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키 크기 수준의 길이를 서양에서는 피트(feet) 혹은 미터(m), 동양에서는 척(尺)이라는 단위로 표시하였다. 좀 더 큰 길이 즉 거리에 대해서는 마일, 킬로미터, 리(里) 등을 써 왔지만, 태양이나 별까지의 거리를 생각할 때는 아주 큰 숫자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물건의 개수를 셀 때 수백까지는 쉽게 셀 수 있다. 아주 큰 숫자는 직접 다 셀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의 크기인지는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이렇게 큰 수를 표시하기 위하여 지수가 고안되었다. 예를 들어 십만 미터라고 하면 100,000m라고 표시할 수 있지만, 10의 5승 m이라고 표시한다. 여기서 승(乘)은 한자어이고, 우리말로는 곱이라고 한다. 흔히는 자승(自乘), 혹은 제곱이라고 표현한다. 숫자를 표시할 때, 0의 개수 혹은 자릿수의 숫자를 지수에 표시하면 된다. 본 한글 소프트웨어에서는 지수를 표시할 수 없어 그냥 ‘10의 몇 승’이라고 쓰고 있다. 또한 사람들은 현미경의 발달로 미시세계를 확대해 볼 수 있게 되면서 미시세계에서 크기의 표시 방법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그것은 몇 분의 1m라고 표현이 될 수 있는데, 지수에 마이너스 얼마라는 표현을 쓴다. 예를 들어 천분의 1은 1/1,000이라고 써도 되고 10의 -3승으로 나타낼 수 있다.
과학과 공학의 세계에서는 중요한 지수를 문자로 표시하는데, 이를 일상생활에서도 널리 쓰고 있다. 큰 수로는 10의 지수가 3, 6, 9, 12, 15일 때 각각 문자로 k(kilo), M(Mega), G(Giga), T(Tera), P(Peta)로 영어 알파벳 대문자로 표시한다. 한편 작은 수에서는 지수가 -3, -6, -9, -12, -15일 때 문자로 각각 m(milli), μ(micro), n(nano), p(pico), f(femto)라고 영어 알파벳 소문자로 표시한다.
우리는 큰 숫자를 셀 때나 큰 금액을 표시할 때, 만(萬), 억(億), 조(兆), 경(京), 해(垓) 등으로 만 배씩 즉 10의 4승 배씩 증가한다. 한편 서양에서, 예를 들어 영어권에서는 천 배씩 즉 10의 3승 배씩 늘어난다. 즉 thousand(10의 3승), million(10의 6승), billion(10의 9승), trillion(10의 12승) 하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필자의 경험으로는 1억 원을 영어로 말할 때 one hundred million Won이라고 해야 하는데, 한참 머리를 굴려 계산하고 자릿수를 세고 번역을 하여야 한다.
우리에게는 익숙한 삼천리(三千里)라는 말이 있다. 삼천리는 함경북도 북단에서 제주도 남단까지의 거리가 삼천리라 하여, 우리나라 국토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는 설이 있다. 1리(里)는 약 0.4km니까 삼천리는 대략 1,200km이다. 최남선(1890~1957)에 따르면 전라남도 해남에서 서울까지의 거리가 1천 리, 서울에서 함경북도 온성까지의 거리가 2천 리, 도합 3 천리라고 한다. 필자가 어렸을 때 할아버지에게서 들은 말에 따르면, 서울에서 남쪽으로 경상도 혹은 전라도까지의 거리 1천 리, 서울에서 북쪽으로 평안도 의주까지 1천 리, 또 함경도 길주까지 1천 리, 모두 합쳐서 삼천리라고 한다. 혹자는 삼천리는 우리나라의 최북단 두만강에서 제주도까지 이루는 길이와 동서의 폭을 수학적으로 계산하여 나온 합의 숫자라고 풀이한다. 즉, 두만강과 제주도의 최장 길이 840km에 동서의 폭 최대 길이 360km를 합쳐서 리로 계산한 것이라고 한다. 840km를 리로 계산하면 2,100리에 해당하며 360km는 900리에 해당하는 길이이다. 이 길이와 너비, 즉 한반도의 가로, 세로의 길이를 합하면 결국 3,000리(삼천리)라는 답이 나온다. 보통 삼천리 뒤에 금수강산이란 말이 붙는다. 금수강산(錦繡江山)은 비단에 수를 놓은 것처럼 아름다운 강과 산이라는 뜻으로, 우리나라의 산천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우리나라 애국가 후렴에 이 같은 표현이 나온다.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 애국가 후렴
