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이름 붙인 전자기파 중에서 가장 센 놈, 곧 에너지가 가장 큰 전자기파는 감마(γ) 선이다. 감마선은 자연 상태로는 방사성 핵 방출의 하나로써 혹은 우주선(宇宙線, cosmic ray)에서 발견된다. 감마선이라는 독특한 이름을 갖게 된 내력도 X선만큼이나 기구하다. 원래는 라듐 같은 방사성 물질을 연구하는 중에 세 가지 성분의 방사선(radioactive ray)이 나오는데, 이들을 차례로 알파(α), 베타(β), 감마(γ)라고 명명하였다. 영어로 치면 a, b, c라고 이름 붙인 셈인데, 우리말로는 가, 나, 다라고나 할까? 이들 세 가지 방사선이 자기장을 통과하면 알파선은 왼쪽으로 휘어져서 양(+) 전하를 갖는 헬륨 원자핵의 흐름이라고 밝혀졌고, 베타선은 그 반대쪽인 오른쪽으로 휘기 때문에 음(-) 전하를 갖는 전자의 흐름으로 밝혀졌다. 감마선은 휘지 않으므로 전하를 가지지 않고 고에너지 광자를 갖는 전자기파로 밝혀졌다.
<라듐에서 방출되는 세 가지 방사선>
이 세 가지 방사선의 성질을 구별하는 쉬운 방법은 종이 카드, 알루미늄(Al) 판, 납(Pb) 판을 차례로 놓고 세 방사선을 통과시키면 된다. 알파 입자는 종이 카드에 의해 차단되고, 베타입자는 종이 카드는 투과하지만, 알루미늄 판에 의해 차단된다. 그러나 감마선은 두꺼운 납 판을 포함하여 모두 통과한다. 나중에 위 세 가지에 양전자 방출과 전자 포획이 추가되어 핵붕괴 방식은 모두 다섯 가지라고 알려져 있다. 여기서 양전자(陽電子, positron)란 전자와 질량은 같으나 전하의 부호가 반대인 입자를 말한다. 양전자는 1932년에 발견되었다. 어떤 핵은 자발적으로 양전자를 방출한다고 알려져 있다.
광전효과 설명에서 살펴본 대로, 광자는 충돌을 통해 자신의 에너지를 전자에게 줄 수 있다. 또한 광자는 전자와 양전자로 변환하기도 가능하다. 이 과정을 쌍생성(pair production)이라고 하며, 이때 전자기파의 에너지가 물질로 전환된다. 원자핵 근처에서는 전자-양전자 쌍의 생성 과정에 전하의 보존이나 에너지 혹은 운동량의 보존이 이루어진다. 자유 공간에서는 에너지와 운동량을 동시에 보존시킬 수 없으므로 쌍생성이 일어나지 않는다. 전자와 양전자의 정지 에너지(E = mc2)는 각각 0.51 MeV(메가 일렉트론볼트)이다. 그러므로 쌍생성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광자의 에너지가 최소한 1.02 MeV가 되어야 한다. 이에 상응하는 광자의 최대 파장은 1.2 pm(피코미터)이다. 1 pm는 10의 –12승 m로 1조(兆)분의 1미터이다. 이러한 파장을 갖는 전자기파를 감마선이라고 부른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종합하면 가시광선뿐만 아니라 X선과 감마선도 모두 광자로 이루어져 있다. 처음에는 이것들의 실체를 몰라서 이름을 이상하게 지었지만, 본질에 있어서는 모두 같은, 에너지를 운반하는 복사선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빛 광자와 물질이 상호작용하는 주된 방법은 광전효과(photoelectron effect), 컴프턴 산란(Compton scattering), 쌍생성(pair production)이라고 세 가지로 종합하여 정리할 수 있다. 컴프턴 산란에 대해서는 다음 절에서 X선을 설명할 때 자세히 언급할 예정이다. 이 세 가지 과정 모두에서 광자의 에너지는 전자에게 전달되고, 전자는 다시 자신이 속해 있는 원자에게 그 에너지를 잃어버린다. 광자 에너지가 낮을 때는 광전효과가 주된 에너지 손실 방법이다. 에너지가 높아질수록 광전효과는 덜 중요해지고, 컴프턴 산란이 중요해지기 시작한다. 물질의 원자번호가 높을수록 광전효과의 중요성이 늦게까지 남는다. 즉 높은 에너지 범위에서도 광전효과가 일어난다. 무거운 원자에서는 광자 에너지가 약 1 MeV 가까이 되어야 컴프턴 산란이 지배적이지만 가벼운 원자에서는 수십 keV에서도 컴프턴 산란이 지배적이다. 광자의 에너지가 1.02 MeV를 넘어서면 점차 쌍생성이 증가한다. 흡수물질의 원자번호가 증가할수록 낮은 에너지에서부터 감마선의 주된 에너지 손실의 원인은 쌍생성이 된다. 가장 무거운 원자에서는 약 4 MeV에서 그 중요도가 컴프턴 산란과 교차하나, 가벼운 원자에서는 10 MeV에서 교차한다. 따라서 전통적인 방사능 붕괴에 의한 에너지 범위에서의 감마선은 주로 컴프턴 산란으로 물질과 상호작용한다.
