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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8. 전자기파 스펙트럼

- 라디오 전파도 X-레이도, 모두 전자기파이다.

by 포레스트 강

# 라디오 주파수의 단위가 헤르츠인 이유

우리가 흔히 라디오 주파수를 지칭할 때 쓰는 단위인 ‘헤르츠(Hz)’는 한 과학자의 이름을 딴 것이다. 독일의 과학자 헤르츠(Heinrich Hertz, 1857~1894)는 ‘전자기파’를 실험을 통해 처음으로 발견했다. 그러나 사실 헤르츠가 ‘전자기파’를 처음으로 제안한 학자는 아니었다. 전자기파를 처음 생각해 낸 학자는 영국의 맥스웰(James Clerk Maxwell, 1831~1879)이었다.

1864년 맥스웰은 전기의 입자인 전하(電荷)가 가속도를 갖고 움직일 때 자기적으로 연관된 교란(disturbance)을 만들어낸다는 중대한 제안을 하였다. 그는 전하가 주기적으로 진동하면 이 교란은 파(wave)가 되고 이 파는 전기적 성분과 자기적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각은 서로 수직으로 작용하며, 파의 전달 방향과는 수직이라는 것이다. 또한 맥스웰은 이 파는 공간을 통해 무한대로 전달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맥스웰이 처음 제안한 이것을 오늘날 우리는 ‘전자기파’(electromagnetic wave)라고 부르며 우리말로는 줄여서 전자파(電磁波) 또는 더 줄여서 전파(電波)라고 한다.

# 맥스웰은 어떻게 전자기파를 발견하게 되었을까?

1831년, 같은 영국의 패러데이(Michael Faraday, 1791~1867)는 전기가 통하는 구리 선을 밧줄처럼 꼬아놓은 닫힌 도선으로 이루어진 회로에 자석을 갖다 대서 자기장을 만들어주면 전류가 유도된다는 (자기장→전류) ‘전자기유도 현상’을 발견하였다. 맥스웰은 이 사실로부터 유추하여 변하는 전기장은 자기장을 수반한다는(전기장→자기) 역과정을 제안하였다. 전기가 흐르는 전기장에 자석을 갖다 놓으면 서로 연결이 생기는 ‘커플링’이 일어나 일종의 파가 형성된다. 이러한 커플링 현상은 이전에도 있었을 테지만 발견되지는 못했다. 구리와 같은 금속은 전기저항이 작으므로 전자기유도 현상에 의해 생성되는 전기장을 측정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자기장에 의해서 금속에 유도되는 전류는 측정할 수 있었지만, 전기장에 의해 수반되는 자기장은 너무 약해서 측정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그래서 발견되기가 어려웠다. 맥스웰의 이러한 예측(가설)은 실험적 발견이라기보다 대칭성 논의에 근거를 두고 있다. 패러데이의 전자기유도와 맥스웰의 역과정 가설을 종합하면, 연속적으로 변하는 전기장과 자기장은 서로 결합하여 전자기파를 만든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맥스웰 생전에는 전자기파의 존재가 실험적으로 증명되지 못하다가, 1888년 독일의 과학자 헤르츠(Heinrich Hertz, 1857~1894)가 실험을 통해 전자기파를 발생시키면서 마침내 실험을 통해 증명되게 되었다. 헤르츠는 맥스웰이 예측한 대로 전자기파가 작용한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증명하였다. 헤르츠는 전자기파를 발생시켜 파장, 즉 파가 이동을 할 때 그 한 번의 이동 주기의 길이, 파의 주기와 전파(傳播) 속력을 측정하였으며, 이 파가 맥스웰이 주장했던 대로 전기적 성분과 자기적 성분을 모두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또한 전자기파는 반사, 굴절, 회절 현상을 보인다는 것을 알아냈다. 오늘날에는 헤르츠의 업적을 기념하여 전자기파의 주파수(진동수) 단위에 그의 이름을 붙이고 Hz로 표시한다.

헤르츠는 라디오에서 종종 듣는 말이지만 사실 그러나 라디오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가전제품이 고유의 주파수를 사용한다. 텔레비전과 핸드폰도 사용하는 주파수가 있다. 이러한 주파수들은 기업에서 정부의 인가를 받아서 할당받는 것이며, 허가 없이 주파수를 사용하면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엄밀히 말하면 주파수는 주인이 없는 것인데 국가에서 그것을 관리하면서 사용권을 할당하는 것이다.

