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공상과 글이 좋은 이유
공상은 내가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사치품이다.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게 해주고, 누구를 만나든 어디를 가든 무엇을 먹고 입든, 언제든 헤어지며 끝낼 수 있다.
공상을 처음 시작한 것은 중학교 2학년 때였다. 부모님의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그 안에서 나만의 돌파구가 필요했던 것 같다. 그때 했던 공상은 ‘만일 내가 주워온 딸이라면?’ 혹은 ‘어쩌면 부자 아빠가 짠 하고 나타나지 않을까?’ 같은 것들이었다. 그 시절에는 생각의 끝이 짧아서, 진짜 아빠가 나타나면 나는 미련 없이 이곳을 벗어날 수 있을 거라는 단순한 상상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짧은 생각들이지만, 그 공상들 덕분에 나는 그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현실 도피로 시작했던 공상은 성인이 된 이후 또 다른 형태로 이어졌다. 아무리 노력해도 달라지지 않을 것 같은 현실과 공상 사이의 괴리감 속에서, 나는 이곳저곳에 집중하지 못하는 산만하고 떠돌아다니는 성인이 되었다. 아, 맞다. 흔히 말하는 역마살이 있는 어른 말이다.
그래서인지 현재 나에게 가장 힘든 부분은 육아와 결혼 생활이다. 육아와 결혼은 공상으로 도망갈 수도, 다른 현실로 도피할 수도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공상을 멈추지는 않는다. 나는 여전히 스트레스받는 상황 속에서 공상을 즐긴다.
공상은 돈도 들지 않고,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되며, 현실에서 잠시나마 멀어질 수 있는 최고의 사치품이다. 요즘 내가 주로 하는 공상은 세계여행을 다닌다거나, 차박을 하며 여행하는 모습이다. 혹은 글쓰기 실력이 갑자기 늘어 유명한 작가가 되는 상상도 한다. 이런 공상들은 실현될 것 같으면서도 사실상 불가능한 이야기들이다. 나는 돈을 벌어야 하고, 시간적·경제적 여유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의 삶을 모두 포기한다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나에게는 그런 용기가 없다.
글은 이런 공상들을 정리해주는 공간이다. 언제든 썼다 지울 수 있고, 내가 어떤 말을 하든 다 받아준다. 때로는 해결책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질책을 하기도 한다. 글은 나의 최고의 친구이자, 정신적 지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