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B3. 색맹과 음치

눈과 귀

by 포레스트 강

우리 몸은 보통 오감(五感)이라는 감각을 갖추고 외부세계를 감지하고 있다. 오감이란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을 말한다. 제6의 감각으로 육감(六感)이라는 말도 있다. 물론 이 말은 육체에서 풍기는 성적인 매력을 말하는 육감(肉感)과는 다른 말이다. 오감 중에서 시각과 청각은 공간에서 파동(wave)의 형태로 전달되는 신호를 감지한다. 육감은 무엇을 감지하는지 아직은 정설이 없다. 시각은 눈으로, 청각은 귀로 외부의 자극을 인식한다. 이러한 신호를 뇌에서 분석하여 생활에 적응하고 있다. 이러한 감각 기능이 결여(缺如)되면, 시각 장애인 혹은 청각 장애인이라고 한다. 정상인이라고 하여도 색감과 음감은 사람에 따라 혹은 훈련받은 정도에 따라 천차만별(千差萬別)이다. 신체적 감지 능력이 떨어지면 안경이나 보청기를 끼고 생활하면 된다. 눈이 아프면 안과병원(ophthalmology, eye clinic)에 가서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하고, 청력에 이상이 있으면 이비인후과(耳鼻咽喉科) 병원에 가 봐야 한다. 이비인후과는 전문 영어로 otorhinolaryngology 혹은 otolaryngology라고 하는 모양인데, 요즈음은 쉬운 영어로 ear, nose & throat 그냥 약어로 ENT clinic이라고 하나 보다.

우리가 지금은 잘 알고 있듯이, 눈은 외부의 빛이라는 전자기파를 감지하고 이 신호를 뇌에 보내어 형태와 원근을 구별하는 이미지를 형성하고, 아울러 색감을 입혀서 사물을 인식한다. 이 빛을 가시광선이라고 부르는데, 눈으로 볼 수 있는 빛이라는 뜻으로, 전체 전자기파의 스펙트럼에서 가시광선이 차지하는 영역은 극히 좁다. 이 빛은 전달 속도가 무척 빠르다. 광속은 자연에서 속도의 극한인 3 x (10의 8승) m/s이다. 이 지구상에서 가장 센 빛의 공급처는 태양이다. 인류의 지식이 풍부해지면서 인공적인 발광 방법을 발견하고 여러 가지 발광체를 발명하였다.

인류가 눈으로 본 것을 표현하려는 노력이 미술이라는 예술을 탄생시켰다. 사물의 형태를 나타내려는 노력에서 시작하여 그 사물에 색을 입혀서 표현하려고 하였다. 선사시대의 동굴이나 무덤의 벽화 등에서 그런 흔적이 발견된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미술의 사조가 바뀌고 기술의 변천에 따라 새로운 기법이 등장하였다. 사물을 드로잉 하고 채색을 잘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그런 재주가 있는 사람을 우리는 화가 혹은 미술가라고 부른다. 물론 다른 명칭도 사용되었다. 그림의 종류도 인물화, 정물화, 풍경화 등으로 분류되고, 구상화니 추상화라는 말도 사용한다. 미술도 기술의 영향을 많이 받아 왔는데, 색깔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하는 물감의 개발이 그 시대의 미술가들을 좌지우지하였다. 옛날 서양에서 화가들이 먼저 밑그림을 그려 놓고 재력가가 좋은 물감을 구할 때까지 기다렸다는 이야기가 있다. 산업혁명 이후 기술의 발달로 여러 가지 물감이 개발되고 이를 사용하기 편리하게 튜브 형태로 화가에게 값싸게 공급할 수 있어서 화가가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게 되고, 그들의 작품활동이 왕성해지게 되었다.

외부의 상(像)을 인식하는 우리의 눈은 참 변화무쌍하다. 우리말에 백안시(白眼視), 청안시(靑眼視)라는 말이 있다. 중국 진(晉) 나라 시절 완적(阮籍)이라는 사람이 반갑지 않은 사람은 백안으로 대하고, 반가운 사람은 청안으로 대하였다는 고사에서 유래하는 말인데, 남을 업신여기거나 냉대하여 흘겨보는 것을 백안시한다고 말하고, 남을 좋은 마음으로 보면 청안시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사람의 눈은 다른 동물보다 더 발달하여 눈의 흰자위(白眼)와 눈동자(靑眼)가 크고, 그 감정이 그대로 눈에 나타난다고 한다. 그래도 우리 눈에 감지되는 전자기파는 상한과 하한이 분명한 가시광선 영역뿐이다. 야간에 먹이 활동을 수행하는 올빼미나 야수들의 눈은 적외선을 감지하고 일부 곤충들은 자외선을 감지하는 것 같다.

