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는 아무것도 없다.

고향과 함께 늙어가는 나의 마음

by 자작 쉼터

고향에는 아무것도 없다.


엄마의 애정도, 아빠와의 추억도, 나의 어린 시절도.
함께 뛰놀던 동네 친구들도 이제는 없다.

동네는 쓸쓸하기 그지없다.


빈집 옆에 또 빈집이 서 있고, 마당에는 말라 비틀어진 풀들만 남아 있다.
논에는 스산한 기운이 내려앉아 있고, 살아 있다는 흔적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곳에는 아직 떠나지 못한 사람들이 살아간다.
아니, 살아간다기보다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그들마저 떠나고 나면, 이곳은 더 이상 존재할 이유조차 없을 것이다.


그 빈자리는 아마 새들, 들개들, 거미와 모기, 파리들, 과일나무와 이름 모를 들꽃들이 채우게 되겠지.
가끔 누군가는 추억을 핑계로 이곳을 찾았다가, 쓸쓸함을 이기지 못해 서둘러 발걸음을 돌릴 것이다.


나 역시 다르지 않다.


내게 고향에 남아 있는 것이라곤
형체 없는 쓸쓸함, 애잔함, 아련함, 가슴이 터질 듯한 가련함,
그리고 동화처럼 느껴졌던 아주 짧은 시간의 기억들뿐이다.

다시 만나고 싶은 친구도, 다시 가 보고 싶은 장소도 없다.

그곳에 남아 있는 것은 미련뿐이다.

어쩔 때는 이 감정들이 그리워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또 어쩔 때는 이 감정들을 영원히 느끼고 싶지 않아 일부러 발길을 돌린다.


마음 한편에서는 언젠가 그곳에서 조용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보기도 한다.


그러나 이내 깨닫는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그들의 삶과 기억, 그리고 추억까지 모두 감당하며 살아갈 자신은 없다는 것을.

그래서인지 고향을 떠올리면 미친 듯이 허전해진다.


가슴 한가운데가 텅 비어버린 것처럼 쓸쓸하고, 이유 없이 외롭다.


하지만 이 외로움은 도시에서 느끼는 공허함과는 다르다.
도시의 공허함이 사람들 사이에서 느끼는 고립이라면,
고향의 외로움은 기억과 기억 사이에 홀로 남겨진 감정이다.


소음도, 분주함도 없는 대신
지나간 시간들이 조용히 나를 둘러싸고 숨 쉴 틈 없이 밀려온다.
그래서 더 아프고, 더 깊다.


고향은 나를 반기지도, 밀어내지도 않는다.
그저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내가 혼자였다는 사실과 지금도 여전히 혼자라는 사실을
말없이 확인시켜 줄 뿐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고향을 떠올리며 이렇게 글을 남긴다.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면서도
어쩌면 가장 많은 감정이 남아 있는 그곳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