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숫자를 말할 때 꼭 뒤에 단위를 붙여야 한다. 누가 1m라고 하면 길이를 얘기하고 있구나, 1kg이라고 하면 어떤 물체의 무게를 말하는구나, 1초라고 하면 아주 짧은 시간을 의미하나 본데 하고 얼른 알아차린다. 국가의 경제 질서를 잡기 위해서는 어떤 기준이 있어야 한다. 예로부터 국가에서 이 기준을 정하였는데 이를 도량형(度量衡)이라고 한다. 자(길이), 되(부피), 저울(무게)에 관하여 법으로 정의하고, 시장에서 속임수가 있는지 단속하였다. 국가에서는 법으로 원기(原器)를 정하였다. 원기로 정한 물체도 환경에 따라 그 길이나 무게가 바뀔 수 있으므로, 오늘날에는 다른 물리학적 지식을 이용하여 도량형을 정의하고 있다.
과학자들도 물리적인 양을 얘기할 때 꼭 단위를 생각한다. 역학이나 물체의 운동을 논의할 때, 거리, 중량, 시간에 관한 정보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이것들은 기본 단위라고 볼 수 있다. 넓이는 길이를 두 번 곱한 것이고, 부피는 길이를 세 번 곱한 것이다. 단위가 같아야 그 양들을 서로 더하거나 뺄 수 있다. 옛날에는 물리 교과서에서 길이는 cm, 무게는 g, 시간은 s, 줄여서 cgs 단위를 사용하였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서는 국제적인 규격으로 m, kg, s가 기본적인 단위가 되었다. 이를 줄여서 MKS 단위 체계라고 한다. 이 말은 꼭 영어 대문자로 표시하고, 세계적인 재료 물성 측정기 제조회사 이름에도 사용되고 있다. 길이 혹은 거리는 1차원인데, 숫자 뒤에 m를 붙인다. 2차원에서는 넓이라고 하는데 꼭 m의 제곱, 3차원에서 부피는 m의 세제곱으로 표시된다.
다른 물리적인 양끼리의 조합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속도(속력)는 시간당 거리의 변화인데 m/s로 표시된다. 물체의 가속도는 시간당 속도의 변화량으로 m/(s의 제곱)으로 표시된다. 힘은, 뉴턴의 운동에 관한 제2 법칙 F = ma에 의해 질량에 가속도를 곱하면 된다. 따라서 힘의 단위는 kg·m/(s의 제곱)가 된다. 조금 길다. 관계되는 국제 학회(협회)에서 어느 순간에 관련 있는 유명한 과학자 이름을 붙이기로 하여 힘(force)의 단위는 고전물리학의 아버지 뉴턴(Isaac Newton, 1643-1727)의 이름을 따라 N(뉴턴)이 되었다. 즉 1N이란 1kg의 물체에 1m/(s의 제곱)의 가속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힘의 양이다. 지구상에 있는 물체는 중력의 영향을 받고 있다. 중력은 F = mg라고 표시할 수 있으며, g를 중력가속도라고 부르며, g = 9.8 m/(s의 제곱)이다. 1 kg의 물체가 지구상에서 중력의 영향으로 9.8 kg·m/(s의 제곱), 즉 9.8N의 힘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옛날식 표현으로는 1 kg 중(重)이라고 했다.
지구 위에 있는 모든 물질은 공기가 누르는 힘을 받고 있다. 이 힘을 단위면적으로 나눈 값을 대기압(atmospheric pressure)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압력은 단위면적 당에 작용하는 힘인데 그 단위는 N/(m의 제곱)이다. 이 압력의 단위를 요즈음에는 간단하게 프랑스의 과학자 파스칼(Blaise Pascal, 1623~1662)의 이름을 붙여 Pa라고 표시한다. 옛날에 기상예보를 들으면, 예를 들어 중심기압이 1050 밀리바라는 말이 나온다. 어럽쇼. 밀리는 1/1000이라는 뜻인데 1050 밀리바면 1.05 바(bar)라는 얘기네. 고기압과 저기압의 중심기압의 차이가 1,000 밀리바에서 그리 크지 않으므로 기상도에서 그 크기를 쉽게 나타내기 위하여 바를 쓰지 않고 굳이 밀리바를 쓴 것이라고 생각된다. 1970년대 국제협회에서는 밀리바란 용어 대신 대기압의 단위로 헥토파스칼(hPa)을 쓰기로 결정했는데, 우리는 관습적으로 기상예보에서 그냥 밀리바를 쓰다가 1990년 대에 국제적인 규정을 따르기로 했다고 한다. 헥토(h)는 10의 5승을 의미한다. 10의 6승인 M(메가)보다 작은 센티(c), 킬로(k), 헥토(h)는 지수가 양(+)이어도 모두 소문자로 표기하나 보다.