우리 보통 사람들은 삼천리보다 큰 단위는 생각지도 못하다가, 서양 문물이 들어오면서 더 큰 숫자에 눈을 뜨게 되었다. 지구의 지름(약 12,800km), 달까지의 거리(약 38만 km), 태양까지의 거리(약 1억 5천만 km) 등이 그 예이다. 그러다가 우리의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달하면서 일상생활에서도 큰 수를 지칭하는 문자들이 쓰이게 되었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1980년대에 반도체 메모리 칩인 DRAM(dynamic random access memory)을 우리가 개발하고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256K, 1M 등의 표현이 언론에서 언급되기 시작하였다. 그 뒤 4M, 16M, 64M, 256M 등이 나왔다. 1M DRAM은 약 백만 개의 트랜지스터가 들어있는 반도체 칩이다. 반도체 기술의 미세화와 더불어 트랜지스터의 크기가 비약적으로 줄어들고, 1개 칩 안에 들어있는 트랜지스터의 숫자는 비약적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보통 큰 숫자는 M, G, T, P 등과 같이 영어 대문자로 표기하는데 1천(1,000)을 의미하는 킬로(k)는 km, kg 등과 같이 소문자로 표기한다. 아마 사람들 생각에 1천(1,000) 정도의 숫자는 만만해 보인다는 뜻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한편 개인용 컴퓨터(personal computer)의 출현으로 초기에는 간단한 메모리가 채용되었지만, PC의 다양화 및 보급 확대로 인하여 컴퓨터에 쓰이는 저장 용량의 요구량이 획기적으로 증가하였다. 영구적인 저장 매체로는 단가 대비 용량이 큰 자성(magnetism)을 이용한 부품이 주로 사용된다. 우리가 말하는 HD(hard disc), 외장 하드 등이 그런 것들이다. 저장 용량을 표기하는 용어로 M(메가) 시대는 꽤 오래전이고 보통 G(기가)를 쓰고 지금은 T(테라) 정도는 쓴다. 한편 무선통신의 발달과 함께 휴대전화가 급격하게 많이 보급되면서, 통신회사들의 기술개발도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여기서는 데이터의 전송속도와 전송 가능한 데이터의 양이 중요한 모양인데, 통신 분야에서는 기술의 발달을 세대(Generation)로 구분하고 있다. 세대별로 자세한 기술 사양에 대해서는 필자를 비롯한 일반인들은 잘 모르고 있지만, 지금은 4G를 넘어서 5G이다. 이렇게 통신 분야에서 세대를 의미하는 G를 쓰고 있어서인지, G를 기가란 의미로 쓰는 것은 지양하는 분위기가 있다.
다음에는 미시세계를 살펴보자. 작은 숫자를 문자로 표기할 때 보통 영어 소문자로 쓴다. 관습적으로 미크론이란 말을 써 왔기 때문인지 10의 -6승을 표기할 때는 그리스 문자 μ을 쓴다. 한편 일상 용어로 센티(centi)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이는 백(100) 분의 1이라는 말이다. 1cm(centimeter)는 0.01m이고 10mm(millimeter)이다. 주사액 등 액체의 용량으로 cc를 많이 쓰고 있는데, cc는 cubic centimeter의 준말로서, 모서리가 1cm인 정육면체의 부피(체적)를 의미한다. 보통 성인의 엄지손가락 손톱의 폭과 길이가 1cm x 1cm 정도 되는데, 여기에 1cm 깊이를 곱한 정도의 부피라고 기억하면 된다. 또 일상생활에서 1,000cc는 1 liter(리터)인데, 1 리터의 부피는 대략 엄지손톱 밑을 베어 낸 부분의 천배의 부피라고 생각하면 감이 올 것이다. 큰 콜라나 사이다 페트병의 용량은 대략 1.5 리터이다.
1mm(밀리미터)는 보통 자(ruler)의 최소 눈금으로 우리 맨눈으로 식별할 수 있는 간격이다. 이보다 더 천(1,000) 분의 1로 줄인 길이가 1μm이다. 보통 μm을 미크론이라고 부르지만, 마이크로미터가 바른 표현이다. 이는 우리 육안으로는 식별이 안 되고 보통 광학현미경으로 확대하면 식별할 수 있다. 광학현미경으로 생물의 세포를 볼 수 있고 금속이나 광물의 미세조직을 관찰할 수 있게 됨으로써 우리 인류는 미시세계를 이해하게 되었다. 육안보다 더욱 자세하게 물체를 관찰하려는 노력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광학 렌즈의 발명으로 물체를 확대해 보게 되면서 물체는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없는 조직(structure)으로 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확대경으로 우리의 손등을 들여다보면 살결과 땀구멍 등이 신기하게 보이듯이, 광물이나 금속을 확대해 보면 광물 혹은 금속의 특징을 새롭게 파악하게 된다.
