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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7. 불확정성 원리

PX와 ET

by 포레스트 강

꽃잎은 바람결에 떨어져

강물을 따라 흘러가는데

떠나간 그 사람은 지금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

전영 노래, <어디쯤 가고 있을까>(1977)


위는 70년대 통기타 가수로 반짝 등장했던 전영(1958~ )의 노래 가사이다. 이 노래는 이경미(1954~ ), 이현섭(1947~ ) 부부가 작사, 작곡한 작품으로 전영의 독창적인 창법과 어우러져 당시 청년층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찾아보니 영어로 아래와 같이 같은 노래를 커버한 사람도 있었다.


The flower petals fall in the blowing wind,

and follow along the flowing river.

The man, who left me, about now

where about is he passing through?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물체(입자)의 운동을 기술하는 물리적인 법칙을 알고 있다. 우리는 몇 개의 물리적 정보만 알고 있으면, K9 자주포에서 발사된 포탄의 궤적을 예측할 수 있다. 우리는 계산으로 매 순간 포탄의 속도와 위치 정보를 알 수 있다. 요즘은 컴퓨터로 포탄이 날아가는 탄도를 정확히 계산할 수 있어서 매 순간 여러 정보를 알 수 있고, 영상으로 찍으면 일목요연하게 그 정보의 정확성을 확인할 수 있다. 물체의 속도(v)에 물체의 질량(m)을 곱한 값을 운동량(p), 영어로 momentum이라고 하는데, 물리학에서 쓰는 대표적인 전문용어이다. 즉 p = mv이다. 위치는 (x, y, z)라는 3차원 정보가 일반적이지만, 포탄의 발사 위치로부터의 거리만을 생각하면 1차원인 x의 정보만 알면 된다. 강물에 떨어져 물결 따라 흘러가는 꽃잎처럼.


그러면 빛의 속도로 아주 빠르게 움직이는 아주 작은 입자에 대해서도 이렇게 정보를 예측할 수 있을까? 이런 미세세계에서는 입자론으로 정확히 예견하기가 어렵고, 파동론으로 설명해야 하며, 확률의 문제로 답을 대충 예상한다고 앞 절에서 언급하였다. 위 노래처럼 대충 그 남자가 지금 어디쯤 어느 속도로 지나가고(passing through) 있다고 말할 수 있을 뿐이다. 위 노래에서 얘기하듯이 강물에 떨어져 물결 따라 흘러가는 꽃잎처럼 내 곁을 떠나간 사람이 지금 어디쯤 가고 있을 거라고 예상할 뿐, 정확한 그의 현주소는 모른다.


움직이는 작은 입자는 파동처럼 행동한다고 볼 수 있는데, 그 파장(λ)은 h/p라고 나타낼 수 있다고 프랑스의 과학자 드브로이가 설파하였다. 즉 λ = h/p = h/mv. 여기서 h는 플랑크 상수이다. 이러한 파동을 드브로이 파 혹은 물질파라고 부른다. 드브로이 파의 진폭은 특정한 시간에 특정한 장소에서 그 물체를 발견할 확률과 관계가 있다. 드브로이의 물질파는 고전물리학의 파동방정식으로 간단히 나타낼 수 없고 양자역학의 파동방정식인 Schroedinger 방정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


