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기다려줘서 고마워

펫로스, 늘 너와 함께

by 온규

남들 다 가는 군대를 가면서 유난을 크게 떨었다. 군 입대 당시 1년을 넘게 만난 연인과 남들만큼 사랑을 했기에 2년이란 긴 시간 함께할 수 없는 사실에 매일을 눈물 흘리는 여자친구에게 죄를 짓는 마음이었다. 그 마음만큼 온통 내 신경은 여자친구에게 있었고 입대 날이 다가올 때까지의 모든 시간을 여자친구와 보냈다. 휴가를 나와서도 다르지 않았다. 악명 높은 일말상초를 무사히 극복하고 몇 번의 휴가를 나왔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여자친구와 보내고 틈틈이 시간을 내어 가족들과 외식을 하는 휴가를 반복했다.


휴가를 나와 집에 오면 금방 옷을 갈아입고 나갔기 때문에 오랜만에 만난 오빠가 반가워 꼬리를 힘껏 흔들어대는 아이를 한번 안아주고 약속에 늦지 않기 위해 나가기 바빴다. 휴가를 모아 길게 나와도 매번 짧게만 느껴지는 휴가를 보내며 나를 기다려주는 많은 사람들을 위하다 보니 아이에게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휴가를 마치고 부대에 복귀해 지겨운 일과를 반복했던 날, 생활관 휴대폰에 누나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자주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종종 잘 지내고 있냐는 안부 전화가 걸려왔기 때문에 오늘 전화도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려는구나 생각하고 전화를 받았다. 역시 누나는 그날 있었던 일을 전화기를 통해 나에게 신나게 떠들어댔다.

"오늘 깜이랑 산책하는데 군복 입고 지나가는 군인을 봤는데 깜이가 막 쫓아갔다가 실망하고 돌아왔어"

"나인줄 알고 쫓아간 건가..?"

"응응 그런 거 같아 가까이 가더니 실망한 얼굴로 돌아왔어 너무 귀엽지 않아?"

누나가 물었지만 나는 아이가 귀엽다고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마음이 너무 무거웠기 때문이다.

전화를 마무리하고 우리 아이의 입장을 생각해 봤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군대에 갔다 와야 한다는 사실을 알리도 없고 가족들이 "오빠 군대 가서 2년 뒤에 올 거야" 말을 해도 이해할 수가 없을 것이다. 아이는 평소와 똑같은 하루를 시작했을 뿐인데 매일을 보고 같이 산책 나가고 같이 자던 오빠가 이유를 알 수 없이 사라져 버려 분명 슬퍼했을 것이다.

'내가 휴가 나가서 깜이랑 산책한 적이 있었나?' 생각해 봤지만 부끄럽게도 없었다.


강아지를 키우며 항상 말이 아닌 행동으로 하는 표현에 감동을 느끼고 고마워 하지만 슬퍼서 하는 표현을 잘 알아봐 주지 못했다. 강아지도 사람과 똑같이 감정이 있는 생명인데 너도 나를 그리워하고 오늘은 집에 올까, 오늘은 함께 산책할 수 있을까 기약 없어 더 힘든 기다림을 반복했겠지, 다음 휴가 계획에는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가득 채워야겠다.


그때는 나를 기다리는 게 슬펐지만 군복 입은 사람 쫓아간 게 똑똑하기도 하고 역시 귀엽다.

"짜식 어느 집 강아지인지 귀엽긴 하네 빨리 휴가 나가서 산책 가자 말해야지"

매거진의 이전글바람에 실린 무슨 냄새를 맡고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