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는 나를 위한 기록

나는 나를 기억한다.

by 자작 쉼터



나는 나를 기억한다.


주황색 맨투맨, 검정 바지, 검정 신발, 무테 안경.
2026년 3월 19일.


겨울을 멀리 보내고,
찬바람 속에서 봄을 맞이하던 날.


햇살 아래, 꽃망울을 준비하는 나무들이
힘차게 흔들리고 있었다.


설렘으로 가득한 사람들 속에서
그중 하나로, 나 역시 그 자리에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 날을 기억한다.
이 순간의 나를 잊지 않기 위해,
나는 나를 기억해 둔다.


내가 아니면
이런 나를 기억해 줄 이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봄과 여름에 이곳에서 글을 쓰고,
때로는 책을 보며 사람들의 표정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한 번도 꺼내본 적은 없다.


내가 이곳에서 갑자기 사라진다 해도
사람들은 나의 실종은 알겠지만,
나의 감정까지 알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날을 기억한다.
이곳에 있었던 나를,
이대로 남겨두기 위해.


나에게 절친이라는 개념은 없다.


사람들은 모두 짝을 지어
봄을 맞이하러 나와 있다.


함께 걷는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가끔, 문득 궁금해진다.


그렇다고 없는 인연을 억지로 만들 수는 없고,
이런 설렘이 가득한 날이면
사람들이 더 그리워진다.


사람들이 그립고,
적당한 외로움 속에서
따뜻한 햇빛과 사람들의 대화 소리,
흩날리는 낙엽들이
오히려 나에게 더 소중하고 아늑하게 느껴진다.


어쩌면 나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잊어버린 채,
‘공감’이라는 단어를
조금씩 잃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 시간이
나에게 영원히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문득 묻게 된다.
나에게 행복의 기준은 무엇인가.


변화하는 계절 앞에서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


지금의 나에게 행복이란
아마 그런 것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내 주변 또한 평화로워야 한다.


그 평화로움을 위해
이곳을 방문하지 않는 시간에는
나는 나 자신과 싸우며 달린다.


대단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규칙적으로 살림을 하고,
회사를 다니며,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 속에서
스스로를 다독이고, 때로는 위안하며
일상을 지켜내기 위해 애쓴다.


나는 공연을 보는 것도,
여행을 가는 것도 좋아한다.


하지만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장소에서
오랜 시간 머무는 것도 좋아한다.


이 모든 순간은
항상 혼자다.


가끔은 궁금해진다.


사람들은 어떤 대화를 나누고,
어떤 고민을 하며,
어떤 아픔과 설렘,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친구를 잘 사귈 수 있는지...


나는 나를 기억한다.

꽃이 만개한 봄에는, 타인과의 공감도 기억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