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로스, 늘 너와 함께
창밖에 고개를 내밀고 지나가는 곳곳의 향기를 맡는 걸 좋아하는 아이를 데리고 운전을 하다 보면 창밖에서 불어오는 계절의 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강아지를 키우고 처음으로 온 가족이 전부 서쪽 바다를 보러 갔던 날의 냄새와 바람을 전부 기억한다.
더운 여름날 차 안 공기를 식혀준 에어컨 바람이 밖으로 빠져나가 다시 뜨거운 공기로 가득 차는 일은 중요하지 않다는 듯 아이는 차의 창문을 열어 달라고 떼를 쓰기 시작했다.
"창문을 열면 뜨거운 공기가 들어와서 더워질 거야 너 그럼 헥헥 될 거잖아."
강아지는 사람들처럼 땀을 흘리지 않고 긴 혀를 내밀고 "헥헥" 거리는 소리를 내며 더위를 식힌다. 우리 아이도 똑같았다. 다른 강아지처럼 더우면 헥헥 거리며 조금이라도 차가운 곳으로 가 몸을 눕혔다.
그런 아이가 항상 마음이 쓰여 집에 있을 때면 선풍기를 항상 아이가 누운 방향으로 돌려줬고 에어컨을 자주 틀어줬다. 그런 우리 마음을 몰라주는 건지 바다로 향하는 가장 더운 날 차 안에서도 창문을 열어 달라고 앞발로 박박 긁어댔다.
어쩔 수 없이 창문을 열어주면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불어오는 바람의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더운 바람이 들어와 에어컨이 내려놓은 차 안의 온도를 다시 올려놨지만 놀러 가는 기분 덕분인지 멍청한 얼굴로 바람을 느끼는 아이 얼굴 덕분인지 시간이 지나도 그때의 바람이 내 얼굴에 닿던 그 기분이 잊히지 않는다.
평일에 시간을 내서 달려온 바다에는 다행히도 사람이 많지 않았다. 강아지를 키우고 처음 같이 온 바다였기 때문에 오기 전부터 아이를 데리고 같이 수영할 생각에 설렜다. 바다를 처음 보는 아이를 데리고 해변을 산책하며 파도 가까이 다가 가면 무섭게 쫓아와 부서지는 파도에 깜짝 놀란 아이가 후다닥 도망갔다.
"역시 겁쟁이를 데리고 바다에 들어가는 건 무리였나"
더운 날 아무리 해변을 뛰어놀아도 시원한 바다에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는 아이였다. 아이와 함께한 산책 때문에 더워진 우리는 해변에 그늘막 텐트를 치고 바다에 들어가서 더위를 식혔다. 이 날을 위해 새로 산 돌고래 튜브에 바람을 넣고 그 위에 올라가 파도 위를 떠다니다 보니 여름의 더위도 잊을 수 있었다.
텐트에 앉아 있는 엄마 옆을 지키는 아이도 우리가 놀고 있는 바다에 오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역시 겁이 많아서 그런지 쉽사리 다가오지 못하고 있었다.
바다를 처음 보는 아이에게 바다가 얼마나 시원한지 알려주고 싶어 아이를 안고 조금씩 바다로 들어갔다.
털이 젖어가지만 시원한 느낌이 싫지는 않은지 아니면 무서운 건지 아리송한 아이를 물속에서 안고 있었다. 처음에는 덜덜 몸을 떨었지만 오빠 품에 안겨 있다는 사실이 아이를 안심시켰는지 편안한 표정을 보여줬다. 바닷물 속에서 조금 적응한 모습을 봤더니 나는 욕심이 생겼다.
'수영 못하는 강아지는 없다는데 우리 아이도 수영을 잘하고 좋아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머릿속을 스치는 나쁜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는 품에 안겨 찰랑거리는 파도를 느끼고 있었다.
바다에 오기 전 강아지 수영에 대해 찾아본 나는 수영을 처음 하는 강아지에게 어떻게 물에 적응시켜줘야 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배운 방법대로 해보기로 했다.
아이를 들어 다리만 불에 담기게 했고 발을 이용해 물장구를 치는지 지켜보고 물장구를 잘 치면 아이를 놓아주는 방법이었다. 아이는 겁에 먹은 얼굴을 했지만 물장구를 아주 잘 쳤기 때문에 나는 아이를 물에 내려놓았다.
아이를 지켜보고 있던 우리 가족들은 전부 웃음을 터뜨렸다.
물에 내려놓자마자 얼굴을 힘겹게 물에 떠있는 채로 고민도 하지 않고 물밖으로 헤엄쳐 나가 엄마에게 달려가 안겼기 때문이다.
'우리 집 최고 겁쟁이랑 앞으로 수영할 일은 없겠다. 오빠가 미안해'
너무 미안하지만 물에 젖은 모습이 해리포터에 나오는 "집요정 도비"랑 똑 닮았기 때문에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애기야 겁 많은 너를 물에 데려간 건 너무 미안하지만 너무 웃겨 우리 마음 이해하지?"
아이 때문에 여름날의 좋은 바람도 느끼고 바다에 가서 많이 웃을 수 있었다.
"확실히 너랑 가족이 되고 우리가 웃음이 많아졌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