한편 물리적인 일(work)은 [힘 x 거리]라고 정의되는데, 어떤 물체를 1N(뉴턴)의 힘을 들여 1m를 움직였다면, 이때 수행한 일의 양을 1J(줄)이라고 한다. 즉 [J] = [N·m] = [kg·(m의 제곱)(s의 -2승)]. 일의 단위 [J]은 프랑스의 과학자 줄(James Joule, 1818~1889)의 이름에서 따온 단위이다. 한편 열역학 제1 법칙에 의하면 열과 일과 에너지가 등식으로 연결되어 있고 열에서 일을 뺀 것이 (내부)에너지라고 되어 있으므로 이 셋은 모두 같은 단위를 갖고 있다. 실험을 통하여 열과 일, 에너지의 등가성을 정량화한 사람이 줄이다. 일과 에너지의 단위는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하여 그의 이름의 머리글자인 [J]을 사용하고 있다.
그전에는 열량의 단위로 calorie를 썼는데, 기호로 cal을 사용한다. 1 cal은 1 기압 아래에서 순수한 물 1g의 온도를 1℃만큼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으로 정의된다. 1kg의 물의 온도를 1℃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은 대문자 C를 써서 Cal 혹은 킬로칼로리(kcal)라고 나타낸다. 식품이나 다이어트 등 영양학 분야에서는 아직도 열량의 단위로 cal를 쓰고 있지만, 학술적으로는 꼭 J을 쓴다. 1845년에 1cal = 4.2J을 실험적으로 밝혀내고 그 결과를 출간한 이가 바로 과학자 줄이다.
일 또는 에너지의 양을 시간으로 나눈 값을 power라고 한다. Power는 일반적으로는 권력이나 힘을 뜻하는데, 자연과학이나 공학 분야에서는 단위 시간에 수행하는 일의 양을 의미한다. 영어로 power를 우리말로는 동력, 일률, 출력 등으로 번역하고 있다. 간단히 말과 식으로 설명하면, 출력 = 일/시간 = 힘 ×거리/시간 = 힘 ×속도가 되고, 출력의 단위는 보통 W(와트)를 쓰는데, MKS 단위로 나타내면 kg·(m의 제곱)(s의 -3승)이다.
마력은 주로 엔진, 터빈, 전동기 따위에서 일률 혹은 출력을 나타내는 데 사용한다. 마력(馬力)이라는 말은 짐마차를 끄는 말이 단위 시간(1분)에 하는 일을 실측하여 1마력으로 삼은 데서 유래한다. 마력으로는 영국 마력(hp, horse power)과 독일이나 프랑스에서 쓰는 미터 마력이 있다. 영국에서 길이는 피트(ft), 무게는 파운드(lb)로 나타내니까, 1 영국 마력은 매초 550 ft·lb, 즉 매분 33,000 ft·lb의 일에 해당한다. 마력이란 단위는 와트(James Watt, 1736~1819)가 증기기관의 성능을 재기 위해 도입했다. 당시에 짐마차용 말을 사용해서 시험한 결과를 채택했다고 하는데, 그 당시 보통 말이 할 수 있는 일의 양보다 50% 정도 많았다고 한다. 현재 개량된 우수한 말은 4마력 정도의 능력이 있다고 한다.
한편 미터법을 사용하는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길이는 미터(m), 무게는 킬로그램(kg) 단위를 적용해 프랑스 마력 혹은 독일 마력(ps, pferdestärke)이라는 단위가 나왔다. 이를 미터 마력이라고 부른다. 1 미터 마력은 말이 1초(s) 동안에 75kg의 물체를 1m 이동하는 일을 수행할 때 소요되는 동력(출력)을 말한다. 매초 75 kg·m의 일은 매분 4,500 kg·m의 일에 해당한다. 75 kg·m/s x 60s/min = 4,500 kg·m/min. 좀 더 셈을 하면 영국 마력과 미터 마력의 관계는 1 미터 마력 = 0.9858 영국 마력이 된다.
엔진의 성능을 마력으로 나타내는 것은 옛날식 표현이다. 요즈음은 엔진의 성능을 표시할 때 W(와트)를 쓴다. 1ps = 75 kgf·m/s = 75 × 9.8 N·m/s = 약 735.5W가 된다.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마력보다는 W(와트)라는 단위가 더 익숙하다. 필자가 10년 이상 타고 있는 배기량 2,000cc인 6기 통 휘발유 차량의 설명서를 보면 자동차의 최대 출력이 141ps라고 나온다. 엔진의 분당 회전수(revolutions per minute)는 6,200 rpm이다. 이 설명서에 따르면, 자동차 엔진의 최대 출력이 141마력이라는 얘기인데, 요즘 말은 힘이 좋아 옛날 말의 4배라고 하면, 대략 35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를 몰고 다니는 셈이다.