이러한 소중한 눈을 질병이나 사고로 다친 사람을 옛날에는 소경, 장님, 맹인(盲人), 봉사 등으로 불렀으나 요즈음은 시각 장애인이라고 부른다. 우리의 고대소설 심청전에서 아버지 심학규가 시각 장애인으로 나온다. 미국의 켈러(Helen Keller, 1880~1968)는 태어난 지 19개월 되었을 때 심한 병에 걸려 목숨을 잃을 뻔하다 살아났으나 그 여파로 청각과 시각을 잃었다. 마침내 앤 설리번 선생님을 만나 맞춤 학습의 영향으로 장애를 극복하고 유명 인사가 되었다. 이제 시각 장애인의 숫자는 의술과 생활환경의 개선으로 현저히 줄어든 것 같다.

이렇게 시각장애가 있는 사람도 정상인처럼 살아가려고 노력하는데, 개중에 겉보기에는 눈이 멀쩡하나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 이들을 청맹과니 혹은 청맹(靑盲)이라고 한다. 혹은 그런 척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일컫는다. 또 한편으로 고집이 세고 미련한 사람을 벽창호라고 말한다. 한편 색맹 혹은 색약이라는 말이 있는데, 일부 색상을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적색과 녹색을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를 적록색맹이라고 하는데, 아시아인에게서 20여 명 중의 1명꼴로 나타난다고 한다. 일상생활에 큰 지장은 없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언어적인 색맹이 있다. 필자는 이를 청록색맹이라고 부른다. 우리말에 교통신호등의 색깔은 분명 녹색(green)인데, OK 신호를 청(blue) 신호라고 하고, 청산(靑山)과 청천(靑天)이라는 말에서 보듯이 하늘의 청색과 숲의 녹색을 구분하여 쓰지 않는다. 요즘 세대에는 이 두 가지 색을 구별해서 사용하는 훈련을 국어 시간에 하지만 우리 옛 선인들은 둘을 특별히 구분해서 쓰지 않았다.

소리를 감지하는 역할은 귀가 담당한다. 소리는 공기 중의 압력의 높낮이로 구분한다. 음속은 340m/s로서 광속에 비하면 아주 느리고, 전달 영역도 보통의 경우 아주 작다. 천둥소리나 새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감지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입으로 내는 말소리를 귀가 듣는다. 듣는 능력은 어려서부터의 훈련이 중요하며, 소리를 통해 제대로 소통하기 위해 언어가 언중을 중심으로 발달하였다. 요즘은 청각 장애인이라 하지만 옛날에는 귀머거리라고 했다. 어려서 듣는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말을 제대로 못 하게 되는데, 이를 벙어리라고 불렀다.

보통 언어 혹은 문학이 소리를 취급하지만, 음악은 우리가 내는 소리를 예술로 승화시킨다. 음악이란 소리 즉 음(音)을 재료로 하여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예술이다. 그런데 모든 소리가 음악은 아니다. 어떤 소리가 음악인지 아닌지는 문화를 공유하는 집단에 의해 결정된다. 그래서 똑같은 소리가 어떤 사회에서는 음악이고 다른 사회에서는 음악이 아닐 수도 있다. 보통 리듬, 멜로디, 하모니를 음악의 3요소라고 한다. 하모니가 없는 음악도 있으므로 음악을 이루는 기본 요소는 리듬과 멜로디다. 보편적으로 음악은 길고 짧은 음과 세고 약한 음이 순차적으로 결합되어 있는데 이를 리듬이라고 한다. 여기에 음높이의 변화가 결합하면 멜로디(가락, 선율)가 되고, 여러 음이 동시에 표현되면 하모니(화성)가 된다.

박자(time)나 빠르기(tempo) 등으로 표현되는 리듬은 음악에 가장 근본적인 요소다. 리듬은 흔히 심장의 박동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는데, 리듬이 근육 움직임과 같은 인체 동작에서 생겨났다는 주장도 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평균적으로 장수한다고 하는 사실도 이와 연결이 된다고 본다. 지능은 좀 떨어지지만, 절대음감을 지닌 천재들이 있다. 이들은 하모니에 대해서 특별히 예민한 감각과 기억력을 가지고 있어서 곡을 한 번 듣기만 하고도 악보 없이 그대로 연주해 낼 수 있다. 이런 음악적 능력은 특출해도 리듬감은 엉망인 경우가 많다.

길거리나 공사장에 보이는 네온등이나 전구의 불빛은 좌우 혹은 위아래로 빠른 속도로 이동한다. 이때 수많은 전구 하나하나에 불이 들어왔다 꺼졌다 하는 것이지만, 우리 눈에는 전구의 불빛이 이동한다고 느낀다. 우리 뇌에서 느끼는 일종의 환상이다. 이러한 환상은 음악을 들을 때도 나타난다. ‘도레미파솔라시도’를 피아노 건반으로 순차적으로 쳐 보면 저음의 음이 계단을 타고 올라가는 것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이를 음계(音階, scale)라고 부른다. 동양 음악은 5 음계를 서양 음악은 7 음계를 기초로 한다. 길거리의 전등을 볼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 뇌는 음의 변화를 움직임으로 느낀다. 연속되는 음들의 연결에서 음이 올라가는 패턴 혹은 내려가는 패턴을 멜로디 윤곽이라고 한다. 우리는 멜로디 윤곽으로 멜로디를 느낀다고 할 수 있다. 멜로디는 이처럼 여러 음이 시간의 차이를 두고 연결되어 만들어지는데, 사람들은 리듬이나 하모니보다 멜로디를 쉽게 기억한다.

