 약 10조 km 정도 된다. 어찌 보면 광년이란 시간의 단위 같지만 실은 거리의 단위이다. 우리가 우주의 다른 지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지금의 연료나 비행체를 사용해서는 불가능하다. 방송이나 영화에서 순간이동이라는 이름으로 몸을 돌린다든지 팔짝 뛰는 동작으로 화면에서 사라지는 효과를 연출하고 있다. 과학적 픽션(Sci-Fi) 영화에서는 웜홀(worm hole)이라는 이름의 통로를 통해서 순간이동이 가능하다고 묘사하고 있다. 우리 신체가 이런 순간이동에 온전히 보존되리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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