움직이는 입자에 대한 파동적 표현은 파속(波束, wave packet) 혹은 파군(波群, wave group)으로 나타나며, 이를 구성하는 파들의 진폭이 그 입자를 발견할 확률에 관계된다. 파군은 어떻게 생기는가? 잘 알려진 예는 소리의 맥놀이(beat) 현상이다, 진폭이 같고 진동수가 조금 다른 두 개의 음파가 동시에 발생하면 서로 간섭을 일으켜서 들리는 소리의 진동수는 원래의 두 진동수의 평균이 되고 진폭은 주기적으로 오르내린다. 예를 들어, 원래 두 소리의 진동수가 220Hz와 222Hz라면 우리 귀에는 진동수가 221Hz인 소리가 1초 동안에 두 번씩 세기의 정점에 도달하는 맥놀이로 들린다. 이 맥놀이의 발생을 파형으로 아래 그림에 나타내었다. 아래 그림에서 두 번째 및 세 번째 칸에 표시된 파형이 우리 귀에 연속적으로 들린다. 어떤 기악 연주곡을 들으면 두세 가지 악기에서 나는 음들이 beat 현상을 일으켜 어떤 주기성을 갖고 반복된다. 어떤 소리의 파군이 흐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림 1. 맥놀이(beat) 현상의 설명 예


파군은 수학적으로 서로 다른 파장을 갖는 파동의 중첩으로 기술할 수 있다. 이 중첩되는 파들 사이의 간섭으로 인해 진폭이 변화되어서 파군의 모습을 결정한다. 전자기파와 같이 각개 파들의 속도가 같다면 파군이 전파되는 속도는 공동의 위상속도(phase velocity)를 갖는다. 그러나 파장에 따라 위상속도가 다르다면 서로 다른 파동들은 같은 속도로 진행하지 않게 되는데 이런 경우를 분산(dispersion)이라 부른다. 이 결과로 파군의 속도 즉 군속도(group velocity)는 파군을 구성하는 각개 파들의 위상속도와 다르게 된다. 드브로이 물질파가 이에 해당한다. 입자의 드브로이 파군의 속도는 그 입자가 움직이는 속도와 같다.


움직이는 입자를 파군 혹은 파속으로 여긴다는 것은 위치나 운동량 같은 입자의 성질을 나타내는 물리량을 측정하는 데 있어서 그 정확도에 원리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아래 그림과 같은 두 종류의 파군을 생각해 보자. 입자는 주어진 시간에 파군 안의 어디에든 있을 수 있다. 물론 입자가 발견될 확률밀도는 군(群)의 중심에서 최대가 되므로 군의 중심에서 입자가 발견될 확률이 최대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확률밀도가 실제로 0이 아닌 어디에서든 입자는 발견될 수 있다. 아래 그림의 (a)처럼 파군이 좁아지면 좁아질수록 그 입자의 위치를 더욱 정확히 나타낼 수 있다. 그러나 좁은 파군에 있는 파의 파장은 명확히 정의되지 않는다. 파장(λ)을 정확히 측정할 만큼의 충분한 파의 개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드브로이의 식 λ = h/p = h/mv에서 입자의 운동량 p가 정밀한 양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이 경우 입자의 운동량을 측정하면 오차범위가 넓은 값을 얻게 된다. 한편, 아래 그림의 (b)에 있는 넓은 파군에서는 파장을 정의하기가 훨씬 쉽다. 즉 파장을 측정하는데 오차 범위가 줄어든다. 명확한 파장에 대응하는 운동량은 정밀한 양이 되며 측정한 운동량 값은 오차 범위가 적은 값이 된다. 그러나 입자는 어디에 위치할까? 파군의 너비가 너무 커서 주어진 시간에 입자가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특정하기가 어렵게 된다. 즉 위치 측정의 오차가 커진다.


그림 2. 불확정성 원리 설명

이러한 사실을 1927년 하이젠베르크(Werner Heisenberg, 1901~1976)가 정리하여 불확정성 원리(uncertainty principle)라고 이름 지었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는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한 물체에 대해서 위치(x)와 운동량(p)을 동시에 정확히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조금 수학적인 분석을 통해서 정량적인 표현을 얻을 수 있으나 여기서는 생략하고 결론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Δp Δx ≧ h/4π