전기가 우리 생활이나, 과학, 공학에서 일반화되면서 관련되는 단위가 생겨 나왔다. 전기량은 콜롱(C), 전류는 암페어(A), 전압은 볼트(V), 저항은 옴(Ω)을 단위로 쓴다. 전기학에서도 에너지의 단위는 줄(J)로 나타나나 편의상 eV란 단위도 쓴다. 전기학에서 출력 혹은 전력량 단위로 W(와트)를 쓴다. 전기장의 세기는 V/m이다. 자기장 세기는 SI(국제표준) 단위로 테슬라(T)이다. 1T(tesla)는 기존에 쓰던 단위인 gauss의 만(10,000) 배다. 약간의 물리와 수학적 관계식을 이용하면 1T는 전하의 이동도(mobility) 단위의 역수로 Vs/m2이라고 쓸 수 있다.
전기공학에서는 power를 전력으로, 에너지(일)를 전력량이라고 말한다. 일 또는 에너지의 양을 시간으로 나눈 값이 전력이니까, 단위로 보면 [W] = [J/s]이다. 결국, 일의 양은 [J] = [Ws]라고 표시할 수 있다. 매월 집에 전달되는 전기요금 고지서를 찾아보면, 그달 쓴 전기량을 kWh(킬로와트시)로 표시하고 kWh 당 몇 원인 요율을 적용하여 그달의 전기요금이 나온다. 초 단위는 너무 짧은 시간이라 시간(hour) 단위로 사용한 전기량으로 표시하고, 1시간(h)은 60분/시간 x 60초/분 = 3,600초(s)이고, 1kW는 1,000W니까, 1 kWh = 3.6J이 된다. 일 또는 에너지의 과학적인 표준 단위는 [J]이지만 공학적으로는 [kWh]를 선호한다. 우리 집의 전기사용량이 얼마인지는 매달 관리비 명세서에 나와 있다.
일은 결국 사람이 하는 거니까 인력(人力)이 매우 중요하다. 관련되는 말로 노동력이라는 말이 있다. 옛날 우리나라에 인력거라는 교통수단이 있었고, 인력거를 끄는 사람은 땀을 흘려가며 사람의 힘으로 손님을 이동시켜 주고 노동의 대가로 돈을 받았다. 요즘도 일부 국가의 관광지에서 비슷한 교통수단을 볼 수 있다. 한때는 짐을 옮겨주는 지게꾼이라는 직업도 있었다. 엔진에 의한 동력화가 진행되면서 이런 직업들이 없어지고 대신 택시와 화물용 용달차가 등장하였다.
어느 가을날 자동차로 외출하고 돌아오는데 고속도로 진출로 램프(ramp)에 차가 많이 밀려 있다. 서다 가다 반복하는데, 우연히 앞차를 보니 화물차였다. 화물차 뒤에 의미 있는 문자와 숫자가 보여 한 컷 사진을 찍어 보았다. 최대적재량이 1,000kg이라니 1톤짜리 화물 트럭이다. 133 ps라고 쓰여 있네. ps는 pferdestärke의 준말로 독일 마력, 즉 미터 마력이라는 뜻이니, 엔진의 출력이 133 ps x 735.5W/ps = 9782.15 W(와트)네. 옛날에는 말의 체력이 약해서 요즘 말의 4분의 1(1/4)이라고 하니, 약 말 33 마리가 끄는 마차와 같네. CRDi(common rail direct injection)이라고 쓰여 있는 걸 보니, 디젤차라는 얘기네. 철판이 찌그러진 데도 있고 페인트가 벗겨져 녹이 슨 게 보이니 꽤 오래된 차네. 지난번 요소수 파동 났을 때 운전자가 마음고생 심했겠네. 요즘 디젤유 값이 많이 올라서 운전자 걱정이 심하겠어.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어느새 정체 지역을 빠져나왔다.
앞에서 여러 가지 예를 들었지만, 과학적 양의 단위는 시대에 따라 명칭이 바뀔 수 있다. 예를 들어 초당 진동수(/s)인 전파의 주파수를 사이클(cycle)이라고 불렀는데 어느 순간 관련 국제학회(협회)에서 헤르츠(Hertz)로 바꾸고 기호도 Hz로 정하였다. 아보가드로수(약 602해 개)만큼의 원자들의 집합체를 원자 1몰(mol)이라고 하는데, 탄소 원자 1몰의 질량을 12g이라고 정하고 모든 원자의 질량을 원자량(atomic weight)이라고 하여 원소주기율표에 표기하였는데, 모든 원소에 동위원소가 존재함을 알게 된 후에 원소마다 자연계의 동위원소 존재량을 반영하여 산술평균으로 원소의 원자량을 계산하여 주기율표에 표시하였다. 탄소는 세 종류의 동위원소 즉 12C, 13C, 14C를 갖고 있는데, 자연계에서 각각 98.93%, 1.07%, 1 x 10-10%의 비율로 존재한다. 12x0.9893 + 13x0.0107 + 14x0.000000000001 = 12.0107이 되는데 반올림하여 이제는 탄소의 원자량은 12 대신 12.011이라고 되어 있다. 수소의 원자량도 1인 줄 알았었는데, 이제는 1.0079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