멜로디가 음의 순차적 연결이라고 하면 하모니는 음의 수직적 연결이다. 두 개 이상의 음이 동시에 울리는 화음을 연결하면 하모니가 된다. 음악의 하모니는 그림의 공간에 비유될 수 있다. 원근법이 르네상스 시대 회화에 도입된 것과 거의 동시에 서양 음악의 하모니가 훨씬 정교해졌는데, 원근법이 그림에서 삼차원적인 공간을 나타내듯이, 하모니는 시간과 음의 높이라는 이차원적인 음악에 깊이라는 삼차원적인 느낌을 부여한다. 소리의 진동이 처음으로 신경 신호로 바뀌는 곳이 달팽이관의 막인데, 막은 음을 진동수에 따라서 순차적으로 처리한다. 그래서 진동수가 비슷한 음을 처리하는 막은 바로 인접해 있는데 음고(音高)가 너무 가까운 음이 함께 들리면 막에서는 두 음을 동시에 처리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진동수가 비슷한 음들은 서로 어울릴 수가 없다. 넓은 의미의 하모니는 세계 각지의 음악에 있었으나 대부분은 우발적이었다. 여러 나라의 민요 등과 같이 화음이 없는 음악도 많으므로 하모니를 음악의 절대적인 요소라고는 할 수 없다.

음정(音程, interval)이란 두 음이 가지는 높이(pitch)의 차이를 나타내는 용어이다. 서양 음악에서는 7 음계 중간중간에 반음을 만들어 12개의 음정이 있다. 동시에 울리는 두 음의 높이의 차이를 화성적 음정(harmonic interval), 연속해서 울리는 두 음의 높이의 차이를 선율적 음정(melodic interval)이라고 부른다. 서양에서는 음을 수학적으로 분석하여 여러 가지 가능한 조합에 음계나 음정의 이름을 붙여 놓았다. 옛날에 필자가 알던 합창단 지휘자는 필자가 수학을 잘하는 이과 출신이므로 음악을 공부하면 노래도 아주 잘할 거라고 추켜세운 기억이 난다. 고등학교 음악 시간에 오선지 위에 표시된 두 음의 음정 이름을 열심히 외웠어도 실기가 따라주지 않으니까 음정을 제대로 체득하지 못했다. 박자(time)도 시간에 대한 나누기이므로 이과생이 잘하리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실습이 없으면 말짱 꽝인 것 같다.

TV 등에서 고전적인 음악 프로그램을 보면 성악이 있는가 하면, 기악이 있다. 듀엣, 트리오, 사중주가 있는가 하면 여러 가지 악기가 등장하는 오케스트라도 있다. 성악도 소프라노, 테너 등이 나오는 독창도 있고 합창도 있다. 처음 보는 곡을 악보만 보고 부르는 것을 초견(初見)이라고 하나 본데, 참 대견스럽다. 보통 사람들은 그 노래를 들어서 멜로디를 외운 다음에 따라 불러도 제대로 음을 맞추기 힘든데 말이다. 보통 회식 자리가 있으면 뒤에 노래방에 가서 ‘가무에 능한 우리 민족’이니까 보통은 노래방 기계에 따라 자신의 애창곡을 부른다. 노래에 음정과 박자만 대충 맞으면 점수가 나온다. 그러나 개중에 음정과 박자가 맞지 않는 사람도 있다. 자신은 음치(音癡)라고 손사래를 치지만 그리 창피한 일도 아니다. 요즘 가수들은 라이브를 하는 경우 언제나 백 밴드가 있을 수는 없으므로 콘서트 등 중요한 무대가 아니라면 MR(Music Recorded)을 틀고 노래하기가 보통이다. 유명한 밴드나 가수들이 TV 방송에서 핸드 싱크(hand sync)나 립싱크(lip sync)를 한다고 해서 논란이 있었다.

대표적인 예술로 문학, 음악, 미술을 들 수 있다. 문학은 국문학과나 영문학과 등 종합대학교 밑에 단과대학으로 인문대나 문리대가 있고 그 안에 설치된 하나의 학과에서 다루지만, 음악이나 미술은 대부분 종합대학교에서 단과대학으로 독립되어 있다. 외국에는 오직 음악이나 미술에 관련된 학과만 설치되어 있는 유명한 학교도 많다. 소설이나 시 등 문학 작품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니고 그 분야 전문가의 검증을 받아야 작가로 대접을 받는다. 마찬가지로 미술가나 음악가도 아무나 되지 못하고 해당 전문가 밑에서 장시간 수련을 받아야 한다. 훌륭한 예술가, 대가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많은 시간과 돈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B2. MKS와 c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