쌍생성의 역반응을 쌍소멸(pair annihilation)이라고 하는데, 이는 양전자가 전자에 가까이 있고, 그들의 전하가 반대여서 서로 접근하게 되면 쌍으로 함께 소멸이 일어난다. 이때 전자와 양전자 두 입자는 동시에 소멸(消滅)되며, 사라진 질량은 E = mc2의 식에 의해서 에너지로 변화되어 두 개의 감마선 광자를 발생시킨다. 방사성 원소의 핵에서 자발적으로 방출되는 양전자를 재료에 쪼이면 재료 내의 전자와 반응하여 광전자가 소멸하게 되는데, 이 양전자 소멸(positron annihilation) 과정을 연구하면 그 재료의 결함(defect)에 관한 정보를 알 수 있다.
치매(痴呆, dementia) 환자를 데리고 종합병원의 신경과(neurology)에 찾아가면 문진 후 몇 가지 검사를 주문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영상의학과에 가서 실시하는 광전자 단층촬영이라고 부르는 PET(Positron Emission Tomography)이다. PET에서는 적당한 양전자 방출 방사능 핵종, 예를 들면 산소 동위원소 15O를 환자의 몸에 주사를 놓거나 먹도록 하여 몸 안을 순환하도록 한다. 이 과정에서 양전자는 방출되자마자 몸의 조직을 이루는 원자 내의 전자를 만나게 되고 둘은 바로 없어진다. 이 소멸에 따라 발생하는 감마선들의 방향으로부터 소멸의 위치, 즉 양전자가 없어지는 조직 내의 원자핵의 위치를 알 수 있다. 이런 방법으로 몇 mm의 정확도를 갖고 방사성 핵종의 농도에 관한 지도를 영상으로 만들 수 있다. 그 영상은 디지털화되어 파일로 저장되고 담당 의사는 여기에 접근할 수 있다. 이 영상을 담당 의사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해석하여 환자의 상태를 진단한다. 예를 들어 정상적인 두뇌에서 신진대사 활동이 만드는 PET 영상은 뇌의 반쪽 모습에서 양쪽이 비슷한 모양을 보이나, 비정상적인 두뇌에서는 불규칙한 스캔 영상이 나온다. 그래도 많은 경우 PET 영상으로 치매의 원인을 특정하기는 어렵다.
또 큰 대학병원의 영상의학과 주변에 있다가 보면 길 안내판에 감마 나이프(gamma knife)란 말이 나온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에너지가 높고 집속(集束)이 잘 되는 감마선을 이용하여 종양 등을 제거하는 외과수술에 쓰이는 게 아닐까 생각된다. 통상적으로 수술하는 외과 의사를 집도의(執刀醫)라고 하는데, 스테인리스강(stainless steel)으로 된 수술칼을 쥐고 이 칼을 사용하여 종양을 제거하지만, 신체 부위를 칼로 절개하지 않고 종양 부위의 위치를 특정하여 감마선으로 악성 종양만 예리하게 제거하거나 태워버리는 새로운 첨단 의술로 보인다.
이렇듯 첨단 과학 기술을 활용하여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려는 노력이 오늘날에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복사선 이외에 파동을 이용한 진단 방법을 여기서 소개하려고 한다. 방사선을 이용한 방법들이 효과적인 진단 방법이긴 해도 방사선의 피해가 염려되니까 적용할 때 조심해야 한다. 뒤에서 설명할 X선 CT의 대안으로 MRI가 많이 언급되고 있다. MRI는 핵 자기 공명(nuclear magnetic resonance, NMR)이라는 물리학적인 현상을 이용하고 있다. NMR은 조금 전문적인 용어로 표현하면 핵자기모멘트를 찾아내는 방법이다. 원자핵 주위의 전자들은 외부자기장으로부터 핵을 일부 차폐(shield)시키는데, 차폐 정도는 핵의 화학적 환경에 의존한다. 높은 에너지인 들뜬 상태로 올라간 핵이 낮은 에너지 상태로 내려오는 데 걸리는 이완시간(relaxation time) 역시 이 환경에 의존한다. 이런 NMR의 특성은 화학자들이 NMR 분광학을 사용하여 물질의 상세한 화학구조를 밝혀내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면 CH3, CH2, OH 기(基)에 있는 수소 원자핵들은 같은 자기장 안에서 조금씩 다른 공명주파(진동)수를 가진다. 보통 알코올이라고 부르는 에탄올(ethanol)의 NMR 스펙트럼에서 이 들 세 가지 기(基)의 공명진동수 세기는 3 : 2 : 1의 비율로 나타난다. 에탄올 분자는 두 개의 C 원자, 6개의 H 원자 그리고 하나의 O 원자를 갖고 있고, 위의 세 가지 기들로 연결되어 있음은 이미 알려져 있다. 따라서 에탄올의 화학식으로 단순히 구성 원자들 비율로 C2H6O로 표기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CH3CH2OH 또는 C2H5OH로 표기하기도 한다. CH3가 세 개의 H 원자를, CH2가 두 개의 H 원자를, 그리고 OH가 한 개의 H 원자를 가지고 있으므로 공명주파수 세기의 비 3 : 2 : 1은 이것과 관련된다는 생각이 옳다고 확증시켜 준다.