# 전자기파는 얼마나 빠르게 이동할까?

전자기파는 '파동'인데, 파동 혹은 파는 우리 일상에서 많이 경험하는 현상이다. 물결, 파도, 소리, 지진 등이 대표적이다. 물리학 교과서에서도 역학과는 다른 장에서 파동이라는 분야를 취급하고 있다. 파동의 특성 중의 하나는 중첩의 원리로써, 같은 성질을 지닌 두 개 이상의 파동이 동시에 한 지점을 지날 때, 그 지점에서의 순간적인 진폭은 그 순간의 각각의 파동들의 진폭을 합한 것과 같다는 것이다. 워터 파크의 파도풀에서 놀았던 경험을 떠 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친구와 함께 파도풀에서 놀다가 파도가 쳤는데, 나와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위치에 있더라도 친구는 파도를 높이 타고 나는 별로 높지 않았다면, 이 원리 때문이다. 즉 파도 속에서는 위치의 차이가 높이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이 파동은 싸인(sine) 또는 코싸인(cosine) 함수로 설명된다. 자연과학자들은 자연의 현상을 수식으로 기술하기를 좋아한다. 말이나 문장으로 설명하는 것보다 간결하게 정확하게 전달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비전공자들은 이 수식 때문에 과학을 어렵게 생각하지만, 수식을 이루는 요소들이 무엇인지만 알면 된다. 파동을 나타내는 수식은 여러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기 때문에 한 번쯤 보아두면 도움이 된다.

싸인 코사인 함수는 주기성을 가진 것을 수식으로 표시하는 방법이다. 흔히 과학 전공자가 아닌 사람들은 학창 시절 수학 시간에 배웠던 피타고라스 정리의 싸인, 콜싸인만 알지만, 사실 싸인이나 코싸인은 파동을 설명하는 함수이기도 하다. 보통은 물결이나 소리처럼 파가 공간적으로 전파될 때 전파 거리를 x 축으로 하고 변위, 즉 파동의 변화 값을 y 축으로 하여 y = sinx 등과 같이 표시한다. 사실 실제로는 더 복잡한 수학식이 동원되기도 한다. 시간의 변화에 따라 변위, 즉 위치 변화가 있는 경우 시간(t)을 x 축으로 정하고 y = sint 등과 같이 표시한다.

파동에서 어떤 변위 값이 증가했다가 감소하여 원래의 값으로 되돌아오는 기간을 1주기(cycle)라고 한다. 파동이 1주기를 거치는 동안 지나온 거리를 파장(wavelength)이라고 하고 그리스 알파벳 'λ'(람다)로 표시한다. 파장의 기본 단위는 m(미터)이고, 1초 동안에 몇 개의 주기가 있느냐 혹은 몇 개의 파가 들어가는가를 '주파수'(frequency)라고 한다. 주파수의 단위는 회/s, 즉 1초에 몇 번 주기가 들어가는지를 기준으로 정한다. 그래서 예전에는 주파수를 부르는 단위가 ‘사이클’이었다. 지금은 710 '킬로 헤르츠'라고 부른다면, 예전에는 라디오 주파수를 710 '킬로 사이클'이라고 불렀다. 지금 연배가 있는 사람 중에는 이 용어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 엑스레이(X-ray)도 전자기파이다.

전자기파 중에서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것이 엑스선(X-ray)일 것이다. 빛이 전자기파라는 것이 알려지기 전까지는 그 정체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던 감마선(γ -ray)이나 엑스선(X-ray)도 전자기파의 일종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전자기파들은 근본적으로 같은 성질을 갖고 있지만, 그것들과 물질 사이의 상호작용에 있어서는 많은 차이가 난다. 각 전자기파의 특징은 보통 파의 진동수(주파수)에 따라 달라지며, 그 주파수에 따라서 다양한 이름이 붙여졌다.

