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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10. X선(X ray)

동물의 의태

by 포레스트 강

앞 책에서 빛의 입자성을 입증하는 실험 결과로 광전효과를 설명한 바 있다. 광전효과란 금속 표면 위에 빛을 쪼이면 금속에 구속되어 있던 전자가 빛으로부터 에너지를 받아 금속 표면에서 튀어나오는 현상을 의미한다. 그러면 광전효과의 역과정, 즉 전자의 운동에너지 전부 혹은 일부가 광자로 바뀔 수 있을까? 공교롭게도 이러한 역광전효과는 아인슈타인이 광전효과를 새로운 양자 이론으로 설명하는 업적이 있기 전에 이미 발견되었다. 1895년 독일의 뢴트겐(Wilhelm Roentgen, 1845~1923)은 빠른 전자를 금속판에 충돌시킬 때 방출되는 투과력이 강한 복사선을 발견하였다. 당시에 그는 이 강한 투과력의 복사선이 무엇인지 몰라서 그냥 X선(X ray)이라고 명명하였다. 이 X선은 직진하고 외부의 전기장이나 자기장의 영향을 받지 않으며, 불투명한 물체를 쉽게 투과하고, 인광성의 물질에 빛을 내게 하고 사진 건판을 감광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지기 시작하였다. 발견된 지 얼마 되지 않아 X선이 전자기파의 일종이라고 명백해졌다. 뢴트겐은 이로 인해 1901년 최초의 노벨물리학상 수상자가 되었다.

아래에 X선 발생장치의 모식도를 나타내었다. 맨 오른쪽에 있는 직류전원에 의해 전류가 흐르면 필라멘트 즉 음극(cathode)이 가열되고 열이온 방출과 함께 전자들이 공급된다. 음극과 금속 표적(target) 사이에 높은 전위차를 유지하면 전자들은 양(+)으로 대전된 표적을 향해 가속도를 갖고 달려간다. 표적의 표면은 전자선의 충돌 방향에 대해 약간 기울어져 있으며, 전자의 충돌과 동시에 X선이 방사된다. 석영관 내부는 전자의 가속과 충돌을 원활하게 하도록 진공으로 만든다. 고전적인 전자기학 이론에 의하면, 가속이나 감속되는 전자는 전자기파를 발생시킨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던 전자가 금속 표적에 부딪히면서 갑자기 정지되는데 이는 명백한 감속 현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복사가 발생하므로 이 현상을 제동복사(braking radiation)라고도 부르는데 독일어로 bremsstrahlung이라고 한다. 제동복사에 의한 에너지 손실은 무거운 원자핵보다 약 1,800배 가벼운 전자에서 더 중요하다. 왜냐하면 전자들이 금속 표적의 원자핵을 지날 때 전자가 더욱 감속되기 때문이다. 충돌하는 전자의 에너지가 크거나, 금속 표적 원자의 원자번호가 클수록 더 강력한 제동복사가 일어난다.


<X선 발생장치의 모식도>


이렇게 발생하는 X선 스펙트럼을 분석하면 표적 물질의 종류에 따라서 특정한 파장에 좁고 뾰족한 부분이 나타난다. X선 스펙트럼은 이 뾰족한 부분과 함께 연속적인 분포의 스펙트럼도 가지고 있다. 연속 스펙트럼의 가장 낮은 파장은 충돌 전자의 에너지에 반비례한다. 가속된 전자가 이들 원자 내의 전자에 충돌해서 밀어내면 위에 있는 원자 내의 전자가 곧 그 자리를 채우게 되는데 이때 원자 내의 전자들의 에너지 차이가 광자 에너지로 변환되어 외부에 복사로 방출된다. 표적 물질 원자의 최외각 전자 하나를 떼어내는 데에는 단지 몇 eV 정도의 에너지만 필요하다. 이러한 원자 내 전자의 전이는 맥스웰의 무지개에서 가시광선 부분이나 그 근처에 위치하는 광자를 배출한다. 그러나 무거운 원소의 안쪽에 있는 전자의 경우는 핵에 매우 강하게 구속되어 있어서 이들 원자 내 전자가 외부 가속전자에 의해 떨어져 나가면 그보다 위 궤도에 있는 전자가 곧 떨어지며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데, 이때 전이되는 에너지값의 차이가 크고 이에 관여하는 광자의 에너지도 크다. 이 광자는 가시광선이나 자외선보다 에너지가 훨씬 큰 복사를 방출하는데 이것이 바로 X선이다. 아울러 이때 발생하는 광자의 숫자도 많아서 이 에너지(파장)에 해당하는 X선의 세기가 스펙트럼에서 뾰족하게 나타난다. 이 뾰족한 복사선은 표적 물질의 원소에 따라 다른데 이를 그 원소의 특성 X선(characteristic X ray)이라고 부른다.