의학계에서는 환자들에게 ‘핵’이라는 용어의 심리적 부담감을 없애기 위해 NMR이라고 부르지 않고 MRI(magnetic resonance image)라고 부른다. MRI는 환자가 잠시 자석 사이에 들어가 있어야 하는 부담은 있지만, 에너지가 높은 방사선인 X선을 사용하지 않고 RF(radio frequency) 영역의 전자기파를 사용한다. RF 전자기파는 인체 내의 화학결합에 영향을 주기에는 너무 적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서 생체조직에 해를 끼치지 않으므로 MRI는 이른바 CT보다 안전하다. 인체는 주로 물(H2O)로 되어 있으므로 일반적으로 양성자(H+) NMR을 채택한다. 자기장 기울기(magnetic gradient)의 방향을 변화시켜 인체의 얇은(3~4mm) 조직 시편에 들어 있는 양성자의 밀도를 보여주는 영상을 컴퓨터로 구성한다. 특정 단면에 있는 인체 조직의 모양을 3차원의 영상으로 볼 수 있다. 이완시간 지도(relaxation time map) 또한 만들 수 있으며, 질병이 있는 조직은 정상 조직과 다른 이완시간 값을 보여주므로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한 MRI는 X선 CT 단층촬영보다 해상도가 높다. 그러나 MRI는 CT보다 가격이 비싸고 아직은 의료보험 적용에 제한적이다.
또 인체에 폐해가 경미(輕微)한 다른 의료용 진단 방법이 초음파사진이다. 초음파를 신체 부위에 쏴서 되돌아오는 파의 신호를 스캔한 후 신호 처리하여 입체적인 영상으로 디스플레이에 나타나게 하는 방법이다. 산부인과에서 임신 중인 아기의 모습을 사진으로 촬영하여 태아와 엄마의 건강 여부와 태아의 성별을 검사한다. 그 외에 경동맥이나 갑상선(甲狀腺) 종양의 검사 등에 활용된다. 음파는 공기 밀도의 차이로 인하여 생기는 압력 차이에 기인한다고 한다. 음파는 공기 중에서 전달 속도가 약 340m/s로 전자기파에 비하면 훨씬 느리고, 전자기파는 횡파(transverse wave)이지만 음파는 종파(longitudinal wave)라고 한다. 음파도 엄연한 파동이다. 파동은 에너지를 전달한다. 인간이 생리적으로 느끼는 아픔(pain) 중에 산통(産痛) 다음으로 요로결석에 의한 아픔을 들기도 한다. 비뇨기과에서는 요로에 껴서 환자에게 고통을 주는 결석(돌)을 깨기 위해 초음파를 이용하기도 한다. 돌을 파쇄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좀 있는 초음파를 반복적으로 돌 있는 곳에 쏜다.
물체의 움직임이 음파(소리)보다 속도가 빠르면 초음속(supersonic)이라고 한다. 비행기의 추진력을 높이면 초음속의 속도를 낼 수 있다. 이때 마하라는 단위를 쓴다. 마하는 유체가 정지해 있을 때의 물체의 속력과 유체 속에서의 음속 사이의 비를 말하며 기호는 M(mach)이다. 초음속 개념을 도입한 오스트리아의 과학자 마하(Ernst Mach, 1838~1916)의 이름에서 땄다. 보통 공기 속에서 고속으로 운동하는 탄환, 비행기, 미사일 등의 속력을 나타낼 때 쓴다. 예를 들어 마하 0.5는 음속의 절반에 해당하는 속력이다. 마하 1은 공기 중에서의 음속인 1,224km/h에 해당한다. 비행체가 공기 중에서 마하 1을 넘는 초음속으로 비행하면 비행체 주위의 공기에는 충격파(shock wave)가 생성된다. 이 충격파를 전후하여 공기의 성질이 급격히 변화한다. 실험실에서는 이러한 충격파를 이용하여 물체에 붙은 불순물을 떼어내기 위하여 액체 용매 안에서 초음파 세척기를 활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