우리가 맨눈으로 식별할 수 있는 물체의 크기는 얼마나 될까. 작은 곤충의 크기가 1~10mm이다. 우리 머리카락의 굵기는 대략 0.05~0.1mm이다. 이렇게 작은 수준의 길이를 표시하기 위해서는 밀리미터보다 마이크로미터(μm)로 표시하는 것이 편리하다. 1mm는 1,000μm이므로 머리카락의 굵기는 50~100μm라고 표시된다. 우리 머리카락은 길이가 수 cm 정도로 길어서 우리 눈으로 쉽게 식별되지만, 지름이 50μm인 둥근 먼지는 맨눈으로 식별이 어렵다. 이것을 가능하게 해 준 것이 광학현미경이다. 현미경의 발명으로 우리는 마이크로미터의 세계를 볼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생물 분야에서 경이로운 발견이 있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세포(cell)이다. 적혈구 세포의 크기가 100μm 정도이고, 박테리아의 크기는 1~10μm이다. 이것은 새로운 세계의 발견이었다. 렌즈의 발명으로 먼 우주를 가깝게 볼 수 있게 됨과 동시에 미시세계도 확대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여 미세한 영역을 의미하는 마이크로(micro)라는 접두어가 생겨났다. 우리는 영어사전에서 micro로 시작되는 단어를 꽤 많이 찾을 수 있다. 예를 들면 현미경은 microscope, 미생물학은 microbiology이다. 미세한 영역을 지칭할 때는 접두어 micro를 붙이고 이에 반대되는 개념에는 접두어 매크로(macro)를 붙인다. 경제학에서 microeconomics를 미시경제학, macroeconomics를 거시경제학이라고 부른다. 영어 단어 microwave나 microgravity에서 micro는 단순히 미세하다 혹은 작다는 의미이다. 미세한 전자회로를 만드는 반도체 기술을 microelectronics라고 부르는데, 지금은 나노미터 크기로 회로가 더 미세해져서 잘 쓰지 않는 말이 되었다. 게이츠(Bill Gates, 1955~ )는 자기가 창업한 회사의 이름을 소프트웨어(software)와 마이크로(micro)의 합성어인 Microsoft라고 하였다.
1933년 독일의 루스카(Ernst Ruska, 1906~1988)는 진공 속에서 자기장 렌즈로 집속(集束)한 고속의 전자들을 얇은 고체 시료에 충돌시켜 사진 건판에 확대된 상을 만드는 투과전자현미경(transmission electron microscope)을 발명하였다. 전자들은 가시광선보다 훨씬 짧은 0.004nm 정도의 파장을 갖는데, 이것을 사용하는 전자현미경의 분해능은 대략 0.1nm이고 10만 배 이상의 배율을 얻을 수 있다. 전자현미경을 설명하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나노미터(nm)란 단위와 만나게 되었다. 1μm는 1,000nm이다. 거꾸로 따져보면 1nm는 천분의 1μm, 백만분의 1mm, 10억 분의 1m이다. 원자의 크기를 나타내는 단위인 1 옹스트롱(Angstrom)은 10분의 1nm이다. 원자핵의 크기는 대략 10의 –15승 m, 혹은 수 펨토 미터이다.
카메라에 정통한 사람은 조리개(shutter)를 여닫는 시간을 중요시한다. 우리는 의성어로 카메라 셔터 여닫는 소리를 ‘찰깍’이라고 묘사하고 있다. 셔터 스피드(shutter speed)는 셔터가 작동하는 시간의 길이, 즉 셔터가 열려 있는 시간의 길이를 말한다. 영화 애호가나 전자회로를 다루는 사람들은 synchronization이라는 말을 쓴다. 사전에서 synchronization을 찾으면 ‘동시에 하기’, ‘시계를 맞추기’, ‘영화의 화면과 음향의 일치’, ‘동기화(同期化)’ 등으로 설명하고 있다. ‘같다’라는 뜻의 syn과 ‘시간’이라는 뜻의 chron의 합성어이다. 수영장에서 여러 명이 하는 무용을 synchronized swim이라고 한다. 여러 명의 수중 무용 참가자들이 마치 한 사람이 연기하듯 동시에 같은 몸놀림을 해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전자회로에서 어떤 행위(action) 후 몇 초 뒤에 다른 action이 일어나도록 설계하는 일이 많다. 이 시간 차이가 짧은 게 좋을 때가 많이 있는데, 이 짧은 시간을 표시할 때 pico second(피코 초) 혹은 femto second(펨토 초)란 단위를 쓴다. 참고로 펨토보다 천분의 1만큼 작은 수인 10의 -18승을 아토(atto)라고 부르고 약어로 a라고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