원소별로 이 뾰족한 선 스펙트럼의 주파수를 분석하면 그 원소의 원자번호(Z)를 실험적으로 알 수 있다. 이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제공한 이가 영국의 물리학자 모즐리(Henry G. J. Moseley, 1887~1915)였다. 그 당시는 알고 있는 원소들을 질량(무게) 순서대로 번호를 매겨서 원자번호를 부여하였다. 요즘 이해하기로는 원자번호는 그 원소가 갖는 전자의 개수이다. Z=27은 코발트(Co), Z=28은 니켈(Ni)의 원자번호인데, 원자량은 각각 58.93과 58.71로서 순서가 잘못되었다. 원자량에 g을 붙이면 그 원소 1몰, 즉 아보가드로수인 약 602해 개의 원자의 무게가 된다. 더욱이 모즐리는 자신의 원자 스펙트럼 실험 데이터를 제시하며, Z = 43, 61, 72, 75에 해당하는 원소들이 빠져 있음을 발견하고, 당시에는 발견되지 않은 원소의 존재를 예언하였다. 몇 년 후에 앞의 두 원소는 테크네튬(technetium)과 프로메튬(promethium)으로 실험실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졌으며, 마지막 두 원소는 하프늄(hafnium)과 레늄(rhenium)인데, 1920년대에 발견되었다. 이 연구가 있고 나서 제1차 세계대전이 반발하여 젊은 모즐리는 영국군에 징집되었고, 터키 전선에서 27세에 생을 마감하였다.


X선을 처음 발견한 뢴트겐은 부인의 반지 낀 손을 찍어 학계에 보고하였다. 이후로 의료 진단용으로 X선이 사용되었는데, 이는 인체 조직에 따라 X선의 흡수 양태가 다르다는 사실에 기초를 둔다. 이렇게 X선의 광자가 물질에 충돌하여 광자의 에너지가 흡수되는 현상을 처음으로 밝혀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미국의 컴프턴(Arthur H. Compton, 1892~1962)의 이름을 따 컴프턴 효과 혹은 컴프턴 산란이라고 부른다. 칼슘이 포함된 뼈는 지방질보다 X선에 더 불투명하며, 근육보다는 더더욱 불투명하다. 소화기 계통을 X선으로 검사할 때는 사진의 명암을 더 뚜렷하게 하려는 노력의 하나로 환자에게 바륨(barium)이 포함된 화합물을 섭취하도록 한다. 또 혈관 상태를 조사하기 위해서는 다른 화합물을 혈관에 주사하기도 한다.


종합병원에서 X선 사진으로 진단하는 분야를 방사선의학과(radiology)라고 부르다가 요즘은 다른 과학 기술의 발달과 함께 영상의학과라고 부른다. 옛날에는 허리가 아파서 종합병원의 정형외과를 가면 간단한 문진 뒤에 X선 사진을 찍으라고 하고 다음에 또 오라고 한다. 당시에는 X선 사진을 찍은 뒤에 필름을 현상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방사선의학과에 가서 X선 사진을 찍고 다음 예약일에 가면 담당 의사가 현상(develop)되어 있는 필름을 검토하고 처방을 내린다. 요즘은 X선 사진을 찍으면 바로 그 데이터가 컴퓨터에 실리고 담당 의사와 바로 면담할 수 있다. CT(computerized tomography)라도 찍으면 인체의 상태를 3차원적으로 단면을 바꿔가면서 파악할 수 있다.