방사성 물질을 연구하던 학자들은 방사성 물질을 찍은 사진에서 알 수 없는 ‘파’(선)을 발견했다. 우리가 임의의 대상에 가, 나, 다 또는 갑, 을, 병이라고 이름을 붙이듯이 서양 과학자들은 가장 왼쪽 선은 알파, 가운데 선은 베타, 오른쪽 선은 감마라고 이름 붙인 것이다. 나중에 연구를 통해 알파선은 헬륨의 원자핵이 튀어나오는 현상이며, 베타선은 전자가 튀어나오는 선이라는 밝혀졌다. 그러나 감마선은 헬륨이나 전자와는 무관한 파, 즉 순수한 전자기파이다. 감마선은 파장이 짧고 에너지가 크다. 감마선, 엑스선, 자외선, 가시광선, 적외선, 마이크로웨이브, 라디오파, 이 모든 것을 통틀어 ‘복사’(radiation)(선)라고 한다.

이 '복사'는 사실 낯선 것이 아니다. 우리가 잘 아는 무지개도 이 '복사'의 일부이다. 우리는 어떤 복잡한 성질을 갖는 대상을 단순한 변수에 따라 나누어 늘어놓은 결과를 스펙트럼이라고 말한다. 대표적으로 빛이 프리즘을 통과할 때 빛의 파장에 따라 굴절률이 다르므로 분산을 일으키는데, 그 결과물은 파장의 순서로 배열된다. 이를 빛의 스펙트럼이라고 말한다. 대표적으로 비가 갠 하늘에 떠 있는 무지개를 들 수 있다. 공중의 물방울에서 굴절이 일어나 파장의 순서로 배열된다. 이를 우리는 ‘빨주노초파남보’라고 눈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를 가시광선의 스펙트럼이라고 부른다.

# 맥스웰의 무지개

가시광선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복사가 갖는 에너지와 파장의 스펙트럼이 있다. 무지개가 가시광선의 스펙트럼이라면, 다양한 복사 영역을 맥스웰의 무지개(Maxwell’s rainbow)라고 말한다.

과학자들의 연구로 전자기파 복사는 에너지를 전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자기파가 전달하는 에너지(E)는 전자기파의 주파수(ν)에 비례하는데 그 비례상수 h를 플랑크 상수(6.626 x 10의 -34승 J∙s)라고 부른다. 즉 E = hν. 에너지의 기본 단위는 J이지만 전자와 같은 작은 입자에 대해서는 보통 eV라는 단위를 쓴다. 1 eV(일렉트론볼트)는 전자 하나가 1V의 전위차 아래에서 갖는 에너지로 1.6 x 10의 -19승 J이 된다. 따라서 플랑크 상수 h는 (6.626 x 10의 -34승 J∙s)/(1.6 x 10의 -19승 J/eV) = 4.14 x 10의 -15승 eV∙s라고 표시할 수 있다. 즉 복사선의 주파수에 플랑크 상수를 곱하면 그 복사선이 갖는 에너지를 J 혹은 eV의 단위로 알 수 있다. 한편 파동의 전달 속력은 주파수(ν) 곱하기 파장(λ)이다. 전자기파의 속력(c)은 통과하는 매질의 종류에 무관하게 3 x 10의 8승 m/s로 일정하다. 즉 c = νλ. 이 식을 파장(λ)에 대해 다시 쓰면, λ = c/ν가 된다. 그러므로 전자기파의 파장(λ)은 (3 x 10의 8승 m/s)/주파수(ν)라고 표시된다.

여러 가지 복사선이 갖는 에너지와 파장의 스펙트럼을 아래 표에 나타내었다. 맥스웰의 무지개에 해당하는 복사선 전체 스펙트럼에서 가시광선이 차지하는 영역은 아주 협소하다. 에너지 면에서 eV(일렉트론볼트) 단위로 볼 때, 100M(메가) eV부터 0.1n(나노) eV까지 전체 복사 스펙트럼 영역에서 가시광선이 차지하는 에너지는 수 eV 정도이다. 전자기파의 파장으로 볼 때는 수십 km(킬로미터)에서 수백 분의 1 pm(피코미터)까지의 전체 영역에서 가시광선의 파장은 겨우 0.4~0.7 μm(마이크로미터) 정도이다. 그러나 우리 일상생활에서는 가시광선이 차지하는 역할이 가장 크다. 우리가 흔히 ‘빨주노초파남보’로 알고 있는 이 가시광선은 사실은 과학적으로 엄청난 의미를 담고 있다. 이 가시광선은 앞의 책에서 이미 취급하였다.


<맥스웰의 무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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