위 식의 뜻은 어떤 주어진 순간에 어떤 입자의 위치에 대한 정보의 불확정성(오차) Δx와 같은 순간의 그 입자의 운동량 정보의 불확정성 Δp의 곱은 h/4π보다 크거나 같다는 것이다. 여기서 h는 플랑크 상수로서 6.626 x (10의 –34승) J∙s로서 아주 작은 값이다. 위 식에서 부등호가 ≧로 되어 있어서 두 양의 곱이 아주 작은 숫자지만 어떤 숫자보다 크거나 같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즉 파군을 좁게 만들어 Δx를 작게 하면 Δp는 더 커진다. 역으로 Δp를 줄이면 파군이 넓어지는 것을 피할 수 없고 따라서 Δx는 커진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를 입자의 에너지와 측정 시간 사이의 관계로 표시하면 다음이 된다. 즉 입자의 에너지(E) 측정의 불확정성 ΔE와 관측 시간(t) 측정의 불확정성 Δt의 곱은 h/4π보다 크거나 같다.

ΔE Δt ≧ h/4π

고대 그리스에서는 시간을 두 가지로 나누어 말했다고 한다. 하나는 흘러가는 시간을 뜻하는 크로노스(chronos)이고, 다른 하나는 특별한 시간을 의미하는 카이로스(kairos)이다.

영어로 chronicle은 연대기, 혹은 역대기로 번역되며, 역사적인 사실을 시간의 순서로 기록해 놓은 것이다. 성경에 역대상, 역대하라는 기록이 있고, 우리나라에는 조선왕조실록이 있다. 우리 인간은 이 시간의 영향 아래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데 간혹 기회의 순간인 카이로스의 시간을 추구하고자 한다. 이 순간에는 에너지가 아주 작은 오차를 가지고 자신에게 집중되기를 희망하나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필자는 과거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를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서 PX와 ET를 기억하라고 했다. PX는 미군 영내의 매점을 의미하는 말로 Post Exchange의 준말이다. 과거 우리가 어렵게 살 때 미군 PX의 물건이 좋고 싸기로 유명하였다. 일상 용품이나 음식물 따위를 세금을 제외한 가격으로 팔아서 물건값이 쌌다. 미군 부대 내 PX에서 이 물건을 받아 시중에서 이문을 붙여서 팔아서 부자가 된 사람도 과거에는 있었다. 우리 군대에도 비슷한 매점이 있는데 명칭도 PX라고 부른다.

ET는 Extra-Terrestrial의 약어로 외계생명(外界生命)이란 뜻이고 지구가 아닌 공간에 사는 생명을 지닌 존재를 가리킨다. 이는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1946~ ) 감독이 연출하여 1982년 개봉한 미국의 SF(Science Fiction) 모험 영화의 제목이기도 하다. 초능력을 가진 외계인이 지구에 홀로 남아서, 지구 소년과 함께 위기를 극복하며 동료들에 의해 구출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렸다. 우리나라에서는 1984년에 개봉하여 상영되었다.

이 불확정성은 측정 장비의 부정확함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된 양들의 본질적인 부정확한 성질에 기인한다. 측정으로 생기는 기계적인 혹은 통계적인 불확정성은 Δp와 Δx의 값을 더욱 크게 할 뿐이다. 현재의 입자 위치와 운동량을 정확하게 알 수 없으므로 미래에 그 입자가 어디에 있을지 그 속력이 얼마일지를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 현재를 확실하게 알 수 없으니 장래의 일을 확실하게 알 수 없다. 그러나 모든 걸 모르고 있지는 않다. 다만 어디쯤 가고 있다고 예측은 할 수 있다. 경영학이나 인문학에서도 현대는 불확실성의 시대라고 말하면서 하이젠베르크의 이론을 원용한다.

양인자(1945~ ), 김희갑(1936~ ) 부부가 짓고 김국환(1948~ )이 노래한 아래의 대중가요에서도 이러한 세상사를 노래하고 있다.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한 치 앞도 모두 몰라.

다 안다면 재미없지.

바람이 부는 날은

바람으로

비 오면 비에 젖어

사는 거지, 그런 거지.

- 김국환 노래, <타타타>(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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