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같은 사람에게 편지를 씁니다.
어렸을 때 내가 살던 아파트 앞 작은 상가들이 모여있는 곳에 오래된 통닭집이 하나 있었다. 문이 어긋나 삐그덕 소리를 내는 통닭이라고 붙어 있는 철문을 힘껏 밀어 열고 들어가면 맛있는 기름 냄새로 가득 찬 작은 주방이 바로 보였다.
작은 공간을 가득 채운 맛있는 기름 냄새는 항상 문밖으로 조금씩 흘러나왔다. 오래된 통닭집 옆 건물에 있는 학원을 다녔던 나는 횡단보도를 건너 학원을 향하는 길 항상 그 냄새를 맡고 지나갈 수밖에 없었다.
밥을 먹고 나와도 돌아서면 배고픈 나는 통닭집 앞을 지나가는 게 고통이었지만 한번 기름 냄새를 맡으면 그 자리를 떠나가는 일도 고통이었다.
학원을 갔다 집에 돌아오면 나는 통닭 노래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
"엄마 여기 앞에 통닭집 냄새가 너무 맛있어서 거기 한참 동안 서있었어.. 오늘 우리 통닭 먹으면 안 돼?"
매일 학원을 다녀오면 똑같은 말을 하는 나한테 오늘은 져주기로 했는지 아니면 가게 앞에 서서 오래도록 냄새만 맡고 온 어린 아들이 안쓰러웠는지 엄마는 통닭을 사준다고 하셨다. 대신 밀린 학습지를 다 풀면 같이 가서 양념 반 후라이드 반 한 마리를 포장해 오자는 조건을 뒤에 덧붙이셨다.
이미 많이 먹어봤지만 맛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 먹고 싶은 그 집 통닭을 먹기 위해서 그때의 나는 뭐든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엄마 말이 끝나자마자 나도 책상에 앉아 밀린 학습지를 잔뜩 늘어놓았다.
매일을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노느라 잔뜩 밀려버린 학습지를 보고 나도 모르게 한숨이 먼저 나왔지만
머리가 기억하는 통닭 맛을 생각했더니 힘이 나기 시작했다.
"엄마 나 밀린 거 다 풀었어!! 얼른 통닭 사러 나가자"
평소 같았으면 천천히 이틀은 풀어야 될 만큼 많이 밀려있던 학습지를 한 시간이 조금 지나 다 풀고 엄마한테 소리쳤다.
"제대로 푼 거 맞아? 확인하게 일로 가지고 와" 엄마가 말했다.
나는 자신 있게 다 푼 학습지를 가지고 와 엄마에게 보여줬다. 학습지를 넘겨가며 눈으로 답을 확인하던 엄마는 놀란 표정으로 웃으시면서 말했다.
"이렇게 금방 할 수 있었으면서 그동안 왜 안 하고 있던 거야"
어이없으면서 놀랍고 웃겼을 것이다. 얼마나 먹고 싶었으면 책상에 앉아 펜만 돌리고 풀지 않던 학습지를 금방 다 풀어 올 수 있는 걸까 생각했다고 하셨다.
해가 오렌지 색으로 바뀌며 철도 길 뒤로 넘어갈 때쯤 엄마 손을 잡고 통닭집으로 향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니 밖에서 맡았던 냄새랑은 비교가 안 되는 맛있는 냄새로 가득 차 있었다.
"양념 통닭 한 마리 포장해 주세요!"
신이 난 목소리로 말했다. 내 말이 끝나자마자 사장님은 깨끗한 기름에 큰 닭 한 마리를 넣었다.
맛있게 익어가는 소리를 듣는 것도 즐거움이었지만 그 시간이 그렇게 길게 느껴질 수 없었다.
가마솥에서 방금 나와 양념에 버무려지고 있는 통닭을 보니 입안에 침이 가득 고이고 있었다.
짧지만 너무 길었던 주문한 통닭이 나오는 시간이 끝나고 사장님한테 포장된 따뜻한 양념 통닭을 건네받았다.
집에 돌아오는 길 한 손에는 엄마 손을 잡고 한 손에 통닭을 들고 가는 지금 나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초등학생일 것이다.
철길 뒤로 모습을 숨기는 오렌지 색 태양까지 너무 완벽한 하루다.
00통닭 사장님에게 쓰는 편지
추억이 가득한 동네를 떠나고 오랜 시간이 흐른 만큼 제가 기억하던 모습과 많이 달라진 동네를 보고 속상했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수순인 재개발에 들어가고 누군가에게 새로운 추억이 되기 위해 올라가고 있는 아파트를 보니 이상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고민이 많을 때면 찾아와 앉던 오래된 그네가 사라지고 나서 마음이 복잡할 때면 더 방황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아쉬움 속에 사장님이 운영하시던 통닭집은 제가 기억하던 모습 그대로 그 자리를 지키고 계신 모습이 선물처럼 다가왔습니다. 또 다른 아이들에게 사장님의 통닭이 기쁨이 되고 저와 같은 맛을 추억하고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힘든 일상에 위로가 됩니다.
브랜드 치킨이 점점 늘어나고 배달 어플이 활성화되는 세상에 같은 자리에서 오래된 만큼 깊어진 통닭 맛을 지키고 있는 사장님의 안녕이 궁금합니다. 분명 힘든 순간도 많으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어른이 되고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장소가 있고 변하지 않은 그때의 맛을 다시 느낄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비록 통닭 한 마리로 세상을 전부 가졌던 그때의 어린아이는 아니지만 사장님 가게의 통닭을 먹고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떠올라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사장님 가게는 통닭과 함께 추억을 같이 판매한다고 생각합니다. 무너지고 새로운 건물 사이에 오래된 통닭집을 지키는 일에 어려움이 많겠지만 저와 같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변하지 않는 통닭을 계속 판매해 주세요
위로받고 싶은 날이면 찾아가는 사장님 가게의 무한한 건승을 빌겠습니다.