교통사고 등으로 몸을 다쳐 병원으로 가면 CT, MRI 등을 찍으라고 한다. CT는 X선을 우리 몸에 쪼이는 것이고, MRI는 좀 다른 원리이다. 의료용 X선을 찍을지 말지를 고려할 때 위험성과 유익성 사이의 균형을 잘 맞출 필요가 있다. 충분한 이유도 없이 X선을 우리 몸에 쪼이면 안 된다. 일반적으로 유방암 증후가 없는 젊은 여자에게 유방암 조사를 위한 X선 검사는 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줄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늘린다고 판단되어 지금은 별로 권장하지 않는다. 특히 임산부에게 X선을 쪼이면 태어날 아이에게 암 발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으므로 대단히 위험하다. 최신화된 장비도 가슴 CT 촬영은 한 번의 가슴 X선 촬영보다 몇백 배의 방사선을 우리 몸에 조사(照射)하므로 인체에 유해하다. 특히 어린이에 대한 CT 스캔은 심각한 위험이 있을 수 있으므로 그 정당성 검증을 신중히 해야 한다. 이렇게 일반인에게 X선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게 됨으로써 종합병원 대부분이 방사선의학과를 영상의학과라고 이름을 바꾸었나 보다. 아울러 X선 대신에 다른 방법을 사용하려는 노력도 의공학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1912년에 X선의 파장을 측정하는 방법이 고안되었다. 당시의 파동이론으로도 파장의 측정은 회절 실험을 이용하는 게 이상적이라고 여겨졌는데, X선의 파장이 결정 내의 인접 원자 사이의 간격과 비슷한 사실을 응용하였다. 수행된 실험에서 X선의 파장이 0.013~0.048nm 사이라고 밝혀졌다. 이는 가시광선 파장의 10의 –4승 배 정도이며, 따라서 X선의 광자는 가시광선의 광자보다 10의 4승 배만큼 에너지가 더 크다. 파장이 0.01~10nm 사이인 전자기파가 X선의 범주에 속한다. 그러나 그 경계는 뚜렷하지 않다. X선은 파장이 짧은 쪽으로는 감마선과 겹치고, 파장이 긴 쪽으로는 자외선과 겹친다.


원자의 규칙적인 배열로 이루어진 고체 물질을 결정(結晶), 영어로 crystal이라고 하는데, 결정에 전자기파가 입사하면 각 원자에 의해 산란된다. 결정을 이루는 각 원자는 전자기파를 받으면 제2차적인 전자기파를 모든 방향으로 내보낸다. 파동의 용어로 표현하면 입사 파는 평면 파인데, 각 원자가 내놓는 제2차적인 파는 구면파이다. 원자들이 받은 외부의 평면파를 흡수하여 다시 같은 주파수의 구면파를 배출한다. 어떤 방향으로 산란된 제2차 파는 서로 보강간섭을 일으키고, 다른 방향에서는 상쇄간섭을 일으킨다. 보강간섭을 일으키는 특정한 평면을 브래그 평면(Bragg plane)이라고 하며 보강간섭이 일어나는 조건은 간단한 기하학적 논의를 거치면 다음과 같은 공식으로 귀결된다.


nλ = 2d sinθ. n = 1, 2, 3,....


여기서 d는 브래그 평면 사이의 간격, θ는 입사각이며, λ는 쪼인 X선의 파장이다. 간단한 이 관계식은 1913년 아버지 브래그(William Henry Bragg, 1862~1942)에 의해 유도되었으며, 그는 1915년 아들 브래그(William Lawrence Bragg, 1890~1970)와 함께 X선 회절 연구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위 브래그의 식은 원자의 규칙적인 배열로 이루어진 결정에 X선 영역의 전자기파를 쪼이면 어느 특정 면들에서 보강간섭이 일어나는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자연에서 위 브래그의 식을 만족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는 동물들이 있다. 어떤 나비는 청색의 날개를 갖고 있다. 파랑 나비는 상황에 따라 날개의 색이 조금씩 변한다고 한다. 파랑 나비의 날개에는 수백 나노미터 수준의 규칙적인 간격을 갖는 그물 망사를 갖고 있어 위기 상황이 오면 나비가 그물의 간격을 조정하여 외부에서 비추는 백색광 중에서 브래그의 식을 만족하는 특정 파장의 빛만이 회절 되어 외부로 나오게끔 한다. 화려한 색이 나는 비단뱀이나 여러 가지 색깔로 변신하는 카멜레온(chameleon)의 피부에도 이런 규칙적인 생체 요소가 있어서 독특한 빛깔을 낸다고 한다. 이런 동물의 행태를 의태(mimicry)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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